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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업의 법칙①] 연계산업이 살아야 한다!

① 해운-조선 상생

조슬기나 기자 (seul@ebn.co.kr)

등록 : 2010-04-26 08:01

우리나라는 세계 1위의 조선강국이자, 최대 규모의 제철소를 갖추고 있다. 또한 세계 7위의 선단을 갖춘 해운국이기도 하다. 전통적으로 해운과 조선, 그리고 철강산업은 긴밀한 연관성을 갖고 서로 영향을 미쳐왔다. 우리나라는 이 세 산업이 동시에 상위권에 속하는 몇 안되는 국가에 꼽힌다. 하지만 실제 안을 들여다보면 산업 간 의존도에 비해, 협력도는 터무니 없이 낮다. 영국, 노르웨이가 해운·조선 강국의 위치를 영원히 누리지 못했듯, 우리나라 또한 현재 중국의 거센 추격에 쫓기고 있다. EBN은 일명 3S산업이라 불리는 해운(Shipping), 조선(Shipbuilding), 철강(Steel) 산업의 상호발전을 위해, 해운-조선, 조선-철강, 철강-해운 등 3회에 걸쳐 연계발전방향을 모색하고자 한다.[편집자주]


[EBN=조슬기나 기자] 노르웨이, 영국, 독일, 일본의 공통점은 무엇일까? 그 중 하나는 ‘해운강국’이자 ‘조선강국’으로 한때 전 세계를 호령했다는 점이다.

이들 국가의 역사 속에서 해운산업은 발전하고, 또 쇠퇴했다. 해운업의 발걸음은 그대로 조선업에 영향을 미쳤다. 해운업이 무너진 나라에서 조선업이 발전하는 일은 드물었다. 이는 선박의 수요자와 공급자로서, ‘공생공존’하는 해운업과 조선업의 관계를 보여주는 실례기도 했다.

해운업은 조선업에 가장 큰 영향을 미치는 선행팩트로 꼽힌다. 실제, 벌크선 운임지수가 고공행진하고 화물이 넘쳐났던 2000년대 중반, 국내 조선업계는 잇따른 발주에 ‘즐거운 비명’을 질렀다. 그리고 2008년 갑작스런 금융위기로 해운시황이 반전, 하락하자 그 여파는 ‘쓰나미’가 돼 그대로 조선업계에 닥쳤다.

해운강국 日의 ´저력´…"조선-해운-철강 ´긴밀한 3각 구도´ 배워야"
지금은 한국에게 ‘조선 1위’ 자리를 뺏긴 일본이 약 30년 간 글로벌 조선업계 선두에 설 수 있었던 것은 해운과 철강산업의 강력한 지원덕분이라는 목소리가 높다.

일본의 선박 보유량은 지난해 ‘선박왕의 나라’인 그리스를 제치고 세계 1위로 올라섰으며, 글로벌 대형선사도 NYK, MOL, K-Line 등 3개사에 달한다. 이 중 일본 최대선사인 NYK의 벌크선단 규모 및 실적은 우리나라 벌크선사 전체에 버금갈 수준이다.

현재 일본 선사들은 자사 물량의 상당부분을 일본 조선소에 발주하고 있다. 3대 선사 중 하나인 MOL의 경우, 향후 3년 내 인도가 예정돼있는 선박 190여척 중 80%가 일본 조선소에서 건조 중인 것으로 집계됐다.

나머지 15%는 LNG 등 고부가가치선 제조에 강점을 갖고 있는 한국 조선소들이, 5% 상당은 가격경쟁력이 높은 중국 조선소들이 수주했다.

조선업계 관계자는 "한국 조선사들이 수주하는 전체 물량 중 국내선사들의 물량은 10%도 채 되지 않는다"며 "일본은 세계 최고 경쟁력을 갖고 있는 선사들을 3사나 보유하고 있다. 발주 물량도 그만큼 많다. 한국도 분야별 초대형선사들을 키워내야 한다"고 강조했다. 현재 컨테이너 선복량을 기준으로 한 세계 10위권 국적선사는 한진해운이 유일하며, 10위권 내 이름을 올린 벌크선사는 전무한 상태다.

게다가 일본 선사들은 신일본제철, 히타치 등 일본 철강업체 및 조선업체와의 긴밀한 협력관계를 통해 조선-해운-철강의 ‘선순환’ 구조를 이어가고 있다.

선주협회 관계자는 "일본 철강업체들은 자국 선사들과의 장기수송계약을 통해 인도, 브라질 등으로부터 제철원료를 수입하고, 전용선을 발주하게 한다"며 "국적선사들이 일본 물량을 실어 나르고 싶어도 입찰정보조차 얻기 힘들만큼, 자국 내 협력관계가 돈독하다"고 설명했다.

일본 해운업계와 조선업계의 돈독한 협력관계는 이뿐만이 아니다. 특정 선사와 특정 조선사 간 긴밀한 관계가 오랫동안 이어지면서, 일본 조선사들이 단골선사의 ‘표준선형’을 확보하게 된 것이다.

일본 미쯔비시중공업은 자국 최대선사인 NYK의 표준선형을 갖고 있으며, K라인은 대다수 물량을 가와사키중공업에 발주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표준선형에 따라 건조하게 될 경우, 설계 등 단계별 공정이 빨라질 뿐 아니라, 원가 절감효과도 상당하다는 평가다. 선사로서는 보다 저렴한 가격에 선박을 매입할 수 있고, 조선사로서는 물량확보와 빠른 회전율이라는 두 마리 토끼를 잡는 셈이다.

해운업계 관계자는 "국내 해운·조선·철강산업이 모두 글로벌 수준인 것은 사실이나, 내부적인 협력은 부족하다"며 "일본의 선순환 구조를 배울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이 관계자는 "아직까지 국내 조선산업이 ´기술력´을 바탕으로 1위를 지키고 있으나, 여전히 해운·조선·철강 부분에서 강점을 보이는 일본, 무섭게 치고 올라오는 중국 등을 간과해서는 안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물량 업은´ 中의 무서운 추격…韓 "해운업과의 협력통한 ´기술개발´ 필수"
풍부한 노동력과 막강한 정부 지원을 바탕으로 무섭게 성장하고 있는 중국 조선산업은 최근 들어 LNG, 해양플랜트 등 고부가가치부문에도 눈길을 돌리며 ‘한국 조선업’ 추격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특히, 중국의 경우 ‘자국건조주의’, ‘자국수송주의’를 앞세워. 중국에 수입되는 모든 원자재를 자국 조선소에서 건조한 배로 자국 선사가 수송한다는 전략을 펼치고 있어, 향후 무서운 성장세가 예상된다는 평가다.

국내 대형선사의 한 중국 주재원은 "중국 조선산업의 추격, 중국 해운산업의 성장이 무서운 이유"라며 "중국 정부가 확실하게 지원을 펼칠 경우, 세계 1위 벌크선사, 5위 컨테이너선사인 코스코가 컨테이너 부문에서도 1위가 못될 것 같냐"고 반문했다.

중국은 전 세계에서 생산되는 철광석 중 70%상당을 수입하는 최대 철광석 수입국이며, 아시아발 북미향 컨테이너물량의 65% 이상을 점유한 ´세계 최대 시장´이다. 이 같은 시장을 보유한 중국이 본격적으로 조선·해운산업 강화에 나설 경우, 기본적인 물량싸움에서부터 뒤질 수 밖에 없다는 것.

또 다른 조선업계 관계자 역시 "최근 글로벌 대형 원자재업체 관계자로부터 ‘선박의 질은 한국이 좋지만 중국 정부의 요청으로 결국 중국조선소에 발주하게 됐다’는 설명을 들었다"며 "기술력에서 더 앞서나가기 위한 국내 조선업계의 노력이 필요하다. 과거 LNG선 건조 당시처럼 선사와의 협력도 강화돼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현재 국내 조선업계가 가장 강점을 갖고 있는 LNG선 건조부문은 1990년대 정부 주도하에 국내 조선사와 선사들의 협력이 이뤄졌기 때문에 가능했다는 평가다.

당시 정부가 국내 조선업계의 건조경험 축적을 위해 국적선사들의 자국 발주를 권장하면서, 현대중공업은 현대상선으로부터, 삼성중공업과 대우조선해양은 SK해운으로부터 각각 물량을 확보했다. 이를 통해 쌓인 노하우가 있었기에 결국 해외선주로부터의 수주도 가능했다는 설명.

후발주자인 중국의 추격을 물리치기 위해서는 고부가가치선 개발 등 해운산업과의 전략적 협력이 반드시 필요한 셈이다.

업계 관계자는 "한국형 LNG화물창의 상용화를 위해 ‘미완성(?)’인 기술을 시도할 수 있도록 협력해주는 선사가 있어야만 하는 것처럼, 지속적인 선박기술 개발을 위한 해운업계와의 협력이 중요하다"며 "상호 발전을 추구해야 함께 성장할 수 있다"고 거듭 강조했다.(다음편에서 계속)