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종편집시간 : 2017년 05월 01일 11:40
EBN
EBN
페이스북 트위터 네이버뉴스스탠드
실시간 News

한진해운 파산 '후폭풍'…조선업계 수주에도 악영향

값싼 용선 택해 공급과잉 시장 극복…M&A로 선박 확보 전략에
'수주가뭄' 조선소 위기감 커져…해운업계는 선박 수급 개선 기대

황준익 기자 (plusik@ebn.co.kr)

등록 : 2017-03-06 15:58

▲ ⓒ한진해운
한진해운 파산이 국내 조선업체의 수주에도 악영향을 미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해운업 불황에 머스크 등 대형 선사들이 신규 선박 발주를 꺼리는것은 물론 이미 주문한 선박의 인도를 지연하는 사례까지 나타나고 있기 때문이다.

세계 1위 선사 머스크는 현대중공업에 발주한 선박의 인도를 미루면서 대신 한진해운의 1만3100TEU급 컨테이너선 6척을 한진해운이 내던 용선료보다 훨씬 저렴한 가격에 빌린 것으로 알려졌다.

6일 해운업계에 따르면 최근 세계 최대 해운사인 덴마크의 머스크라인이 현대중공업에 발주한 1만4천TEU(20피트 길이 컨테이너)급 초대형 컨테이너선 9척 가운데 일부의 인도 시기를 올해에서 내년으로 미뤘다.

앞서 현대중공업은 2015년 7월 머스크로부터 컨테이너선 9척을 11억달러에 수주했다. 당초 이들 선박은 올해 모두 인도될 예정이었지만 이 중 4~5척이 내년으로 늦춰진 것으로 알려졌다.

현대중공업 관계자는 "머스크로부터 인도 연기 요청이 들어와 수용했다"며 "선박이 건조되기 전이기 때문에 추가로 발생되는 손실은 없다"고 말했다.

머스크가 인도를 미룬 것은 신규 선박을 발주하는 것보다 선박을 빌리는 용선이 더 경제적이기 때문이다. 선박 공급과잉 시장에서 용선이 가장 합리적 선택이라는 것이다.

영국의 해운전문 컨설팅업체 드류리(Drewry)의 지난 1월 보고서에 따르면 한진해운이 법정관리 직전에 운영하던 컨테이너선 98척 중 31척을 경쟁선사가 용선하고 있으며 이 중 머스크가 가장 많은 11척을 운영 중이다.

이같은 움직임은 지난해부터 예고돼 왔다. 머스크는 지난해 9월 "이미 시장에 배가 너무 많은데 새 배를 주문한다는 것은 말이 안된다"며 신규 발주 제한을 선언한 바 있다.

특히 머스크는 독일 선사 함부르크수드를 인수하는 등 신규 선박 발주가 아닌 인수합병(M&A)을 통해 성장하겠다는 전략을 밝혔다.

글로벌 선사들의 M&A 열풍은 현재진행형이다.

지난해 12월 머스크의 함부르크수드 인수를 비롯해 ▲10월 일본 3사(NYK, MOL, 케이라인)의 컨테이너 사업부 통합 ▲7월 하팍로이드(독일)와 UASC(아랍에미레이트) 합병 ▲2015년 12월 CMA CGM(프랑스)의 NOL(싱가포르) 인수 및 코스코(중국)·CSCL(중국) 합병 ▲2014년 12월 하팍로이드와 CSAV(칠레) 합병 등 M&A가 활발히 이뤄졌다.

최근에는 세계 8위 선사인 OOCL(홍콩)이 코스코에 인수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고 있다.

그동안 선사들이 발주를 통해 규모를 확장했다면 공급과잉인 시장에서 선사들 간 M&A를 통해 선박을 확보, 규모의 경제를 실현하겠다는 전략이다.

영국의 조선·해운 분석기관 클락슨에 따르면 8000TEU급 이상 대형 컨테이너선 발주 금액은 2015년 160억달러에서 지난해 5억달러로 급감했다.

신규 컨테이너선 인도량도 지난해 93만4500TEU로 2015년 대비 46% 감소했고 60척(40만TEU)의 선박 인도가 지연됐다. 18척(5만7000TEU)은 취소된 것으로 나타났다.

글로벌 선사들의 발주와 인도 연기 등으로 가뜩이나 수주가뭄인 국내 조선소들의 상황은 더욱 악화될 전망이다.

현재 현대중공업을 비롯해 대우조선해양도 2015년 머스크로부터 수주한 1만9000TEU급 선박이 11척에 이른다. 올해부터 내년 2분기까지 순차적으로 인도될 예정이다. 대우조선 측은 "현재 머스크로부터 인도 연기 요청을 받은 사실이 없다"고 전했다.

조선업계와 달리 해운업계는 발주 제한과 용선 등으로 공급과잉 시장이 소폭 개선될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특히 지난해 총 933척(4440만DWT)의 선박이 해체되면서 글로벌 선박해체량은 t수 기준 역대 세 번째로 높은 수치를 기록했다. 컨테이너선의 경우 70만TEU가 해체돼 최근 최고치였던 2013년보다 48% 증가한 것으로 집계됐다. 선주들이 공급과잉으로 인한 운임하락 등을 극복하기 위해 선박을 해체하고 나선 것으로 풀이된다.

전형진 한국해양수산개발원 해운시장분석센터장은 "기간항로의 경우 지난해 뉴파나막스급 5척을 제외하고 8000TEU급 신조발주가 전혀 없었다"며 "1만TEU급 초대형선박 발주 자제 움직임이 상당 기간 계속돼 기간항로 수급에 긍정적인 영향을 줄 것으로 예상된다"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