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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그룹 VS 채권단 ´물러설 수 없는 싸움´ 왜?

채권단, 신규 신용공여 중단 결정…그룹 "입장변화 없어"

조슬기나 기자 (seul@ebn.co.kr)

등록 : 2010-07-09 10:49

현대그룹과 채권단의 갈등이 ‘신규대출 중단’ 이라는 초강수까지 이어지며 점점 격화되고 있다. 현대그룹이 재무구조개선약정(MOU) 체결을 거부한 데 따른 1차 제재조치다. 반면, 현대그룹은 ‘우리 입장에는 변함이 없다’며 강경한 모습을 보이고 있어, 양측의 갈등은 돌이킬 수 없는 사태로 치닫고 있다.

재무구조약정체결을 거부했다는 이유로 신규 신용공여 중단 등 금융권의 제재가 가해진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주채권은행인 외환은행을 비롯한 채권단측은 그동안 체결 기한을 세 차례에 걸쳐 연장했으나 현대그룹측이 ‘절대불가’ 입장을 고수하자 결국 이 같은 조치를 취하게 됐다는 입장이다.

현대그룹이 보유한 현금 유동성은 1조3천억원 수준으로 알려졌으며, 올해 만기가 도래하는 금융권 여신은 약 5천억원 규모로 확인됐다. 금융권이 여신회수에 돌입해도 당분간은 버틸 수 있는 셈.

특히, 현대그룹이 최근 몇 년간 대규모 투자를 진행하지 않았던 점 등을 감안할 때 당장 경영상 큰 타격은 없을 것으로 예상된다. 그러나 금융권의 압박이 장기화될 경우에는 상황이 달라진다.

현재 현대그룹은 ‘재무구조평가가 공정하지 못했다’며 주채권은행을 변경해 다시 재무구조평가를 받겠다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이번 ´신규 신용공여 중단´에 대해서도 ‘지켜보고 대응하겠다’는 방침을 짧게 밝혔다.

▲ 현대그룹 및 범현대가의 현대상선 보유지분
현대그룹이 금융권의 압박에 이처럼 강경한 모습을 보이는 것은 바로, 이번 재무구조개선 약정 이면에 그룹 경영권 방어문제가 걸려있기 때문이라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현대그룹이 재무구조개선약정을 체결하게 되면 자산매각 등 구조조정이 불가피하며, 현대그룹의 명운이 달려있는 현대건설의 인수는 사실 상 물 건너가게 된다.

현대건설은 현대가의 상징성 뿐 아니라, 현대그룹 주력 계열사인 현대상선의 지분을 보유하고 있어, 현대그룹은 물론 현대차그룹, 현대중공업그룹 등 ‘그룹 정통성’을 확보하기 위한 범 현대가의 인수대상 1위로 꼽혀왔다. 현대건설이 보유한 현대상선 지분 8.3%의 향방에 따라 그룹 경영권에 위협이 가능하기 때문이다.

현재 인수계획을 밝힌 현대차그룹이 현대건설을 확보하게 되면, 현대차그룹과 현대중공업그룹, KCC가 보유한 현대상선 지분합계는 40%를 넘어선다.

반면, 현대그룹은 현대엘리베이터 20.6%, 현정은 회장 외 특수관계인이 3.23%를 보유하고 있으며, 외국계 투자사 등 우호지분을 합칠 경우 총 45%대다. 이 때문에 재계 일각에서는 이번 사태를 현대가를 둘러싼 또 다른 경영권 분쟁의 출발점으로 바라보기도 한다.

특히, 이번 갈등은 현대그룹뿐 아니라 외환은행 등 채권단 입장에서도 더 이상 물러날 수 없는 싸움이 되고 있다는 분석이다. 이미 세차례에 걸쳐 연장하며 물러설대로 물러섰다는 게 채권단측의 설명.

일부 채권은행에서 현대그룹 주력 계열사인 현대상선의 실적 턴어라운드 등을 토대로 긍정적인 입장을 나타내기도 한 것으로 전해졌으나, 전체적으로 ´금융권의 선례를 만들 수 없다´는 목소리가 더욱 거세다.

게다가 현대그룹의 입장을 수용해 주채권은행을 변경하고 재무구조평가를 다시 할 경우, 채권단측의 평가기준에 문제가 있었다는 점을 시인하는 결론이 되고 만다. 타 기업과의 형평성 문제, 선례에 대한 부담도 크다.

증권업계의 애널리스트는 "양측간 치킨게임이 장기화될 경우, 둘 다 유무형의 피해를 입을 수 밖에 없다"며 "그룹과 채권단도 이를 알고 있다. 양보를 통해 가능한 빨리, 조용히 해결하는 방안이 최선일 것"이라고 언급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