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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시 국책은행 앞에 늘어서는 조선 노조 천막

9개월째 천막농성 성동조선 “조선소 매각 향방에 직원 생계 달려”
단식농성 들어간 대우조선 “산업은행 전횡으로 노사협상 지지부진”

신주식 기자 (winean@ebn.co.kr)

등록 : 2018-09-05 08:49

▲ ⓒEBN

산업은행, 수출입은행 등 국책은행들 앞에 다시 조선사 노조 천막들이 들어서고 있다.

이들 노조는 공통적으로 각 조선사의 대주주이자 주채권단인 국책은행에 생존권 보장을 요구하고 있으나 각사가 처한 상황에 따라 요구하는 목소리도 달라지고 있다.

여의도에 위치한 한국수출입은행 사옥 앞에 설치된 전국금속노동조합경남지부성동조선해양지회의 농성천막은 4일 기준 273일째를 맞이했다.

지회 관계자는 “지난 겨울 농성천막을 설치할 때만 해도 100일까지는 가지 않기를 기대했는데 어느덧 300일째를 눈앞에 두고 있다”며 “조선소 매각을 추진함에 따라 성동조선 인수에 관심을 갖는 기업도 있을 것으로 예상되나 수출입은행 측에서는 아직까지 아무런 언급이 없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회생절차를 진행 중인 성동조선은 지난달 31일 강기성 지회장을 비롯해 김경수 경상남도지사, 문성현 경제사회노동위원장, 공동관리인이 참석한 가운데 노사정 상생협약을 체결했다.

이번 협약에서 지회는 더 이상의 인력감축을 추진하지 않는 조건으로 오는 2020년 12월 31일까지 28개월간의 무급휴직 제안을 받아들였다. 당장 일자리를 잃는 것은 면했지만 2년이 넘는 기간 동안 급여소득 없이 버텨내야 하는 노동자들은 눈앞의 생계를 걱정해야 하는 처지다.

강 지회장은 오는 5일 수출입은행을 방문해 실무담당자를 만나 현재 상황과 향후 계획 등에 대한 답변을 요구할 예정이다. 지난 4월 회생절차에 들어간 성동조선에 대해 법원이 내년 3월까지 매각 여부를 매듭짓겠다는 방침이어서 지회의 고민과 우려도 높아지고 있다.

KDB산업은행 사옥 앞에는 지난달 말부터 대우조선노동조합의 농성천막이 설치됐다. 올해 사측과의 임금·단체협약 체결에 난항을 겪고 있는 노조는 대주주인 산업은행이 조선소 운영에 사서건건 전횡을 일삼고 있다며 협상권 보장을 요구하고 있다.

노조 관계자는 “조선소에 내려온 산업은행 측의 경영관리단이 조선소 운영 뿐 아니라 임단협 안건에 대해서도 시시콜콜히 간섭하고 있어 사측과의 협상이 지지부진한 상황”이라며 “사측과의 협상권을 보장해주던가 아니면 산업은행이 직접 협상에 나서야 하는데 산업은행 측은 경영간섭을 하지 않는다는 주장만 되풀이할 뿐 문제 해결에 대한 의지를 보이지 않고 있다”고 주장했다.

▲ ⓒEBN

홍성태 위원장의 임기 만료가 가까워짐에 따라 대우조선 노조는 오는 10월 신임 위원장 및 집행부 선출을 위한 선거를 실시해야 한다. 선거 준비를 위해서는 실질적으로 홍 위원장과 집행부가 노조로서 활동할 수 있는 기간이 얼마 남지 않은 상황이다.

노조는 천막농성을 정리하고 5일 옥포조선소로 내려가서 현장투쟁에 힘을 집중한다는 방침이다. 이와 함께 홍성태 위원장은 4일부터 조선소에서 단식농성에 돌입했다.

노조는 협상권 보장과 함께 최저임금 인상에 따른 일부 조합원의 급여 조정도 산업은행과 협의할 필요가 있다는 입장이다.

기업 성장과정에서 기본급 확대 대신 다양한 수당의 명목으로 실질급여를 늘려왔던 국내 대기업들의 특성으로 인해 대우조선 노동자들도 기본급은 최저임금 기준도 충족시키지 못하는 수준이다. 그러나 최근 몇 년간의 구조조정을 거치면서 다양한 명목의 수당들이 사라졌고 일감부족으로 야근·특근도 사라진지 오래다.

그 결과 입사한지 몇 년 안 되는 젊은 직원들은 최저임금 기준에 못미치는 급여를 받고 있어 이에 대한 조정이 필요한데 산업은행은 노사가 협의해야 할 문제라며 외면하고 있다는 것이 노조의 주장이다.

노조 관계자는 “주채권단이 있는 기업들은 경영관리단이 상주하면서 모든 비용지출에 대해 결제 없이 집행하는 것을 금지하고 있다”며 “대표이사가 있지만 실질적인 최종결제권자는 대표이사가 아닌 경영관리단”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그럼에도 불구하고 산업은행 경영관리단은 협의가 필요하다는 목소리를 외면하면서 비용집행에 대한 결제도 거부하고 있다”며 “올해 노사협상이 장기화되고 있는 것은 산업은행의 책임”이라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