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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싼값 집착´ 한전 장기수송 입찰, 도마 위에

원료 CVC 입찰서 법정관리 이력 삼선로직스 우선협상자 선정
안정성 고려않는 가격위주 업체 선정..한전은 ´저가입찰´ 부인

조슬기나 기자 (seul@ebn.co.kr)

등록 : 2010-07-08 11:06

한국전력이 향후 20년 간 발전용 연료 등 국가 기간물자를 실어 나를 선사를 선정하는 과정에서 기업의 경영상태, 이행실적보다 ‘단가’에 치중하는 등 ‘눈 앞 이익’에만 급급하는 모습을 보여 눈살을 찌푸리게 하고 있다.

특히, 한국전력의 이 같은 행보는 지난 2001년 자회사 분리 후 여러 차례 제기된 업계 안팎의 지적에도 불구, 꾸준히 지속되고 있어 ´리스크 요인을 무시한 저가 위주의 입찰´로 국가기간산업의 기초를 흔들고 있다는 비난을 피할 수 없게 됐다. <관련기사 ´반복되는 한전의 ´저가입찰´ 논란´>

8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한국전력 자회사인 남동발전은 지난달 30일 실시한 케이프사이즈급 장기수송계약(CVC) 입찰에서 ‘법정관리’ 선사인 삼선로직스를 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했다. 이에 따라 삼선로직스는 연간 140만t의 발전용 연료를 향후 15~20년간 실어나르게 된다.

삼선로직스는 금융위기 이후 국내 해운사 중 가장 먼저 법정관리를 신청, 올 초 법원으로부터 회생인가를 받은 업체로, 그동안 ´법정관리´ 딱지로 인해 건전성, 이행실적 등에서 국내외 타 선사들에게 뒤지며 해외 화물확보에 어려움을 겪어왔다.

이에 따라 이번 입찰에서는 원가 이하의 금액을 써내는 ´초강수´로, 우선협상대상자에 선정된 것으로 알려졌다.

당초 삼선로직스는 법정관리사라는 ´약점´으로 인해 입찰에서 불리한 위치에 놓일 것으로 예상됐으나, 적격심사 항목에서 ‘-40점’에 해당하는 결격사유 감점이 적용되지 않은 것으로 확인됐다.

EBN이 입수한 한국전력의 발전용 유연탄 용선입찰 적격심사 세부기준에 따르면, 한국전력의 자회사들은 입찰가격, 이행실적, 경영상태, 안정성, 결격사유 등 5가지 항목에서 각각 50 ~ -40점의 배점을 주고 있다.

이행실적, 경영상태, 안정성 등의 항목은 등급별 격차가 적어 반영도가 낮다. 이중 유일한 ´감점´항목인 ´결격사유´는 기간화물을 실어 나르는 만큼, 더 건전한 우량선사를 뽑기 위한 일종의 마지막 관문.

그러나 남동발전은 조달청 적격심사 기준에 제시된 ‘대상자가 법원의 정상화 판결을 받은 경우, 결격사유로 보지 않는다’는 심사조항을 세부기준의 5가지 항목보다 상위에 두고 심사를 진행, 감점을 주지 않은 것으로 확인됐다.

해운업계 관계자는 "입찰가격의 배점이 50%로 명시돼 있으나, 사실 거의 절대적이나 다름없다. 앞서 한국전력의 선정기준도 ´가격´에 대다수 좌우되는 모습을 보였다"며 "이번 삼선로직스 선정으로 향후 물량이 급한 부실선사, 소형선사의 ´덤핑경쟁´이 격화될 것"이라고 우려를 표했다.

특히, 협상대상자로 선정된 삼선로직스는 앞서 지난해 법정관리 신청 당시, 용대선 체인관계에 얽혀있는 타 국내외선사들에게 계약 불이행 등으로 영업적, 금전적 손실을 끼치며 파장을 일으킨 바 있어, 더욱 논란이 확장되는 추세다.

당장 실어나를 화물이 급한 선사와 10원이라도 줄여 좋은 경영평가를 받아야 하는 전력사측의 이해관계가 맞아 떨어지며, 근시안적 결과를 낳았다는 게 업계 관계자들의 중론.

법정관리 과정에서 타 업체에 피해를 준 기업에 대한 ´도덕적 제재´도 필요하지 않냐는 지적도 일각에서 제기된다.

앞서 금융위기 이후 드러나기도 했듯, 해운업계에는 선박을 빌려 다시 타 선사에 대여하는 ´용대선 체인´이 관행화돼있어, 한 선사의 부실이 또 다른 건강한 선사에까지 직격탄을 미치는 경우가 많다. 삼선로직스의 회생신청 후, 결국 법정관리에 이르렀던 TPC코리아(티피씨코리아)의 사례가 대표적이다.

또한 무엇보다, 향후 생존을 위해 ´물량확보´가 시급한 선사들이 출혈경쟁에 함께 뛰어들어 해운업 전체를 흔들 수 있다는 우려, ´건강한 입찰문화´를 만들어야 한다는 목소리가 가장 크다.

재계 관계자는 "한국전력의 ´저가입찰´은 건강한 입찰문화를 정착하는 데에도 도움이 되지 못할 것"이라며 "현재 기준은 이행실적, 경영상태, 안정선 부분의 점수배점이 세부적으로 나눠져 있지 않아, 우량선사와 부실선사의 구분조차 어려워보인다"고 현 심사체계를 꼬집었다.

특히, 한국전력 서부발전, 중부발전 등 타 자회사들이 앞서 ‘저가’만을 우선시한 선택 이후, 계약이 파기되고 원료 수급에 차질을 빚어야만 했던 ‘쓴 경험’을 몇 차례 겪었다는 점을 감안할 때, 더욱 더 빠른 시정이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지난 2008년 서부발전은 경험부족이 우려됐던 C&상선(씨앤상선)과 케이프사이즈급 5~10년상당의 CVC계약 3건을 체결했으나, C&상선이 적자난을 겪으며 선박운항을 제때 하지 못하자 결국 계약해지, 법정계류 수순을 밟아야만 했다.

중부발전 역시 비슷한 시기, 장기수송계약을 스팟(SPOT, 1회) 용선으로 대체 투입하겠다는 C&상선의 요청을 거부하며, 계약을 해지했다. 현재 C&상선은 부실선사로 분류돼 퇴출수순을 밟은 상태다.

아울러 남동발전은 폴라리스쉬핑이 파나막스급 선박을 최초 투입, 3년간 운행한다는 당초 계약 이행에 어려움을 겪자, 합의를 통해 매월 1항차씩 스팟선박을 투입하는 방식으로 연료를 확보하고 있다.

국내 중형선사 고위 관계자는 "(선사 선정보다) 향후 미칠 영향이 더 우려된다. 기간화물 장기 수송에 있어, 우량선사를 선정하는 과정이 얼마나 엄격해야하는지를 보여주는 대목"이라며 "단기수송이 아니라 20여년 간 실어 나를 선사를 선택한다면, 무엇보다 회사의 건전성을 우선시 해야 한다"고 거듭 강조했다.

또 다른 관계자 역시 "입장이야 충분히 이해하지만 ‘덤핑운임’으로 적자를 감수하고 뛰어든 선사가 과연 15년 이상 꾸준히 대량화물을 수송할 수 있을 지 우려되는 것은 사실"이라며 "앞서 서부발전도 C&상선이 선박투입을 제때 하지 못하자, 바로 계약을 해지하고 비밀리에 저가를 제시한 일본선사와 계약을 추진하다 업계에 논란이 일지 않았냐"고 지적했다.

이에 대해 한국전력측은 "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된 삼선로직스와 2위업체 간 가격격차가 거의 없다"며 저가입찰논란을 부정했다.

해운업계가 지적하고 있는 ´결격사유´에 대한 감점 역시 ´조달청 용역 적격심사기준´에 따라, 부도, 파산상태 등으로 계약이행이 어렵다고 판단되는 경우에만 적용되며, 워크아웃 등은 해당하지 않는다는 설명.

남동발전 관계자는 "발전 5사가 모두 ´조달청용역 적격심사기준´과 ´한국전력 물자수송적격기준´에 따라 일관성 있게 입찰을 진행하고 있다"며 "법원에서도 정상화를 결정한 기업이므로 결격사유가 없다고 판단됐다. 오히려 도의적차원에서 도움을 주는 것"이라고 반박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