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탈황장치 스크러버, 공급이 수요 못따라가

스크러버 설치 선박 900척 수준, 조만간 1000척 돌파 예상
유럽 제작업체에 밀려…국내 업체 지원 통해 설치 독려해야

황준익 기자 (plusik@ebn.co.kr)

등록 : 2018-08-17 16:17

▲ 스크러버가 장착된 'HMM Promise'호.ⓒ현대상선
2020년 국제해사기구(IMO)의 환경규제가 다가오면서 탈황장치인 스크러버(scrubber) 설치도 빨라지고 있다. 하지만 급증하는 수요에 비해 아직은 공급 여력이 미치지 못하는 실정이다.

17일 한국해양수산개발원(KMI) 및 노르웨이-독일선급(Dnv-GL)에 따르면 올 초까지 스크러버 장착 또는 주문된 선박은 415척에 불과했지만 세계 조선해양박람회 '포시도니아(지난 6월 4~8일)' 기간에 815척으로 증가했다. 최근에는 870척에 이른다.

이러한 추세가 지속되면 조만간 1000척의 스크러버 장착 선박이 운항될 것으로 예상된다.

IMO는 2020년 1월부터 연료유의 황산화물 함유량을 현행 3.5%에서 0.5%로 제한하는 규제를 시행한다. 선사들은 선박에 스크러버를 장착하거나 친환경 연료인 저유황유를 써야한다. LNG 연료 추진선도 대안으로 주목받고 있다.

주로 황산화물(SOx) 배출규제해역 내 운항시간이 많은 선박의 선주들이 스크러버 설치에 투자하고 있다. 스크러버 설치 신조선 계약 비율은 2012년에서 2015년까지 1%였지만 지난해에는 약 5%까지 증가하는 추세를 보였다.

아직 선주들의 관망으로 스크러버 설치율은 다소 낮은 편이지만 향후 설치가 급증할 것으로 업계는 내다본다.

스크러버를 제작하는 주요 기업은 바르질라(핀란드), 알파라발(스웨덴) 등이 꼽힌다. 스크러버 설치 시 값싼 연료를 사용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지만 초기 투자비용이 적게는 20억원에서 많게는 70억원까지 발생한다. 다만 연료비가 적기 때문에 2~3년이면 투자비용을 회수할 수 있다.

해운업계 관계자는 "선박에 스크러버를 설치하려면 파나막스급(5만~8만DWT, 3000~5000TEU)보다 커야하는 만큼 연료를 많이 사용하는 대형 선박일수록 스크러버 투자비용을 빨리 회수할 수 있다"고 말했다.

하지만 스크러버 공급능력이 선사들의 수요를 따라가기가 현 시점에서는 어렵다. 급격한 수요 증가로 제조 및 설치 공간이 부족한 것으로 전해진다.

KMI는 2020년까지 최대 9만척 선박이 스크러버 설치 대상으로 추산되지만 제조능력이 부족해 2020년까지 2000척, 2025년까지는 최대 1만척까지 설치가 가능할 것으로 분석한다.

김연태 한국선급 상무는 "선사가 스크러버 설치를 희망하더라도 2020년 전에 설치를 못할 수도 있다"며 "규제 시행까지 시간이 없기 때문에 저유황유로 선박을 운항하다가 여유가 있을 때 스크러버를 달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2020년 1월부터 스크러버를 달지 못한 선박들은 저유황유를 사용해야 한다. 이 경우 연료비 상승은 불가피하다. 스크러버가 준비된 선사는 경쟁우위를 확보할 수 있는 것이다.

스크러버 수요 증가로 국내 조선 및 기자재업계에도 호재다. IMO 환경규제에 대응할 수 있는 선박 디자인 및 엔진, 기자재 시장을 선점하기 위해 공격적인 연구개발에 나설 것으로 보인다.

현대상선은 지난 6월 조선기자재업체 디섹(DSEC)과 업무협약을 맺고 향후 선박에 스크러버 설치 시 디섹에게 맡기기로 했다. 지난해 8월 한진중공업으로부터 인수한 1만1000TEU급 2척에는 스크러버를 설치했다. 최근 조선 빅3에 발주한 선박 20척에도 대부분 스크러버가 설치될 예정이다.

문제는 스크러버가 고가이고 국내 기자재업체들의 설치 실적이 적다. 그만큼 유럽업체들과의 경쟁이 어려운 상황이다.

한국선주협회는 스크러버 설치비용으로 평균 50~60억원이 소요될 것으로 분석한다. 협회는 설치비용 지원 및 세제지원을 추진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한 해운사 관계자는 "선사들 사이에서는 스크러버 제작업체 및 능력에 대한 검증이 안됐고 규제를 충족할 수 있을지도 불확실하다는 인식이 강하다"면서도 "국내 선사들은 선박이 많은 유럽선사들과 달리 (선박이 적기 때문에) 짧은 시간 안에 스크러버를 설치할 수 있다는 점을 활용해야 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