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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선사에 외면받는 한국 조선

대한해운, 중국에 벌크선 발주…올해 들어 벌써 4번째
시장가에 계약해도 RG 발급 힘들어 “정부가 나서달라”

신주식 기자 (winean@ebn.co.kr)

등록 : 2017-05-18 09:43

▲ 한국 조선업계가 건조한 벌크선들.ⓒ각사

올해 들어 한국 중견선사들의 중국 발주가 이어지고 있다.

지난해에 이어 올해도 극심한 수주가뭄 여파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는 상황에서 한국 선사들의 중국 발주는 자국 조선업계를 외면하고 있다는 비판에서 자유로울 수 없으나 투자비용과 선수금환급보증(RG, Refund Guarantee) 발급여부를 고민해야 하는 선사들로서는 자국 발주 결정이 쉽지 않아 보인다.

17일 업계 및 외신에 따르면 대한해운은 최근 중국 청시조선소(Chengxi Shipyard)에 8만1200DWT급 캄사르막스 벌크선 4척을 발주했다.

이들 선박은 오는 2019년 4월부터 2020년 1월까지 순차적으로 인도될 예정이며 척당 선박가격은 2450만달러 수준이다.

영국 조선·해운 분석기관인 클락슨에 따르면 지난 12일 기준 8만1000DWT급 벌크선은 2500만달러에 발주가 이뤄지고 있다.

이를 감안하면 대한해운은 시장가격보다 척당 50만달러 낮은 가격에 이번 계약을 체결한 셈이다.

대한해운 입장에서는 중국 조선업계에 선박을 발주할 경우 시장가 대비 낮은 가격에 선박을 확보할 수 있으나 한국 조선업계로서는 자국 조선소를 외면하는 선사의 발주에 아쉬움이 남을 수밖에 없다.

성동조선해양을 비롯해 STX조선해양, 한진중공업, 대한조선 등 국내 중견 및 중소조선소들에서 이와 같은 선박의 건조가 가능한데다 지난해 극심한 수주가뭄을 겪은 이후 일감부족에 시달리고 있다는 점에서 조선업계는 한국 선사의 중국행에 비판의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올해 들어 한국 선사들의 중국 발주는 대한해운 뿐이 아니다.

팬오션은 지난 3월 중국 양즈장조선에 6만3000DWT급 오픈해치일반화물선(open-hatch general cargo carrier) 5척을 발주했으며 장금상선도 진하이중공업과 케이프사이즈 벌크선 4척 건조를 위한 의향서(LOI)를 체결했다.

이어 지난달 말 에이치라인해운은 중국 다롄조선과 VLCC(초대형원유운반선) 2척에 대한 건조협상에 나서는 등 벌크선 뿐 아니라 유조선 발주도 중국을 향하고 있다.

업계에서는 한국 선사들이 중국 조선업계에 선박을 발주하는 가장 큰 이유로 낮은 가격을 꼽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중국 조선업계가 한국 선사들에게 제시하는 선가는 한국 조선업계에서 수용이 불가능한 수준”이라며 “이미 도크가 바닥나기 시작한 조선소들도 있는 상황에서 이를 외면하고 중국으로 가는 선사들이 야속하긴 하나 선가 이야기를 꺼내면 방법이 없다”고 말했다.

도크가 비어도 고정비가 들어가는 조선산업의 특성을 감안하면 극심한 불경기 속에서도 조선소 유지를 위한 최소한의 수주는 이뤄져야 한다.

하지만 채권단 관리를 받고 있는 대부분의 한국 조선소들은 채권단 승인 없이 수주계약을 체결할 수 없을 뿐 아니라 계약을 체결하더라도 금융권에 해당 계약이 이익을 낼 수 있는 수주건이라는 사실을 입증해야 RG를 받을 수 있다.

업계 관계자는 “수주한 선박의 건조를 통해 이익을 낼 것인지 아닌지는 건조하는 과정에서 원자재가의 변동을 비롯한 다양한 변수에 의해 결정되는데 금융권은 시장가격과 같은 수준에 체결한 계약마저도 손실이 우려된다며 RG 발급을 미루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어 “한국 뿐 아니라 글로벌 선사들로서는 중국보다 더 높은 건조비용을 지불하면서도 RG 발급이 보장되지 않는 한국 조선업계에 선박을 발주하는 것이 불안할 수밖에 없다”며 “새로 출범한 정부가 조선업계에 대한 지원을 약속한 바 있는데 RG 발급을 보장해주는 것이 한국 조선업계에 가장 시급한 과제”라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