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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船)의 정석]"철판에서 한 척의 선박으로"

수주에서 인도까지_③생산공정

조슬기나 기자 (seul@ebn.co.kr)

등록 : 2010-03-12 05:00

▲ 대우조선해양 옥포조선소

국내 조선사들이 밀집해있는 거제는 ‘세계 1위’ 위상을 자랑하는 한국 조선의 과거이자 현재, 그리고 미래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그중에서도 단일 규모로 세계 최대를 자랑하는 대우조선해양 옥포조선소는 400만 평방미터(약 130만평)의 부지 내, 세계 최대 드라이 도크와 플로팅 도크, 900t 규모의 골리앗 크레인 등 최신식 장비를 갖춘 한국 조선의 ‘핵심기지’다.

여의도 면적의 1.5배 크기인 옥포조선소 야드는 중앙에 위치한 강재야적장을 중심으로 시계방향은 상선공정, 시계 반대방향은 해양사업공정이 가장 효율적으로 진행될 수 있게끔 ´물 흐르듯´ 각 공장과 설비들이 배치돼있다.

권민철 대우조선해양 생산관리팀 부장은 "건조량이 많아지며 조금씩 부지를 넓힌 타 조선소들과 달리, 처음부터 전체 부지에 대한 계획을 세우고 공정과정에 맞춰 배치했다"며 "배 한척이 7~8개월간의 설계과정을 거쳐 본격적으로 생산되는 과정이 하나의 흐름으로 이어져 있다"고 설명했다.

▲ 전처리를 마친 철판은 도면에 따라 절단된 후(上), 가공 단계를 거쳐 블록 별로 조립된다(下).
철강업체로부터 확보된 각종 철판 등 강재류는 야적장에서 선별과정을 거친 후, 가장 먼저 가공단계에 들어가게 된다.

녹을 제거(Shot Blasting)하고 녹이 슬지 않게끔 옷을 입혀 공정번호를 기록하는 전처리과정과 철판 절단, 곡가공(Roll Press) 작업 등이다.

푸른옷을 입은 강판은 자동화된 시스템에 따라 도면에 맞춘 수만여 개의 판으로 잘라진다. 이 과정에서는 자투리 없이 철판을 최대한 활용하는 것이 관건. 대우조선해양의 철판 활용도는 98%에 달한다.

설계정보대로 잘라진 각 철판들은 ‘매끈한’ 유선형부터 딱 부러지는 L자 블록의 한 면까지 다양한 모습으로 가공된다. 초대형유조선 한 척을 위해 필요한 부재 개수는 10만여개로, 보잉 747에 들어가는 부품보다 2만여개 많다.

선체의 모양에 맞도록 ‘접고 굽히는’ 과정도 필수다. 특히, 곡가공 작업은 곡형정보도에 따라 기계가 아닌, 사람이 직접 ‘열(Line Heating)’을 쏴 섬세하게 이뤄진다. 0.5mm, 0.5도가 어긋나도 조립단계에서 큰 차이가 발생할 수 있어, 주의에 주의를 또 기울인다고.

권민철 생산관리팀 부장은 "어쩌면 전자업계의 반도체보다 더 정밀하게 이뤄지는 것이 바로 선박생산과정"이라며 "생산 뿐 아니라 설계, 품질관리, 시운전, 조달 등 전 과정에 있어 이러한 기술력과 정밀도는 마찬가지"라고 자랑스러움을 드러냈다.

성형단계를 거친 철판은 이후 소조립-중조립-대조립 과정에 따라 40t규모의 블록 200~300여개로 분할 제작되며, 도크 단계에서 최종적으로 한 척의 배로 합쳐진다. 이에 앞서 블록내부에 우선적으로 설치될 의장품과 파이프 일부를 붙이고 말끔한 색으로 한단계 옷을 입히는 선행 의장, 도장(Painting)작업도 이뤄진다.

도크에서 작업하는 시간을 줄이기 위해 필수적인 것은 바로 PE(Pre-Election, 선행탑재)단계.

권민철 부장은 "도크 회전율을 높이고 더 많은 배를 건조하기 위해 중요한 과정 중 하나"라며 "크레인으로 이동 가능한 규모까지 블록 2~3개를 합치고 선각, 의장, 도장작업 등을 진행한다"고 설명했다.

▲ 왼쪽 위부터 시계방향으로 도크 탑재 전 링타입으로 만들어지는 블록, 1도크에서 건조 중인 선박의 작업 진행모습, 진수 후 안벽작업 중인 선박

도크에 첫 번째 블록을 놓는 용골거취(Keel Laying)는 강재절단, 진수 등과 함께 한 척의 배를 만드는 과정에서 중요 포인트로 꼽힌다. 이 시기를 기준으로 각종 국제규약이 발효되기 때문.

주로 선미 프로펠러 부분이 최초로 놓이며, 블록탑재, 용접을 통해 하나의 선박이 완성되면 도크의 문을 열어 배를 바다로 내보내는 ‘진수(Launching)식’이 실시된다.

대우조선해양은 드라이도크 2기, 플로팅도크 4기 등 총 7개의 도크를 확보하고 있다. 그중에서 세계 최대 규모인 제 1도크는 길이 530m, 폭 131m로, 총 4척의 선박건조작업(탠덤방식)이 동시에 진행된다.

지난해 대우조선해양의 도크회전율(Dock Turnover, 하나의 도크에서 건조할 수 있는 선박의 진수 횟수)은 9.6회. 대우조선해양은 2009년 한 해 동안 제 1도크에서만 10번가량 문을 열고 매 차례 2척씩 바다로 띄워 보냈다.

권민철 부장은 "지난해 대우조선해양의 강점인 LNG선을 포함, 총 56척의 상선(해상플랜트 포함 시 67척)을 인도했다. 2007년의 47척보다 훨씬 늘어난 수치"라며 "올해도 각 도크회전율 10회를 유지하며 LNG선, 컨테이너선, 벌크선 등 다양한 선박을 인도할 예정"이라고 자부심을 드러냈다.

바다로 나간 선박이 선주에게 인도될 때까지는 좀 더 시일이 걸린다. 안벽작업, 시운전, 명명식, 인도식 등의 과정이 남아있기 때문.

그러나 커다란 철판이 수백명, 수천명의 땀방울을 통해 한 척의 당당한 선박으로 완성되는 순간은 바로 도크 문을 열고 바닷물을 처음으로 접하는 지금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