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갈 길 바쁜 재계… “국정감사 꼭 가야 돼요?”

갤노트7 발화 및 물류대란 사태 수습 바쁜 삼성 등 대기업
매년 경영 발목잡는 국감 “질문 같기라도 해야 참석하지…”

안광석 기자 (novushomo@ebn.co.kr)

등록 : 2016-09-20 12:54

▲ ⓒ연합뉴스
오는 26일부터 20여일간 열리는 국회 국정감사 일반증인(기업증인) 채택률이 사상 최대규모가 될 것으로 전망되면서 재계의 표정이 일그러지고 있다.

산업계 전반적으로 불황이 지속 중인 가운데 기업별로 구조조정 및 노사갈등 봉합 등 위기 극복에 집중하는 만큼 국감에 여력을 돌리기 힘든 상황이기 때문이다. 더욱이 올해는 스마트폰 발화 및 검찰수사, 지진 등 사건사고도 많아 수습하는 것만도 벅차다.

하지만 국가 3대 권력주체 중 하나인 입법부가 부르는데 신경쓰지 않을 강심장 대한민국 기업은 없다.

웬만하면 면죄부를 받아왔던 해외출장 및 건강이상 등의 핑계도 이번에는 먹혀들지 의문이다. 이번 국감이 20대 국회 첫 국감인 만큼 의원들의 ‘기선제압’ 내지 ‘보여주기’식 증인 채택이 예상되기 때문이다.

◆기업들 “바쁘다 바뻐”

아무리 현안이 없는 때는 없다고 하지만 최근만큼 주요기업들이 긴박하게 움직였던 때는 드물었다는 게 재계의 반응이다.

효과적인 의정홍보를 위해 여야 모두 증인 채택 1순위로 점찍고 있는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만 해도 야심작 ‘갤럭시노트7’ 발화 사태로 발목이 잡혀 있다.

대규모 리콜로 당장 3분기 실적에 빨간불이 켜진 데다, 갤노트7이 이 부회장의 야심작이었던 만큼 ‘포스트이건희’로서의 이미지도 훼손당한 상태다.

따라서 이 부회장은 당분간 실추된 소비자 신뢰 회복에 전력투구할 것으로 여겨진다. 이 부회장이 최근 사내이사로 임명된 것도 오너가로서 이번 사태에 대해 책임을 지겠다는 의미다. 발화 원인이 된 배터리 등의 문제점을 보완하고 해외에 팔린 물량 리콜 및 후속서비스에 전력을 다해야 하는 상황이라는 것이다.

부실경영 및 물류대란 청문회가 이번 국감의 테마인 만큼 가장 큰 조명을 받을 전망인 대우조선해양이나 한진해운도 부담스럽기는 마찬가지다.

환경노동위원회는 구조조정 문제 질의를 위해 정성립 대우조선해양 사장을 증인으로 채택한 상태다. 한진해운발 물류사태와 관련해서는 농림축산식품해양수산위원회 등 4개 상임위원회가 조양호 한진그룹 회장 증인 채택 여부를 두고 논의 중이다.

다만 정 사장의 경우 현재 선박건조대금 조기 수령 및 미인도 선박 인도 합의를 위해 전세계를 다니며 고군분투 중이다. 또한 내부적으로는 분식회계 의혹에 따른 검찰수사 장기화로 어수선한 분위기를 수습하고 있다. 대우조선해양 내부에서조차 “더 이상 나빠질 이미지도 없다”는 자조 섞인 푸념이 나올 정도다.

조 회장도 물류대란 장기화로 기존 대주주 책임론이 부각되는 상황인 만큼 운신의 폭이 좁은 상태다. 물류대란을 어떤 형태로든 빠르게 수습하지 않으면 비판여론이 더욱 커질 상황이지만 내부 이견차로 지원 방법조차 결정하지 못한 상태다.

정몽구 현대자동차그룹 회장이나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 증인 채택도 여야간 논의 중이다.

하지만 이들도 각각 실적 부진에 따른 해외법인 순방 등 쇄신 행보 및 부당내부거래 의혹에 따른 검찰수사가 한창 진행 중이라 국감현장 출석은 곤란한 상황이다.

◆국감 무용론, 연례행사 마냥 되풀이

주요기업들의 이러한 사정에도 불구하고 올해 국감 증인 채택율은 사상 최대치가 될 것으로 여겨지고 있다.

더불어민주당과 국민의당 등 야권이 증인 채택 의향을 밝힌 기업총수만 해도 총 140명으로 역대 최고치다. 또한 국감 기업증인 채택율은 해가 갈수록 증가하는 추세이기도 하다. 이는 과거 민주화 과정에서 대정부 견제 기능을 강화해 국회의 권한을 확대하자는 기존 국감 취지를 역행하는 모양새다.

1분 1초의 빠른 움직임이 생명인 기업 입장에서도 일단 국감증인으로 채택되면 수일간의 준비기간을 거쳐야 하기 때문에 무형적 피해도 엄청나다.

사정이 이렇다 보니 ‘국감 무용론’까지 제기되고 있다.

재계 한 관계자는 “CEO가 국감 증인으로 채택되면 예상질문 답변 등 준비기간만 수일인데 정작 당일날 답변시간은 5분 남짓”이라며 “대신 언제 어느 상황에서 어떤 질문이 나올지 모르기 때문에 하루종일 현장에서 대기하고 있어야 한다”고 토로했다.

이 관계자는 이어 “여야가 정치논리와 포퓰리즘에 의거해 앞뒤 사정 고려 안 하고 무작정 증인 채택율 증가에만 치중하다 보니 질문도 답변도 기대 이하가 되는 것 아니겠느냐”며 “지난 2015년 국감 당시 신동빈 롯데 회장과 관련한 정황이 그 예”라고 덧붙였다.

앞서 신 회장은 지난해 처음으로 국감에 참여했으나 여야의원들은 롯데그룹 후계자 분쟁에 대해 기존 알려진 내용 강조에만 그친 데다, “한국과 일본이 축구를 하면 한국을 응원하느냐” 등 핵심에서 벗어난 질문을 일삼아 논란이 인 바 있다.

사정이 이렇다 보니 기업인들이 갖은 구실로 증인 출석에 불응하는 것은 당연하다는 게 중론이다. 기업증인이 증인 출석 요구에 불응하더라도 벌금이 1500만원 안팎에 불과하다는 점도 이를 부추긴다.

이와 관련 전국경제인연합회 등 경제 5단체는 “정확한 사실관계 파악이 필요한 때 예외적으로 참고인으로 불러 의견을 듣는 경우를 제외하고는 기업인 증인 채택은 증인 적격에 관한 일반적 법 원칙에 따라 해당하는 경우에만 엄격히 제한돼야 한다”고 주장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