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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상선 길 따라가지 못한 한진해운

얼라이언스 가입하며 안정적 경영정상화 기대감 높여
채무연장·용선료협상 난항에 채권단 요구 충족 못시켜

신주식 기자 (winean@ebn.co.kr)

등록 : 2016-08-30 14:27

▲ 현대상선과 한진해운 컨테이너선 전경.ⓒ각사

KDB산업은행을 비롯한 채권단이 한진해운 자율협약 연장 및 신규자금 지원안에 대해 만장일치로 불가를 결정하면서 현대상선과 한진해운의 운명이 엇갈리고 있다.

글로벌 해운동맹의 이합집산 과정에서 한진해운은 자율협약 이행에 진통을 겪고 있던 현대상선보다 먼저 얼라이언스 가입을 선언하며 안정적인 사업 추진이 기대됐으나 채권단이 한진그룹의 자구안을 거부함에 따라 법정관리라는 격랑에 휘말리게 됐다.

30일 한진해운 채권단은 만장일치로 자율협약 연장과 신규자금 지원안에 대해 불가 결정을 내렸다.

이에 따라 한진해운은 자율협약이 만료되는 오는 9월 4일에 앞선 2일 법정관리를 신청하게 될 것으로 보인다.

지난 5월만 하더라도 한진해운은 독일 하팍로이드(Hapag-Lloyd)가 주도하는 ‘디 얼라이언스(The Alliance)’ 가입에 성공하며 현대상선과 다른 행보를 보였다.

한진해운이 하팍로이드를 비롯해 MOL, K라인, NYK, 양밍해운 등 아시아 선사들 위주로 결성된 ‘디 얼라이언스’에 가입한 반면 채권단과 자율협약을 체결한 현대상선은 얼라이언스 가입이 이뤄지지 않으며 위기감이 고조됐다.

한때 한진해운이 현대상선의 ‘디 얼라이언스’ 가입에 반대한다는 소문이 돌기도 했으나 한진해운 측은 “모든 회원사가 승인해야 얼라이언스 가입이 이뤄지며 한진해운은 현대상선의 얼라이언스 합류에 반대할 이유가 없다”고 해명에 나서기도 했다.

지난 1월 말 채권단에 자구안을 제출한 현대상선은 벌크선전용사업부 매각, 현정은 회장의 사재출연, 7대1 감자 의결, 현대증권 매각 추진, 8000억원 규모 채무재조정안 가결, 용선료 인하 조정안 발표 등 올해 상반기 숨가쁜 경영정상화 일정을 소화했다.

반면 한진해운은 5월 들어 조건부 자율협약과 함께 용선료 협상을 시작하며 상대적으로 경영위기론이 뒤늦게 불거졌다.

업계 관계자는 “5월의 경우 현대상선이 용선료 협상과 사채권자 집회 추진 등으로 외국 선사들로부터 관심의 대상이 된 반면 한진해운은 이와 같은 위기가 크게 알려지지 않았다”며 “얼라이언스에 한진해운이 가입하고 현대상선은 가입하지 못한 이유가 여기에 있는 것으로 보는 시각도 있다”고 설명했다.

현대상선이 마지막까지 완강한 모습을 보이던 영국 조디악(Zodiac)과 용선료 협상을 타결한데 이어 세계 최대 얼라이언스인 2M 가입을 발표하는 등 채권단이 제시한 자율협약 요구사항을 충족시킨 반면 5월 들어 용선료 협상에 나서기 시작한 한진해운은 난항을 거듭했다.

독일 HSH노르드방크를 비롯한 주요 해외 금융기관들은 산업은행의 보증 없이 선박금융 상환유예가 불가능하다는 입장을 고수했으며 캐나다 선사인 시스팬(Seaspan)은 한진해운처럼 일방적으로 용선료 인하를 요청하는 경우는 없었다며 노골적으로 반감을 나타냈다.

여기에 채권단은 추가자금 지원에 대한 조양호 회장의 결단을 요구하며 한진그룹에 대한 압박의 강도를 높여나갔다.

남아프리카공화국에서 ‘한진 파라딥(HANJIN PARADIP)’호가 억류되며 수천억원 규모의 용선료 연체문제도 이슈로 부각됐다.

25일 한진그룹이 제출한 자구안에 대해 채권단 지분의 60%를 보유한 산업은행이 긴급 브리핑까지 열며 공개적으로 불만을 드러내자 한진해운의 법정관리행은 기정사실로 받아들여졌다.

사흘 후인 28일 한진그룹에서 해외 주요 금융기관들의 전격적인 선박금융 상환 유예 결정과 시스팬이 용선료 조정에 합의키로 했다는 내용의 보도자료를 배포했으나 채권단의 마음을 돌리기엔 너무 늦은 상황이었다.

수주산업인 조선업계와 달리 용선, 화물운송 등 여러 계약관계가 얽혀 있는 해운사의 구조조정은 실질적으로 파산을 의미한다는 것이 업계의 시각이다.

업계에서는 한진해운 청산 시 매출 소멸, 환적화물 감소, 운임폭등 등으로 연간 17조원대의 손실이 발생할 것으로 우려하고 있다.

또한 부산지역 해운항만업계 2300명이 일자리를 잃게 되며 담보권 행사에 따른 선박 억류로 물류전반에 엄청난 혼란이 발생할 것으로 보고 있다.

김영무 한국선주협회 부회장은 “한진해운이 청산절차를 밟게 될 경우 그동안 쌓아온 장기계약 화주를 한꺼번에 잃게 되며 미국 등 80여개국 1만6400여 화주의 화물 처리비용이 발생하고 국가신인도도 떨어지게 될 것”이라고 경고했다.

이어 “한진해운 문제는 개별회사의 사활이 아니라 국가차원의 결단이 필요한 상황이므로 현대상선과의 합병을 통해 경쟁력을 향상시키는 방안도 생각해볼 수 있다”며 “국내 양대선사의 합병으로 100만TEU 이상의 선복량을 확보할 경우 5~10%의 원가절감 효과와 함께 국제해운시장에서의 입지구축도 가능할 것”이라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