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속절없이 무너지는 중소 해운

업계 5위 흥아해운 결국 워크아웃
"일회성 아닌 장기적 지원 필요"

이돈주 기자 (likethat99@ebn.co.kr)

등록 : 2020-03-17 10:44

▲ 흥아해운이 보유한 화학제품운반선(MR탱커) 부산 파이오니어호.ⓒ흥아해운
미국과 중국의 무역분쟁으로 홍역을 치른 중소 해운사들의 심정이 복잡하다.

양국 간 대립 영향이 채 가시기도 전에 코로나19 악재가 터지며 수익성 확보에 난항을 겪고 있기 때문이다.

최대 원부자재 수요처인 중국의 재고는 넘쳐나고 생산이 재개된 공장도 정상화까진 시간이 걸려 해운사들의 물량 확보는 요원한 상황이다.

최근 유가 급락에 따른 원유 수요 확대도 가능성이 낮다. 현재 저유가 기조는 단기성이 강한 반면 중국 등 글로벌 수요는 언제 회복될지 불투명하다.

정부의 지원은 이번 사태를 막기 위한 일회성 대응에 그치고 있어 중소선사들의 재도약에는 역부족일 것으로 예상된다.

17일 해운업계에 따르면 최근 국내 5위 선사 흥아해운은 KDB산업은행을 주채권으로 하는 채권 금융기관 워크아웃(재무구조 개선)을 신청했다.

흥아해운의 이 같은 결정은 미·중 무역분쟁 등에 더해 코로나19 사태 확산으로 실적 부진이 가속화됐기 때문이다. 특히 중국의 원유 수요 감소 영향이 컸다.

동남·동북아시아 지역을 주로 운항하는 흥아해운은 지난 2019년 12월 재무구조 개선을 위해 장금상선과 컨테이너 사업 부문을 합병하고 탱커 사업에 집중하기로 했다. 하지만 코로나19로 이 지역 물량이 대폭 감소해 흥아해운의 전략은 물거품이 됐다.

▲ 팬오션이 보유한 벌크선 팬 비바호.ⓒ팬오션
장금상선 등 중소 컨테이너선사들과 벌크선사들도 물량 부족에 시달리며 실적 부진이 심화되고 있다.

지난 13일 벌크선운임지수(BDI)는 631포인트를 기록했다. 지난 1월 초 기록한 고점 대비 300포인트 이상 낮다. 특히 12만톤 이상 대형 벌크선의 시황을 나타내는 발틱 케이프사이즈 운임지수(BCI)는 나락으로 떨어졌다.

BCI는 지난 주 평균 마이너스 300포인트 수준으로 나타났다. 지수가 마이너스를 찍었다는 것은 현재 원자재 선적에 대한 실제 수요가 없음을 의미한다.

중소선사들의 향후 전망도 먹구름이 가득하다.

물량 확보를 위해선 중국의 생산 회복이 절실하나 이는 요원한 상황이다. 공장 가동률은 절반 수준에 불과하며 불황을 막기 위한 빈 공장 가동 등 허수도 존재한다.

코로나19가 글로벌 이슈로 퍼져나가고 있는 점도 물동량 하락을 촉발할 공산이 크다. 철광석 등 원부자재 수요는 중국의 기존 재고분 보유 및 공장 가동 저하 등으로 인해 확대 가능성이 낮다.

최근 사우디아라비아 등 산유국들간의 증산전쟁으로 유가가 급락하며 원유 수요도 늘 수 있다는 긍정적인 목소리가 존재하나 이 또한 희망사항일 뿐이다.

유가 하락 시 그만큼 수요도 증가해야 해운사들의 수익성도 확대될 수 있다. 하지만 지금처럼 수요가 부진한 상황에선 어림도 없다. 특히 현재 저유가의 경우 단기성이 짙어 수요 회복 전 다시 오를 가능성이 높다.

해운업계 관계자는 "평소 과도한 경쟁 및 시황 침체로 부진을 겪고 있는 중소선사들에게 이번 사태가 주는 타격은 더 배로 다가올 것"이라며 "수요 상승 등 긍정적 전망도 들려오나 아직까지 뚜렷한 회복세는 없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정부가 이번 사태를 두고 내놓은 지원책 또한 평소 이뤄졌어야 할 일"이라며 "중소선사들의 재건을 위해선 일회성이 아닌 장기적 지원이 동반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