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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고된 법정관리행… 한진그룹-채권단 불협화음 전말은

시황 침체에도 불구하고 2년간 자구안 이행 순항
정부·채권단 압박 가속화… “이제와서 무슨 낯으로”

안광석 기자 (novushomo@ebn.co.kr)

등록 : 2016-08-30 16:04

▲ 조양호 한진그룹 회장.ⓒ한진그룹
30일 KDB한국산업은행 등 채권단의 한진해운 자율협약 중단 결정은 이미 예고된 상황이다.

한진그룹이 지난 25일 5000억원 규모의 유동성 확보 방안을 제출했을 때부터 채권단의 심기를 건드린 셈이기 때문이다.

그동안 채권단은 한진그룹에 최소 7000억원 이상의 추가 자구안과 오너 사재 출연 등 현대상선에 준하는 대주주 책임의지 표명을 요구해왔다.

하지만 한진그룹과 조양호 회장은 요구에 응하지 않은 채 3개월을 버텨왔다. 기존 한진그룹 측이 마련한 4000억원대 규모의 자산 유동화, 용선료 인하 및 선박금융 상환 유예 등 자구안 달성 발표도 그동안의 불복종에 감정의 골이 깊어진 채권단에게는 무의미했다.

채권단 자율협약 중단선언의 도화선이 된 한진그룹의 ‘삐딱선’은 어제오늘 비롯된 얘기가 아니다.

운임료 하락 등 해운업 시황 침체는 2009년부터 전 세계적으로 본격화 된 문제다. 세계 1위 해운사 머스크(덴마크)를 비롯해 프랑스와 독일, 일본의 글로벌 해운사들은 당시부터 자국 정부의 강력한 자금지원과 중재 아래 채무재조정을 실행, 재무부담을 어느 정도 덜었다.

현재의 한국처럼 자금지원에 용선료 조정 등이 전제조건이 딸린 것도 아니었다. 반면 국내 정부나 채권단의 경우 그동안 보유자산을 매각해 빚을 줄이는 단기적 처방에만 급급해 왔다. 결과적으로 팬오션과 대한해운 등의 해운사들은 법정관리에 들어갔다.

결국 한진그룹 입장에서는 수년간 부실징후에도 정부나 채권단이 지원에 손 놓고 있다가 이제 와서 ‘감 놔라 배 놔라’ 하는 형국인 셈이다.

이런 상황에도 조 회장은 지난 2014년 제수씨(최은영 전 회장)로부터 회사를 물려받은 이후 한진해운을 살리겠다는 일념으로 동분서주해왔다.

조 회장에게는 한진해운은 부친 조중훈 회장이 세운 회사인 데다, 그룹의 자랑인 육·해·공 통합 물류 서비스의 한 축이라는 점에서 큰 상징적 의미를 갖고 있기 때문이다. 본인도 신년사 등을 통해 이러한 뜻을 밝히곤 했으며, 경영정상화까지 연봉도 받지 않겠다고 했을 정도였다.

결국 벌크전용선 지분 매각 및 한진그룹 계열사 지분 매각, 대한항공의 지원 등을 통해 지난해 2조원 규모의 자구안 이행에는 성공했다. 최악의 시황 침체에도 불구하고 연간 영업이익 369억원이라는 준수한 실적도 냈다.

하지만 올해 4월 중순 총선 이후부터 정부가 고강도 구조조정 정책에 드라이브를 걸기 시작하면서 현대상선과 함께 한진해운도 주요타겟이 됐다. 이후 채권단 압박 속에 지난 5월 자율협약을 체결하기에 이르렀다.

이와 관련 경제개혁연대도 정부와 채권단 등의 책임론을 거론했다. 경제개혁연대는 “2013년 세운 재무구조 개선 목표를 초과 달성했음에도 또 다시 구조조정이 필요하게 된 것을 단순히 외부상황의 악화 탓으로만 돌릴 수 없다”고 지적했다.

이어 “한진해운 부실에 책임 있는 최은영 전 회장이 한진해운의 자구 노력에 아무런 보탬 없이 조 회장과 한진그룹 계열사에 회사를 떠넘기고 떠났다”며 “구조조정 계획에 책임 있는 대주주의 손실부담 관련 내용이 없었다는 것도 문제”라고 덧붙였다.

물론 한진그룹이 한진해운의 법정관리를 묵인할 수밖에 없었던 것은 장기 시황 침체도 무관하지 않다. 이런 상황에 한진해운에 대한 추가지원이 실시될 경우 부실이 대한항공 등 주요계열사를 비롯한 그룹 전반으로 확대될 수 있는 위험이 있다.

한국신용평가도 “대한항공이 한진해운에 대한 독자지원을 결정할 경우 재무부담 확대 가능성이 커 신용도 하락이 불가피하다”라고 언급한 바 있다.

배임 논란도 문제다.

당장 글로벌 운임도 시원찮은데 새로운 해운동맹(얼라이언스)까지 잇따라 출현하면서 ‘레드오션’을 예고하고 있다. 자금 추가 지원이 경영정상화로 이어진다는 보장도 없는 데다 자율협약을 체결 중인 한진해운은 조만간 출자전환과 대주주 감자 등도 실시해야 하는 입장이다.

시황상 뚜렷한 명분이 없는 상황에 무턱대고 지원자금을 늘렸다가는 조 회장을 포함한 경영진 모두 배임혐의를 받을 수 있다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