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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활 건 의지가 이뤄낸 ´막판 역전극´

조슬기나 기자 (seul@ebn.co.kr)

등록 : 2010-11-16 12:04

´생즉사 사즉생(生卽死 死卽生)´

다윗과 골리앗의 싸움으로 비유됐던 현대건설 인수전은 당초 막강한 자금력을 확보한 현대차그룹으로 무게중심이 기우는 듯 했으나, 결국 ´사활을 건´ 현대그룹이 우선협상자가 되는 ´막판 대 역전극´을 만들어냈다.

타 인수합병(M&A)과 마찬가지로 이번 인수전 역시 ´가격´이 관건이었다. 그러나 인수가격에 앞서, 경영권 방어와 그룹 정통성 확보를 위해 ´죽을 각오로´ 인수전에 나선 현정은 회장과 현대그룹의 간절함이 결국 이 같은 결과를 이뤄냈다고 재계 관계자들은 입을 모은다.

▲ 현정은 현대그룹 회장
16일 현대건설 인수 우선협상대상자 선정된 현대그룹컨소시엄은 이달 중 주주협의회와 양해각서를 체결하고, 이어 내년 1분기까지 실사 및 계약 등을 통해 매각작업을 마무리하게 된다.

두둑한 현금을 확보한 현대자동차그룹이 현대건설에 대한 투자전략과 장밋빛 청사진을 내세우자, 재계에서는 현대차그룹의 승리로 인수전이 마무리 될 것이라는 분위기가 압도적이었다.

현정은 회장이 이끄는 현대그룹의 인수는 사실상 어렵다는 관측이 내부에서도 제기됐다.

그러나 그룹 위기 때마다 강력한 뚝심과 리더십을 보여준 현정은 회장의 결단은 이번에도 빛났다.

현 회장의 결단에서 비롯된 5조원 대의 인수가격이 현대그룹과 현대차그룹에게 다른 결과를 가져다 준 것. 자금동원력, 그룹 재무상태, 시너지효과 등 대부분의 평가항목에서 현대차그룹이 앞섰으나, 가격차이가 워낙 컸다는 평가다.

올해 가장 뜨거운 M&A로 주목받는 이번 인수전에서, 현대그룹은 자금력에서 한 수 앞서는 라이벌 현대자동차그룹을 따돌리기 위해 전략적투자자를 확보하는 한편, 주요 계열사의 유상증자, 자본매각까지 단행했다.

상대적으로 부족한 주머니를 채우는 과정에서 막판 난항도 겪었다. 독일 M+W그룹이 컨소시엄을 이탈하고 현대건설 퇴직자들의 모임인 현대건우회가 사실상 현대그룹의 인수를 반대하는 내용의 광고를 게재하며, 인수전략에 ´빨간불´이 들어온 것.

그러나 현대그룹은 언론광고를 통해 현대건설이 어려운 시절 고 정몽헌 회장이 사재를 출연한 사실과 경영권 승계의 도구로 현대그룹을 이용하지 않겠다고 여론에 호소하는 동시, ´흑기사´ 동양종금과 손잡는 데 성공하며 한숨을 돌렸다.

현대그룹이 이번 인수전에 사활을 건 이유는, 현대건설이 보유한 현대상선 지분 8.3%의 향방에 따라 그룹의 경영권이 위협을 받을 수 있기 때문이다. 또한 고 정주영 명예회장- 고 정몽헌 회장- 현정은 회장으로 이어지는 ´정통성´을 이어가겠다는 의지도 강력했다. 말 그대로 ´그룹의 존폐´를 건 싸움이었던 셈이다.

결국 현대그룹은 현대그룹의 시작이라 할 수 있는 이번 현대건설 인수 우선협상자로 선정됨으로써 현대家 정통성을 유지할 수 있게 된 동시에, 경영권 및 신성장동력 확보라는 ´세마리 토끼´를 잡는 기회를 갖게 됐다.

또 현대건설 인수에 최종 성공하면 자산규모 22조3천억원, 매출 21조4천억원의 재계순위 14위 그룹(공기업 제외)으로 껑충 뛰어오르게 된다.

다만, 대우건설, 대한통운 등 대규모 M&A 성공 후 유동성 위기에 빠진 금호아시나그룹의 예처럼 무리한 몸집 불리기에 따른 ´승자의 저주´도 향후 현대그룹이 잊지 말아야 할 숙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