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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진해운 법정관리] 한진그룹 ‘복잡한 심경’… 법정관리 손익계산서는

대한항공 등 주력계열사로의 부실 전이 막아
조양호 회장, 못다핀 육·해·공 종합물류기업의 꿈

안광석 기자 (novushomo@ebn.co.kr)

등록 : 2016-09-02 11:55

▲ 조양호 한진그룹 회장.ⓒ한진그룹
한진해운의 법정관리가 결정되면서 한진그룹의 표정이 복잡하다.

한진해운의 부실이 그룹에 전이되는 사태는 막았지만 채무동결로 인한 단기적 피해는 감수해야 하기 때문이다.

특히 조양호 한진그룹 회장의 경우 육·해·공을 아우르는 종합물류기업으로서의 꿈이 무너져 버린 상황이라 당분간 착잡함을 감출 길이 없어 보인다.

◆잠재부실 제거, 장기적으로는 이득

일단 한진그룹으로서는 미래의 잠재적 부실을 일찍이 털었다는 점에서 장기적으로 이득이 될 것으로 전망된다.

법정관리 전 한진해운 대주주는 한진그룹의 핵심 계열사인 대한항공으로 지분 33.23%를 보유하고 있었다. 하지만 대한항공은 지난 수년간 시황 침체로 인한 한진해운 지분 가치 하락 및 영구채권 평가 손실로 실적 부진에 시달려 왔다.

실제로 대한항공은 한진해운 리스크로 지난 1분기 1749억원의 당기순손실을 낸 데 이어 2분기에는 2508억원으로 적자폭이 더욱 확대됐다. 지난 2014년 한진해운을 인수한 이후 지원 과정에서 부채비율도 1000%(2분기 기준)를 넘었다.

현재는 글로벌 해운 시황 침체로 당장 내일도 기약하기 어려운 상황이다. 당장 글로벌 운임도 시원찮은데 새로운 해운동맹(얼라이언스)까지 잇따라 출현하면서 레드오션을 예고하고 있다.

이 가운데 한진해운에 대한 지원을 지속하는 것은 자칫 ‘밑 빠진 독 물 붓기’와 같은 상황을 연출할 수 있었다.

한국신용평가 및 한국기업평가 등 신용평가사들도 법정관리 전 한진그룹에 “더 이상 지원을 지속하면 대한항공 등의 재무부담이 확대될 수 있기 때문에 신용도 하락이 불가피하다”고 경고해왔다.

실제로 지난 8월 31일 한진해운의 법정관리가 결정된 후 대한항공 주가는 3거래일간 주가 상승률 20%라는 경이적인 기록을 달성했다.

노상원 동부증권 연구원은 “당장 4305억원 규모의 한진해운 관련 손실은 불가피하겠지만 올해 손실 인식 후 더 이상 계열사 리스크는 작용하지 않을 것”이라고 밝혔다.

정유석 교보증권 연구원도 “한진해운에 대한 리스크 해소로 대한항공의 본업 가치가 부각될 것”이라고 말했다.

◆단기적 손실 불가피… 조양호 회장 ‘두문불출’

물론 한진그룹은 지난 2년간 한진해운의 자회사 편입 후 자구안 차원에서 지원을 지속해온 만큼 당분간은 손실을 감수해야 한다.

모기업인 대한항공만 해도 2014년 한진해운을 자회사로 편입하고 9000억원 이상을 지원해 온 것으로 알려졌다. 결국 대한항공의 한진해운에 대한 위험노출액(익스포저)은 1조원에 가깝다는 얘기다. 이는 금융권의 한진해운 익스포저와도 비슷한 규모다.

법정관리가 결정되면서 그동안의 채무는 동결되고 이는 고스란히 대한항공 부채비율 상승 등의 재무구조 악화로 이어질 전망이다. 피해규모는 5000억원가량으로 추산된다.

다만 이는 단기적 손실요인인 데다, 앞으로 한진그룹 계열사들의 실적 개선이 이뤄지면 큰 위협은 되지 않는다.

하준영 하이투자증권 연구원은 “대한항공의 부채비율은 한진해운 관련 자산의 손실을 인식해도 3분기와 4분기 실적 개선으로 상쇄되기 때문에 큰 부담은 없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신민석 하나금융투자 연구원도 “3분기 양호한 실적과 환산이익을 감안하면 부채비율은 1000%를 하회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그럼에도 한진해운이라는 회사의 존재 자체가 그룹에 있어서도 큰 상징이었던 만큼 조 회장이라고 해서 마음은 편치 않을 전망이다.

한진해운은 조 회장의 부친 조중훈 전 회장이 육·해·공 통합 물류서비스기업을 꿈꾸며 세운 회사다.

본인도 신년사 등을 통해 이러한 뜻을 밝히곤 했으며, 경영정상화까지 연봉도 받지 않겠다고 선언하기도 했다. 심지어는 평소 스포츠를 좋아하고 후원을 아끼지 않던 그가 한진해운 자구안 마련을 위해 평창동계올림픽조직위원장 자리는 물론 리우올림픽 방문도 포기했을 정도였다.

조 회장은 한진해운 대표이사 회장임에도 법정관리행을 결정한 이사회에 참석하지 않았으며 그 이후에도 김포공항 집무실에서 두문불출 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재계 관계자는 “외부행사 일정 등도 모두 취소한 것으로 안다”며 “법정관리 여파를 최소한으로 줄여야 하는 과제가 있는 만큼 하루빨리 마음을 추스르는 게 그룹에도 이득”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