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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운업계, 허리 무너지나?

시황 바닥, 적자폭 확대, 중소선사 법정관리 신청 속출

조슬기나 기자 (seul@ebn.co.kr)

등록 : 2009-08-12 09:31

지난해 하반기 전 세계를 휩쓴 금융위기의 여파가 일년 가까이 지속되며 해운업계가 비틀대고 있다. 경기 위축으로 대폭 줄어든 해상 물동량의 회복세가 더디게 나타나면서, 오랜 ‘체력싸움’을 견디다 못한 선사들이 잇달아 법정관리를 신청하는 등 백기를 들고 있는 것.

여기에 공정거래위원회가 해운업계의 ‘VIP고객’이라 할 수 있는 한국전력, 포스코 등 대량화물화주의 해운업 진입장벽을 낮추는 방안까지 모색하면서 중소형 선사들의 설 곳은 점점 좁아지고 있는 상태다.

12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올 들어 삼선로직스와 대우로지스틱스, TPC코리아 등 국내 20위권 선사들이 줄줄이 기업회생절차(법정관리)를 신청한 데 이어, 최근 중소선사인 세림오션쉬핑도 그 뒤를 따랐다.

신생선사인 세림오션쉬핑의 법정관리가 업계에 미치는 영향은 삼선로직스, 대우로지스틱스 등보다 훨씬 미미할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그러나 이밖의 몇몇 중소선사들도 심각하게 법정관리행을 고민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져, 향후 중소선사들의 법정관리 신청이 잇따를 전망이다.

한 중소선사 관계자는 "지난해 말보다 시황이 살아났다지만 아직 중소선사들은 이를 확실히 체감하기 어렵다"며 "대다수 선사들이 채무를 유예하고 미뤄왔으나, 계속 이렇게 버티긴 힘들지 않겠냐"고 어려움을 토로했다.

물동량 급감과 저운임이라는 이중고에 시달리고 있는 것은 영세한 중소선사들뿐만이 아니다. 규모의 경제를 갖춘 대형선사, 이른바 ‘해운 빅4’도 전 선종에 걸친 시황 악화로 부진을 면치 못하고 있다. 한 마디로 해운업계에 ´안전지대´는 없는 셈.

국내 최대 컨테이너선사인 한진해운은 지난 2분기 2천870억원의 영업적자를 거두며 사상 최악의 분기실적을 기록했다. 현대상선 또한 그동안 나름 선방했던 유조선시황까지 난항을 겪으며 대폭 늘어난 ‘적자 성적표’를 거머 쥐었다.

한진해운과 현대상선은 영업적자뿐 아니라 매출 역시 지난 1분기 대비 각각 6.4%, 15% 줄었다.

업계 관계자는 "3분기에 좀 더 나아졌기 때문에, 실적 개선효과가 있을 것"이라면서도 "대형선사들도 STX팬오션을 제외하면 올해 흑자전환 여부조차 기대하기 어려운 게 사실"이라고 우려했다.

이 관계자는 "최근 컨테이너 물동량이 늘어났다고는 하나, 이는 소비심리가 살아난 탓이 아니라 미국 등에서 바닥난 재고를 채우기 위한 ‘반짝 효과’라는 지적"이라며 "그나마 벌커시황이 여름 비수기 후 살아나길 기대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그러나 이 가운데 해운업계의 주요 고객인 대량화주들이 해운업 진출을 모색하면서, 업계의 입지는 더욱 좁아지고 있다.

한국전력, 포스코 등 대량화주들이 철광석, 연료탄 등 자사 벌크(건화물)화물을 직접 실어나르게 될 경우, 당장 일감이 끊기는 선사들은 배를 곪을 수 밖에 없기 때문. 경쟁력 없는 선사들뿐 아니라, 탄탄한 선사로 꼽혀온 몇몇 벌크선사들에게도 타격이 미치면서 한국 해운의 허리가 무너질 수 있다는 지적이다.

선주협회 관계자는 "대량화주들이 해운업에 진출하게 되면 당장 벌크선사들의 설 곳이 없어지는 것은 물론, 독과점 체제가 강화되며 해운산업 전체에 악영향을 줄 것"이라며 "산업 기반이 와해될 수 있다"고 꼬집었다.

한편, 컨테이너 시황의 지표 중 하나로 꼽히는 HR용선지수(Howe Robinson Container Index) 는 지난 5일 최저점인 340.2포인트를 기록하며 지난해 30%수준에서 바닥을 헤매고 있다.

6월 초 4천포인트선까지 회복했던 벌크선 운임지수(BDI)는 여름 비수기 등의 영향으로 하락곡선을 이어가며 지난 11일 2천623포인트를 기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