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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진해운 법정관리] 조양호 회장 ‘대주주 책임론’의 허점

이상한 법정관리 잣대… “원칙과 책임 없는 대주주 따로 있어”

안광석 기자 (novushomo@ebn.co.kr)

등록 : 2016-08-31 12:29

▲ 조양호 한진그룹 회장.ⓒ한진그룹
한진해운의 법정관리행이 결정되면서 대주주 책임론이 부각되고 있는 가운데 재계 일각에서는 조양호 한진그룹 회장에 대한 ‘동정론’ 또한 제기되고 있다.

KDB한국산업은행 등 채권단이 강조한 대주주 책임론 자체의 기준이 일정하지가 않기 때문이다.

또한 조 회장도 한진해운 부실경영의 원인 제공자는 아닌 데다, 시황 침체라는 악조건 속에서 지난 2년간 한진해운 경영정상화에 동분서주 해왔다는 점이 인정된다.

◆“기준 없는 원칙과 책임”

우선 이동걸 산업은행 회장은 30일 한진해운 자율협약 지속불가를 선언하면서 강조한 ‘원칙’이 시장경제논리 원칙인지, 산은 자체적인 원칙인지 알 수 없는 상황이다.

이 회장은 “국민 혈세를 쓰는 입장에서 원칙에 따라 결정할 수밖에 없었다”며 “(조 회장이)대주주로서의 책임 있는 모습도 미흡했다”고 말했다.

하지만 대우조선해양의 사례를 보자. 산은은 대우조선해양의 대주주이며 수년간 최고재무책임자(CFO)까지 파견해왔다.

대우조선해양은 지난 2015년 5조원대 영업손실을 낸 데 이어 올해 상반기에도 4499억원의 영업적자와 1조1895억원의 당기순손실을 기록했다. 부채비율은 7000%를 넘는다. 올해 말까지 자본잠식구조를 해결하지 못하면 상장폐지다.

이 회장이 강조한 원칙이 시장경제논리에 의거한 것이라면 대우조선해양도 당장 법정관리에 돌입해도 이상하지 않은 상황이다.

그러나 정부 및 산은을 비롯한 채권단은 지난해 4조2000억원대의 금융지원을 결정한 데 이어, 최근에는 상폐를 막기 위해 산은 주도로 1조6000억원대의 출자 전환을 계획 중이다. 정부는 한 술 더 떠 지난 7월 대우조선해양을 특별고용지원업종에서 제외하고 8월 대기업 신용위험 정기평가에서는 정상등급으로 분류했다.

한진해운은 시황 침체에도 지난 2015년 자체적 자구안 이행을 발판으로 오히려 369억원의 흑자를 냈다. 당장의 운영자금이 마련이 어렵다는 점은 마찬가지였으나 결국 대우조선해양과는 상반된 길을 걷게 됐다.

국회나 감사원도 대우조선해양에 대한 산은의 부실관리를 인정했다. 과연 산은은 혈세가 들어가는 기업에 대주주로서 책임을 다했는지, 당사자가 강조한 원칙대로 처리했는지 의문시되는 상황이다.

재계 한 관계자는 “기업규모에서 차이가 있는 만큼 국책은행을 비롯한 금융권 위험노출액(익스포저)이나 고용 등 후유증 규모를 감안한 것으로 보인다”며 “다만 조선과 해운이 밀접해 있는 국내 산업구조상 어느 쪽이 더 후유증이 크다고는 단언할 수 없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조양호 회장은 할만큼 했다

둘째로 산은 등 채권단이 강조한 대주주 책임론대로라면 불과 2년 전부터 한진해운 경영을 맡은 조 회장이 아닌 현재의 부실을 방치한 최은영 전 회장에게 적용해야 한다.

최 전 회장은 지난 5월 한진해운 자율협약이 개시되기 전 미공개 정보를 이용해 회사 지분을 팔아넘긴 혐의로 검찰수사까지 받고 있다. 하지만 금융당국은 최 전 회장의 지분이 없어 처벌할 법적근거가 없다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이에 산은 등 채권단은 구조조정 계획에 부실경영 책임이 있는 대주주의 손실부담은 포함하지 않은 채 조 회장의 희생만을 강요해 온 모양새다. 조 회장이 자율협약 이후 추가지원을 망설였던 것은 워낙 시황이 좋지 않아 부실이 그룹에 전이될 수 있는 데다, 배임논란이 불거질 것을 우려해서다.

그렇다고 조 회장이 2년 동안 아무 것도 안 한 것도 아니다. 오히려 조 회장 입장에서는 그동안 정부나 채권단이 부실징후에도 안이하게 대응하고 있다가 구조조정 정책에 떠밀려 이제 와서 ‘감 놔라 배 놔라’ 하는 형국이다.

운임료 하락 등 해운업 시황 침체는 지난 2009년부터 전 세계적으로 본격화 된 문제다. 이에 세계 1위 해운사 머스크(덴마크)를 비롯해 프랑스와 독일, 일본의 글로벌 해운사들은 자국 정부의 강력한 자금지원과 중재 아래 채무재조정을 실행, 재무부담을 어느 정도 덜었다.

현재의 한국처럼 자금지원에 용선료 조정 등이 전제조건이 딸린 것도 아니었다.

반면 국내 정부나 채권단의 경우 그동안 보유자산을 매각해 빚을 줄이는 단기적 처방에만 급급해 왔다. 결과적으로 팬오션과 대한해운 등의 해운사들은 법정관리에 들어갔다.

이런 상황에도 조 회장은 지난 2014년 제수씨(최 전 회장)로부터 회사를 물려받은 이후 한진해운을 살리겠다는 일념으로 동분서주해왔다.

조 회장에게는 한진해운은 부친 조중훈 회장이 세운 회사인 데다, 그룹의 자랑인 육·해·공 통합 물류 서비스의 한 축이라는 점에서 큰 상징적 의미를 갖고 있기 때문이다. 본인도 신년사 등을 통해 이러한 뜻을 밝히곤 했으며, 경영정상화까지 연봉도 받지 않겠다고 했을 정도였다.

결국 벌크전용선 지분 매각 및 한진그룹 계열사 지분 매각, 대한항공의 지원 등을 통해 지난해 2조원 규모의 자구안 이행에는 성공했다. 최악의 시황 침체에도 불구하고 연간 영업이익 369억원이라는 준수한 실적도 냈다.

이와 관련 경제개혁연대도 “2013년 세운 재무구조 개선 목표를 초과 달성했음에도 또 다시 구조조정이 필요하게 된 것을 단순히 외부상황의 악화 탓으로만 돌릴 수 없다”고 지적했다.

이어 “한진해운 부실에 책임 있는 최 전 회장이 한진해운의 자구 노력에 아무런 보탬 없이 조 회장과 한진그룹 계열사에 회사를 떠넘기고 떠났다”며 “구조조정 계획에 책임 있는 대주주의 손실부담 관련 내용이 없었다는 것은 문제”라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