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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복되는 한전의 ´저가입찰´ 논란

"기간물자는 국적선가가" VS "원가절감이 최우선" 충돌
적격심사 기준 개정.운송비 선지급 등 상생모델 찾아야

조슬기나 기자 (seul@ebn.co.kr)

등록 : 2010-07-08 11:13

유연탄, 철광석 등 기초 원자재 수송을 둘러싼 한국전력과 해운업계 간의 갈등은 어제 오늘의 일이 아니다. <관련기사 ´´싼값 집착´ 한전 장기수송 입찰, 도마 위에´ >

에너지 안보 측면에서 국가 기간물자를 국적선사가 실어날라야 한다는 선사측 주장과 원가 절감을 위해 ´단가 경쟁력´을 확보한 일본 선사까지 받아들여야 한다는 발전사측 주장이 배치되며 여러 차례 충돌이 있었던 것.

이에 따라 양측은 협의회를 구성하고 상생방안을 위한 대책을 논의하는 자리를 갖는 등 그간 입장차를 좁히기 위해 노력해 왔고, 지난해 ´선(先)지급 방식´을 적용한 남부발전과 SK해운의 장기수송계약이 ´선화주 상생의 좋은 예´로 떠오르기도 했다.

또한 금융위기 이후 에너지 안보의 중요성에 대한 공감대가 형성되며, 최근에는 국적선사 중심의 입찰이 다수 이뤄지고 있는 상태다. 하지만 한국전력이 여전히 ´가격´에 치우친 적격심사를 하고 있는 것으로 확인되며, 세부기준 시정의 필요성이 제기되고 있다.

해운업계 관계자는 "일본선사의 경우, 막강한 선단을 바탕으로 저렴한 가격을 제시할 수 있는 충분한 경쟁력을 갖고 있었지만, 그러한 역량이 없는 선사들이 ´덤핑운임´을 제시하면 업체 뿐 아니라 전체 업계에도 악영향을 미친다"며 "한국전력은 당장 써낸 가격보다 전체적으로 합리적인 기준을 세울 필요가 있다"고 일침을 가했다.

특히, 5가지 항목으로 구성된 한국전력의 적격심사 세부기준은 ‘가격’ 외 타 항목으로 ‘우량선사’와 ‘부실선사’를 판단하기 어렵다는 지적이다.

심사 항목 중 입찰가격의 배점이 50점으로 가장 높은 비중을 차지했으며, 이행실적(20점), 경영상태(20점), 안정성(10점)은 상대적으로 낮은 수준을 보였다. 경영상태의 경우 A-이상은 최고 20점, B+이하는 최저 10점으로 ‘단순 이분화’시켜 비교적 탄탄한 B등급과 C, D등급에 대한 격차가 거의 없었다.

아울러 최근 2년간 수송실적부문에서도 300만t 이상은 최고 20점, 200만t 이하는 최저 10점으로 단순 분류됐으며, 점수 차도 적었다.

또한 안정성을 반영하는 기준으로 ‘자사선 보유비율’이 선정된 점은 해운업을 제대로 이해하지 못한 것이라는 지적도 제기됐다.

한국전력에 따르면, 자사선 보유비율이 높은 선사는 그만큼 높은 점수를 받고, 자사선이 아닌 용선비율이 높은 선사는 낮은 점수를 받게 된다.

이 경우, 자사선 5척, 용선 10척을 운영하는 선사A보다 자사선 1척만을 보유한 군소선사 B가 더 유리한 위치에 서는 셈. 1척을 가진 선사와 10척 이상 보유한 선사의 배점 차이도 10점이내다.

역으로 자사선 1척을 가진 선사가 ´안정성´면에서 높은 평가를 받는 상황이 된다. 이를 보완하기 위해 설치된 ´이행실적´항목 역시 상하로 단순분류돼 있어, 공정한 평가기준으로 작용하지 못한다는 해운업계의 지적을 뒷받침한다.

실제 글로벌 해운업계에서 ‘규모’와 ‘실력’으로 인정받는 중견선사 및 대형선사들은 모두 ‘용선’비율이 높다. 운영선단이 많고, 선박을 빌려 항로에 투입하거나 타 선사에 대여해주는 용대선사업도 활발히 진행 중이기 때문. 오히려 군소선사 및 부실선사의 경우, 용선활동에 제약이 있어 선박을 빌리지 못하는 게 업계의 현실이다.

업계 관계자는 "자사선 보유비율은 안정성 평가항목으로 부적절하다. 용선활동에 제약이 있는 군소선사들에게 유리한 조항"이라며 "선단규모가 커야 수송실적도 있지 않겠냐. 이를 보완하는 이행실적도 상하로 단순분류돼, 입찰가를 낮추면 이행실적, 안정성은 별것도 아닌 항목으로 전락하게 된다"고 꼬집었다.

해운업계는 올해 한국전력 자회사에서만 최소 4~5건에 달하는 장기수송계약 입찰이 진행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이에 따라 향후 진행되는 입찰에서 군소 선사의 덤핑경쟁으로 업계 전체가 흔들리는 일은 없어야 한다는 게 대체적인 의견.

앞서 이달 초 열린 해운업계 사장단 연찬회에서도 ´건전한 수송체계 확립을 위한 가이드라인이 필요하다´, ´부실업체에 대한 부담이 건실 업체로 전가되지 않도록 기준을 강화해야한다´는 공감대가 형성됐다.

국내 중견선사 대표는 "수송안정성 확보를 위해 입찰 기준을 강화해야한다"며 "선화주 상생을 지원하는 실제적인 가이드라인, 제도 등이 나오면 좋겠다"고 바람을 밝혔다.

해운업계와 한국전력측이 모두 ´상생의 예´로 꼽는 사례는 바로 2009년 6월에 체결된 남부발전과 SK해운의 장기수송계약이다. 남부발전은 SK해운측에 15년간의 운임 1억달러 중 2천만달러를 선지급하는 방식을 먼저 제안했고, SK해운은 이 자금을 선박구매자금으로 활용할 수 있었다.

당시 황규호 SK해운 사장은 "선사측은 선박확보를 위한 금융부담이 줄어들고, 이로 인해 발전사측도 수송원가를 절감할 수 있다"며 "대량화주와 국적선사 간 Win-Win을 위한 좋은 본보기"라고 호평한 바 있다.

김쌍수 한국전력공사 사장 역시 같은해 10월 자회사측에 공문을 통해 ´남부발전이 채택한 선지급 방식을 상생모델로 활용하는 방안을 검토하라´는 의견을 내비쳤다. 그러나 양측이 ´좋은 예´로 꼽는 이 사례는 단 한번 시도됐을뿐, 더 이상 나아가지 못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