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종편집시간 : 2017년 11월 23일 15:53
EBN
EBN
페이스북 트위터 네이버뉴스스탠드
실시간 News

“우리가 쓸 선박은 우리가 만든다”

- 선박 ‘자국 건조주의’ 세계로 확산
- 중국 이어 브라질.러시아 등도 정책지원

김홍군 기자 (kiluk@ebn.co.kr)

등록 : 2009-03-23 05:37

세계적으로 조선산업 보호주의 물결이 일고 있다. 자국의 자원과 물류를 수송하는 선박은 자국 조선소에서 건조한다는 이른바, ‘자국 건조주의’가 브릭스(BRICs) 국가들을 중심으로 확산되고 있는 것.

23일 한국조선협회가 일본 해사프레스지에 실린 내용을 정리한 자료에 따르면 브라질과 러시아, 중국, 인도 등 브릭스 국가와 베트남, 카타르 등 신흥경제국들은 ‘자국 건조주의’ 정책을 추진하고 있다.

브라질 국영 석유회사인 페트로브라스 산하의 해운사인 트랜스래트로는 선박 수주난이 정점으로 치닫던 지난해 12월 말 수에즈막스 탱커 4척을 포함한 15척의 탱커 입찰을 실시했다. 하지만, 이 입찰은 우리나라를 비롯해 세계 어느 국가로부터 관심을 끌지 못했다.

입찰대상이 브라질 조선소로 제한돼 타 국가 조선소들은 입찰에 참가조차 할 수 없었기 때문이다. 이번 입찰은 트랜스패트로가 2005년부터 추진해온 49척, 50억 달러 규모의 선대 정비계획의 일환으로, 이미 29척이 브라질 조선소에 발주된 바 있다.

이 같은 브라질 조선산업 보호주의는 해양 쪽에서도 나타나고 있다. 페트로브라스는 자국 조선소에 리그나 드릴쉽 등 해양선박 100척의 건조를 장려하고, 건조된 선박에 대해서는 용선을 보증하고 있다.

브라질 조선업계의 올해 선박 매출은 90억 달러로 전년 대비 50% 증가할 것으로 전망되며, 정부계 펀드를 통한 조선업에 대한 출자도 100억레알(4천억엔)에 이를 것으로 보인다.

러시아는 자국 조선산업을 보호, 육성하기 위해 정부가 팔을 걷어 부쳤다. 2006년 6월 당시 푸틴대통령은 각료회의에서 발표한 대통령령에서 “한국 등 선진조선국에 대항할 수 있는 경쟁력을 우리 조선소가 가져야 한다”며 ‘조선대국’으로의 발걸음을 내디뎠다.

러시아는 2015년까지 선박 건조량을 2005년 대비 2.2배 높이고, 20만DWT급 선박의 건조가 가능한 설비를 정비해 세계 조선 톱10에 진입한다는 구상이다.

이 같은 미래비전은 대통령령을 발표한 지 겨우 4개월만에 나온 것으로, 이를 실행할 기관으로 조선업을 총괄하는 국영회사인 ‘United Shipbuilding Co(OSK사)를 2007년 발족했다.

이 과정에서 일본을 비롯한 일부 조선소에는 러시아 해운회사를 통한 기술지원 요청이 있었다. 러시아 조선소가 건조하는 LNG선 기술협력에 관한 것으로, 세계 1위의 원유.천연가스 생산량을 자랑하는 러시아는 브라질과 마찬가지로 자국 자원프로젝트에 사용되는 선박을 자국에서 건조하고 싶다는 의도를 나타냈다.

또 최근에는 정부계 개발은행은 비볼크조선소의 조선소 건설계획에 대해 580억루블(1천800억엔)의 융자를 결정했으며, 정부도 경제위기와는 무관하게 TOP DOWN형 조선진흥 계획을 추진중이다.

자국 조선산업 보호주의의 원조는 중국이다. 중국은 10년 전부터 “중국에서 필요한 선복은 중국에서 조달한다”는 이른바 ‘국수국조’ 정책을 지속적으로 추진해 자국건조주의로의 전환을 거의 완료했다.

지난 1999년 1월 중국 선사의 선박 발주잔량은 약 180만GT로 이 중 중국 조선소로의 발주는 40%인 80만GT에 불과했으나, 10년이 지난 2009년 1월에는 3천180만GT의 90% 이상인 2천950만GT가 자국 조선소에 발주됐다.

‘국수국조’는 홍콩으로도 이어지고 있다. 그동안 일본 조선소의 주요 고객이었던 홍콩 선주들은 현재 70% 이상을 중국 조선소에 발주하고 있다.

특히, 중국 선사에 의한 발주는 벌커와 탱커 등 일반 선종 뿐만 아니라 LNG선, 자동차운반선 등 거의 전 선종으로 확산돼 해외 의존도가 절대적인 한국과 일본 조선업계를 위협하고 있다.

이밖에 인도도 조선업의 국제경쟁력 강화를 위해 선가 보조제도와 인센티브 제도를 도입해 자국 조선업계를 지원하고 있으며, 베트남과 카타르 등 브릭스 이외 국가들도 자국 보호주의에 동참하고 있다.

일본 해사프레스지는 "´자국건조주´는 한.중.일만이 세계 조선수요를 독점할 수 있는 것이 아니라는 것을 의미한다"며 "이제 조선업의 해외사업에 보다 전략적인 접근이 필요하게 됐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