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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년 시황 어둡다더니´ 해운사 ´대규모´ 발주 왜?

낮은 선가, 장기수송물량 확보, 장기적 경영전략 등

정은지 기자 (ejjung@ebn.co.kr)

등록 : 2010-12-01 11:59

지난 해 ‘긴축살림’을 했던 해운사들이 최근 대규모 발주를 추진하고 있다. 특히, 벌크선, 컨테이너선, 유조선 등의 주요선종의 시황이 내년 혹은 내후년까지 불확실할 것으로 전망되는 가운데, 추진되고 있어 그 배경에 더욱 관심이 쏠린다.

1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STX팬오션은 최근 해치벌크선 20척과 8만2천t급 캄사르막스급 벌크선 3척을 발주키로 결정했다. STX팬오션은 그룹 계열사인 STX조선해양과 선박 건조에 대한 세부내용을 조율하고 있는 상황.

올 들어 국적선사 중 가장 많은 선박을 발주한 SK해운도 최근 초대형 가스운반선 1척을 추가 발주하며 선박확보에 잰걸음을 놓고 있다. 지난해 1조원에 육박하는 손실을 입었던 한진해운 역시 중형급 컨테이너선 발주를 놓고 고심 중이다.

선박발주 움직임은 글로벌 선사도 예외가 아니다. 대만 최대선사인 에버그린은 앞서 8천TEU(1TEU는 20피트 컨테이너 1개)급 컨테이너선 20여척을 삼성중공업에 발주했으며, 추가 10척의 발주도 추진 중인 상태다.

싱가포르의 NOL 역시 대우조선해양에 8천400TEU급과 1만700TEU급 컨테이너선을 각각 10척과 2척 발주했다. 세계 최대 컨테이너선사인 머스크라인도 대우조선해양에 1만8천TEU급 20척의 발주가 확실시 되고 있다.

이처럼 글로벌 선사들이 대규모 발주에 나선 것은 ´낮은 선가´라는 메리트뿐 아니라, 시황 회복으로 대규모 손실에서 벗어나 ´여력´이 생겼기 때문으로 분석된다. 선가가 낮은 시기에 대규모 선단을 확보, 다음 호황기에 대비하는 것은 업황 사이클이 뚜렷한 해운업계에서 가장 기본전략으로 꼽히기도 한다.

필요에 의해 선단확보에 나선 선사들도 다수다. 한진해운은 중형급 컨테이너선의 용선기간이 끝나, 선박발주와 재용선을 고심하고 있다. STX팬오션과 SK해운은 최소 10년 이상의 장기수송물량을 확보, 사업상 선박을 발주하게 됐다.

장기계약 물량을 확보 할 경우 운임은 비교적 낮은 수준이지만 선사들 입장으로서는 ´박리다매´가 가능하고, 안정적 수익 창출을 담보로 선박을 발주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SK해운 관계자는 "장기수송물량을 다수 확보함에 따라 올해 선박발주가 많았던 것"이라고 설명했다.

주요 컨테이너선사들의 발주 배경에는 ´친환경 시대, 녹색해운시대´를 준비하는 장기적 경영전략도 엿보인다. 선가가 낮은 시기에 고가의 친환경선박을 발주, 운용선단도 늘리고 미래 녹색해운시장 선점에도 나선다는 설명이다.

해운업계 관계자는 "호황기 대비 30%가량 낮은 선가에 선박을 발주할 수 있다"며 "친환경이라는 코드가 해운업계에도 이제 본격 적용되고 있다. 오염물질 배출을 최소화하고 운항효율을 높인 선박을 확보해야한다"고 언급했다.

대규모 발주 움직임은 중국에서도 눈에 띈다. 중국 해운사 및 조선소의 발주에는 막강한 정부의 지원을 등에 업은 ´선박금융´이 존재한다.

세계 3대 광산업체 중 하나인 브라질의 발레(Vale)는 중국으로부터 총 선가의 80%에 달하는 12억3천만달러의 자금을 지원받아 ´차이나막스´라 불리는 40만t급 초대형 광탄운반선(VLOC) 12척을 발주했다.

또한 중국 차이나시핑그룹의 차이나발전도 지난주에만 무려 16척의 벌크선, 원유·화학제품운반선 등의 발주를 결정했다. 차이나시핑 역시 자국내 금융권에서 선가의 80%를 최대 조달받는 형식으로 발주한 것으로 전해졌다.

국내 대형선사 관계자는 "지금 선가가 낮기 때문에 발주하기 좋다. 중국의 경우 금융권의 지원이 있어 발주환경이 좋은 편"이라면서도 "국내 선사들은 내년 시황이 불투명하다는 점 때문에 선박발주를 좀 더 고민하고 있다"고 분위기를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