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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민연금, 대우조선 채무조정안 수용…"상환 이행 보강 조치 감안"

"손실 최소화 할 수 있다는 판단"
"가입자 이익 최우선 고려한 결과"

김남희 기자 (nina@ebn.co.kr)

등록 : 2017-04-17 08:40

▲ ⓒ연합뉴스
국민연금공단이 17일 대우조선해양채무조정안을 전격 수용했다. 대우조선의 자율 구조조정이 회사채 투자 손실을 그나마 최소화할 수 있다는 판단에 따른 것이다.

국민연금 기금운용본부는 이날 자정이 지나 보도자료를 통해 대우조선의 자율적 채무조정 방안에 대해 찬성 결정했다고 밝혔다.

기금운용본부는 "국민연금 가입자의 이익을 최우선으로 고려했다"며 "채무조정 수용이 기금의 수익 제고에 더 유리할 것으로 판단해 찬성하기로 최종 결정했다"고 말했다.

본부는 "대우조선해양과 산업은행, 수출입은행이 만기연장 회사채에 대한 상환 이행 보강 조치를 취함에 따라 그 내용을 감안해 수익성과 안정성 관점에서 종합적으로 심의했다"고 덧붙였다.

국민연금이 보유한 대우조선 회사채 규모는 3887억원에 달한다.

금융당국과 산업은행이 제시한 대우조선 채무 재조정안을 수용하면 이 가운데 50%는 출자전환하고 나머지 50%는 만기를 3년 연장해야 한다.

삼정KPMG 회계법인의 실사 보고서에 따르면 국민연금 등 사채권자들의 투자자금 회수율 예상치는 대우조선 채무 재조정이 성공하면 50%, 채무 재조정이 무산돼 단기 법정관리인 P플랜(Pre-packaged Plan)에 돌입하면 10%, 청산되면 6.6%다.

이를 근거로 금융당국과 산업은행은 국민연금이 채무조정안을 수용하는 것이 합리적인 판단이라고 압박해 왔다.

그런데도 국민연금이 고민에 고민을 거듭한 것은 만기를 연장하는 나머지 50% 회사채의 상환이 불확실하다는 자체 분석 결과 때문이다.

국민연금 기금운용본부는 지난 12일 "대우조선이 배를 건조해 대금을 받더라도 원가에 미치지 못해 적자가 지속할 우려가 상당하다"며 "선박 건조대금도 시중은행의 선수금환급보증(RG)부터 갚게 돼 있어서 6년 만기 회사채에 대한 만기상환 불확실성은 더욱 높아진다"고 지적했다.

형평성 측면에서 불합리하다는 판단 역시 국민연금이 대우조선 채무조정안을 선뜻 수용하지 못하게 했다. 국민연금은 대우조선의 실사자료를 산은이 전부 공개하지 않아 경영 전망을 신뢰할 수 없었다.

우선 금융당국은 산업은행과 수출입은행 100%, 시중은행 80%, 사채권자 50%로 출자전환 비율을 제시했다.

하지만 산은과 수은, 시중은행의 RG채권까지 포함하면 이번 구조조정안에 따른 출자전환비율은 산은과 수은 9%, 시중은행 20%, 사채권자 50%로 크게 달라진다. 국민연금 등 사채권자에게 불리한 출자전환 비율이라는 것이다.

채무 재조정안이 수용돼 별 차질 없이 RG채권이 상환되면 산은·수은과 시중은행의 부담은 애초 제시한 출자전환 비율이 대폭 줄지만, 사채권자는 그대로 50% 손실을 감수해야 하는 셈이다.

금융투자업계의 한 관계자는 "대우조선의 총 부채규모 18조6000억원 가운데 은행들이 보유한 RG채권은 12조6000억원에 달한다"면서 "채무조정안이 성사돼 자율 구조조정에 돌입하면 내년 말까지 이 중 67%가 해소된다"고 분석했다.

산은과 수은 입장에서는 당장 최대 2조9000억원을 쓰면 12조6000억원의 67%에 해당하는 8조4000여억원을 1년 만에 회수할 수 있다는 계산이다.

반면 사채권자들은 회사채의 절반은 출자전환하고 나머지 절반 역시 3년간 묶인 뒤 2020년 7월 이후부터 3년간 분할 상환받게 된다. 이는 형평성 차원에서 큰 문제라는 게 국민연금의 입장이었다.

금융투자업계는 '이해상충의 문제'가 갈등 원인이 됐다고 지적한다. 일반적인 기업 구조조정과는 다르게 대우조선의 경우 최대 채권자인 산은이 최대주주라는 독특한 구조이기 때문이다.

금융투자업계 한 관계자는 "이같은 상황에서 최대 주주의 책임을 묻는 게 한계가 있었고, 최대 주주가 내민 구조조정안을 신뢰하기 힘든 가운데 대우조선 관리주체이기도 한 산은의 주도적인 역할도 부재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