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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형 조선사의 기적..산업지도 바뀐다

- 성동조선, 신조 진출 4년만에 글로벌 ‘Top10’ 신화
- SPP도 순항..적절한 투자 타이밍.인재영입이 성공비결

김홍군 기자 (kiluk@ebn.co.kr)

등록 : 2009-02-16 05:00

▲ 성동조선해양과 SPP조선그룹이 신조산업 진출 4년만에 중소 조선사의 기적을 만들어 가고 있다. 왼쪽은 경남 통영 안정국가산업단지에 위치한 성동조선해양, 오른쪽은 사천의 SPP해양조선

‘탕 탕 탕’ ‘웅~~’ ‘치지직’

지난 11일 경남 통영의 안정국가산업단지에 위치한 성동조선해양. 철판을 자르는 절단기가 불꽃을 튀기며 쉴새 없이 돌아가고, 해머와 그라인더, 용접기 등을 손에 쥔 작업자들이 다양한 모양과 크기의 블록에 달라붙어 바쁜 손을 놀린다.

육상건조를 위해 설치된 스키드레일 위에선 조선소의 상징인 골리앗크레인이 건조중인 정유운반선(PC선)에 초대형 블록을 들어 올리고 있다. 소조립-중조립-대조립 공정을 거쳐 선박에 탑재되는 블록은 크기가 집채만하다.

성동조선 관계자는 “밖에서는 온갖 안 좋은 이야기들이 나오지만, 주어진 납기를 맞추기 위해선 쉴 틈이 없다”며 “다들 어렵다고 하는데, 여기선 남 얘기 일 뿐이다”고 말했다.

성동조선해양은 최근 클락슨이 수주잔량을 기준으로 발표한 세계 조선사 통계에서 세계 10위, 국내 6위를 기록한 중형 조선사다. 지난해 말 현재 수주잔량은 323만 CGT(약 69억 달러)로, 2011년까지 일감을 확보한 상태다.

건조량도 나날이 늘어 2007년 15척, 2008년 18척에 이어 올해에는 33척을 건조할 예정이다. 이 같은 건조량 증가는 실적으로 이어져 2007년 7천600억원이던 매출은 지난해 1조500억원으로 40% 가까이 증가했으며, 올해에는 3조원을 넘어설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같은 날 저녁 6시가 넘어 도착한 경남 사천의 SPP해양조선. 주변은 이미 어두워졌지만 우뚝 솟은 골리앗크레인에 달린 조명이 환하게 켜진 조선소는 대낮 같다. 정해진 납기에 맞춰 선박을 완공해야 하기 때문에 요즘 매일 8~10시까지 잔업을 하고 있다는 것이 박유미 주임(계약관리팀)의 설명이다.

지난 6일 5만t급 PC선을 진수한 드라이도크에서는 또 다른 시작이 준비되고 있다. 도크 한 쪽으로 선박 바닥의 중앙을 받치는 용골 블록이 자리하고 있고, 같은 규모의 선박 3척도 블록을 탑재하거나 용접작업이 한 창이다.

이 조선소는 통영과 고성에 야드를 가진 SPP조선과 함께 SPP조선그룹의 미래를 책임질 전초기지다.

SPP는 성동조선해양과 마찬가지로 최근 급성장한 중형 조선사다. 지난해 말기준 수주잔량(통영, 사천 합계)은 286만 CGT로 세계 16위, 국내 8위다.

매출도 2006년 2천483억원, 2007년 6천828억원, 2008년 1조3천587억원 등으로 급성장 중이다.

중형 조선소로 분류되는 성동조선과 SPP의 이 같은 성과는 신조사업 진출 4년 만에 이룬 것으로, 중형 조선소의 기적이라 불릴 만하다.

성동조선해양 관계자는 “2000년대 초 신조를 시작하고 한다고 했을 때 현대.대우.삼성도 아닌 당신들이 어떻게 배를 짖느냐는 얘기를 들었지만, 실적으로 그 같은 불신을 이겨냈다”고 말했다.

▲ 적절한 타이밍이 기적 만들어..전문가 영입도 비결
기적을 만들어 가는 두 조선사의 비결은 적절한 타이밍에서의 과감한 투자가 꼽힌다.

2000년대 초 신조에 뛰어든 두 조선사가 본격적인 선박 수주에 들어간 것은 2004년. 블록을 만들어 대형 조선사에 납품하던 두 회사는 비슷한 시기에 조선소 건설에 들어갔고, 이후 조선호황이 맞물리면서 세계 조선산업 지도를 바꿔가고 있다.

막연한 조산업 호황에 기대 때 늦은 투자를 진행하다 퇴출 위기에 몰린 소형 조선사들과 차별화되는 부분이다. 실제, 두 조선사는 지난 1월 금융권의 중소형 조선사에 대한 신용평가에서 나란히 A등급을 받은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또한 신생 조선사로서의 한계를 극복하기 위한 전문가 영입도 또 다른 성공의 요인이다.

성동조선은 현대중공업과 현대미포조선에서 CEO를 역임한 유관홍 회장을 비롯해 윤혁 부사장(자재구매 담당), 변문성 부사장(영업) 등 조선업계에서 30년 이상된 전문가들을 영입했다. 유 회장은 특유의 열정과 노하우를 성동에 접목시켜 햇병아리 조선사를 불과 4년만에 글로벌 TOP조선사로 이끌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SPP도 삼성중공업 출신의 김인동 사장(영업총괄)과 한진중공업 출신의 곽한정 사장(생산총괄) 등을 영입해 틈새시장을 공략하는 사업전략을 수립하고, 성동조선과 함께 중형 조선사의 신화를 써 가고 있다.

SPP조선 엄관영 차장(경영기획팀)은 “신생 조선사로서의 한계를 극복하기 위해 대형 조선사에 잔뼈가 굵은 전문가를 영입해 영업과 생산 등의 사업부문을 조기에 안정시킬 수 있었다 ”고 말했다.

▲ ´아직 배고프다´..추가투자 및 내실 확보로 경쟁력 강화
짧은 기간 많은 성과를 이뤄낸 두 조선사지만, 투자는 지속되고 있다. 성동조선해양은 현재 가동중인 1야드에 이어 85%의 공정률을 보이고 있는 2야드가 올 중순쯤 본격 가동에 들어갈 예정이다.

900t 골리앗크레인과 8만t 규모의 플로팅도크 등이 도입되는 2야드는 케이프사이즈 벌크선과 컨테이너 등 대형선을 주로 건조하게 된다.

또 세계 최대 규모의 드라이도크(640m×150m)가 건설되는 3야드가 2010년 가동에 들어가면 초대형 유조선(VLCC)까지 건조가 가능해져 중형을 넘어 대형 조선소로 발돋움 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성동조선 정휘영 상무는 “신조사업에 진출한 만큼 조선 부문에서 글로벌 NO.1은 해봐야 하지 않겠냐”며 “설계인력 확보 등 규모에 걸맞는 내실을 착실히 다져나갈 계획”이라고 말했다.

SPP도 통영과 사천조선소 가동에 이어 고성조선소 투자를 집중하고 있다.

3만5천~5만9천t급 벌크선과 2천700~3천500TEU급 컨테이선을 주력으로 하는 고성야드가 완성되면, 통영(5만~7만4천t급 탱커, 5만9천~8만1천t급 벌커)-사천(5만~11만3천t급 탱커, 2만7천~3천500TEU급 컨테이너)-고성으로 이뤄진 전문화를 통한 전략적 생산체제 구축이 완료된다.

업계의 부러움을 한 몸에 받고 있는 두 조선사지만, 수주난과 발주취소, 인도연기 등 글로벌 금융위기에서 비롯된 조선산업의 위기 상황은 긴장을 끈을 놓지 못하게 한다.

SPP 관계자는 “수주가 안되다 보니 선수금이 안 들어 오고, 현금이 부족해져 유동성 위기에 몰릴 수 있다”며 “이 같은 문제는 모든 조선사 겪는 문제로, 수주가 재개됐을 때를 대비한 경쟁력 강화에 총력을 다해야 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