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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 커리지호 승선기-2] 24시간 긴장의 연속…"힘들지만 자부심 커"

당직·근무시간 외에도 돌발 상황 대비...생활 힘들어도 자부심 높아
"의무승선 기간인 3년만 배 타고 그만두는 사람 많다" 아쉬움 토로

황준익 기자 (plusik@ebn.co.kr)

등록 : 2017-11-03 19:45

▲ 기관실에서 기관사들이 회의하고 있다.ⓒ현대상선
[부산·상하이= 황준익 기자]"쉬지 못할 때가 많아요. 밤낮이 없고 시차적응도 힘들죠."

강민성 1등항해사는 기자에게 이런 말을 건넨다. 하소연도 잠시. 출항 준비를 위해 서둘러 갑판(데크)로 나갔다.

현대 커리지호 출항 모습을 취재하기 위해 엘리베이터를 타고 선교(브릿지)로 올라갔다. 등화관제를 실시해 깜깜한 브릿지에서 도선사, 선장, 항해사는 출항작업에 집중하고 있었다.

3항사에게 어떻게 출항작업이 진행되는지 물어보고 싶었지만 긴장되고 예민한 모습에 입술을 연신 깨물었다.

항해사들은 브릿지에서 당직근무를 선다. 근무는 항해사 3명이 4시간씩 임한다. 현대 커리지호는 1항사 04시~08시, 3항사 08시~12시, 2항사 12시~16시로 24시간 3교대다.

당직만 선다고 해서 항해사들의 업무가 끝나는 것은 아니다. 입출항 때는 모든 선원이 준비를 해야하고 당직 후 밀린 서류업무를 진행해야 한다.

그외 1항사는 선박의 데크를 책임지고 2항사는 브릿지 관리 및 유지, 3항사는 서류작성 등 기타 잡무를 도맡는다. 특히 1항사는 갑판부원의 일과는 물론 인사도 관리한다. 현대 커리지호에 승선한 갑판부원은 필리핀 선원들이였다.

강민성 1항사는 "항해사들은 규정 상 6시간을 연속을 휴식을 취하는 등 최소 10시간을 쉬어야 한다"며 "업무가 많아 충분한 휴식을 취하지 못할 때가 빈번하다"고 말했다. 피곤해서일까? 항해사들의 웃는 모습은 쉽게 보지 못했다.

▲ 강민성 1항사.ⓒ현대상선
당직근무를 서지 않는 기관사 역시 힘들긴 마찬가지였다. 기관사들의 근무시간은 보통 08시~17시다. 그 외 시간에는 무인당직시스템을 통해 기관실이 관리된다. 하지만 기관실에 문제가 발생했을 시 알람이 울리기 때문에 긴장의 끈을 놓을 순 없다.

실제 식사시간 중 알람이 울려 급히 식사를 마무리 짓고 나가는 기관사들의 모습이 자주 발생했다. 기관실도 선박 가장 아래에 있어 근무 중에는 밖을 보기란 쉽지 않다. 노후된 선박을 탈 경우에는 업무강도는 더욱 올라간다.

박치병 1등기관사는 "여름의 경우 기관실 온도가 45도까지 올라간다"며 "총 9명의 기관사들과 기관부원들이 하루에 마시는 물은 2리터짜리 600통에 달한다"고 말했다.

선원들은 24시간 긴장의 연속이지만 그렇다고 여가생활이 없는 것은 아니다. 현대 커리지호에는 헬스장, 탁구장, 노래방, 휴게실 등이 잘 갖춰져 있었다.

짧게는 한달 길게는 반년 넘게 이어지는 항해기간의 고독함을 달래주기에는 부족하지만 선원들은 환경이 점점 좋아지고 있다고 했다.

▲ 헬스장.ⓒ현대상선
▲ 특식 메뉴인 삼겹살.ⓒEBN
업무를 마치고나면 생각나는 것이 밥이다. 현대 커리지호는 식사시간이 조식(07~08시), 중식(12~13시), 석식(17시30분~18시30분)으로 정해져 있다.

메뉴는 대부분 한식이다. 조리부원 2명 모두 필리핀 선원이여서 괜찮을까 싶었지만 기우였다. 승선한지 이틀째 저녁 삼겹살이 나왔다. 맥주와 함께.

선원들도 음주를 한다. 단 맥주 2캔, 소주 2잔까지다. 허용시간도 22시까지다. 강민성 1항사는 "낮에 먹는 맥주가 일품이다"며 잔을 채우기 바빴다.

선박 안에서만 근무하는 선원들의 고충은 '고독'으로 정리된다. 해양대를 졸업해 3항사가 되면 군생활 대신 승선근무예비역으로 3년간 의무승선을 한다. 3항사에서 1항사까지 되려면 5년 정도가 걸린다.

1항사가 돼도 나이가 20대 후반에 불과하다. 20대 혈기왕성한 시기 통제된 생활과 인터넷 제한에 따른 외부와의 단절은 이들을 더욱 외롭게 만든다. 선원들은 "의무승선 기간인 3년만 배를 타고 그만두는 사람이 많다"고 입을 모은다.

강민성 1항사는 "1항사에서 선장이 되기까지는 시간이 상당히 오래 걸린다"며 "높은 연봉과 군대면제 장점에도 불구하고 1항사에서 그만두고 육상직, 해양공무원 등으로 이직하는 경우가 많다"고 털어놨다.

박현선 3항사는 "최근 승선근무예비역 규모를 줄이려 하고 있다"며 "그렇게 되면 학생들이 해양대를 가지 않을 것이다"고 안타까워했다.

▲ 박현선 3항사가 브릿지에서 당직근무를 서고 있다.ⓒ현대상선
그래도 현대 커리지호 선원들은 항해사란 직업에 자부심이 높았다. 캄캄한 새벽 브릿지에서 견시하는 항해사들의 눈빛은 매서웠다. '어둠은 빛을 이길 수 없다'는 사실을 증명하고 있었다.

정영기 현대 커리지호 선장은 "선박에서의 생활은 힘들지만 대한민국의 수출을 담당하고 있다는 자부심은 모든 선원들이 마찬가지일 것이다"고 강조했다.<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