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축배 들기도 전에…휘청거리는 중국 조선

환율·금리·인건비·자재비 4중고에 ‘저가수주’ 위력 약화
벌크선에 목맨 산업구조·규모 위주 성장정책으로 ‘자충수’

신주식 기자 (winean@ebn.co.kr)

등록 : 2010-12-04 10:00


올해 들어 수주량, 인도량, 수주잔량 등 조선업 3대 지표에서 모두 한국을 누르고 세계 조선 1위 자리를 차지한 중국 조선업계가 잇따른 악재에 신음하고 있다.

위안화 강세와 금리 인상 등은 중국 조선업계가 막기 힘든 위기였다고 볼 수 있으나, 여전히 낮은 선박 품질과 지나치게 늘어난 조선소의 구조조정 문제 등은 중국이 양적인 팽창만을 추구한 데 따른 자충수라는 분석이다.

3일 업계 및 외신에 따르면 지난 2000년 이후 세계 조선강국의 지위를 유지하던 한국으로부터 ‘세계 조선 1위’라는 왕좌를 빼앗는데 성공한 중국 조선업계가 축배를 들기도 전에 위기를 맞고 있다.

중국선박공업협회(中国船舶工业协会)는 지난달 30일 발표한 보고서를 통해 “올해 들어 인건비와 원자재 가격 상승에 환율과 금리 문제까지 겹치면서 중국 조선업계가 위기를 겪고 있다”고 밝혔다.

저렴한 인건비를 바탕으로 저가수주 정책으로 수주량을 늘려왔던 중국 조선업계로서는 무엇보다 올해 들어서만 15%가 오르는 등 매년 두 자리 수를 기록하고 있는 임금 상승률이 부담으로 작용할 수밖에 없다.

국내 조선업계 관계자는 “올해 들어 국내 조선업계의 70% 수준까지 오른 중국 조선업계의 인건비는 중국 내 다른 업종 근로자들에 비해서도 매우 높은 수준”이라며 “중국 조선소에서 건조하는 선박의 선가가 한국 조선소에 비해 20% 가까이 낮은 것을 감안하면 중국 조선업계의 가격경쟁력은 많이 약화된 것”이라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한 때 한국과 일본 조선사들이 낮은 인건비를 이유로 중국 진출을 시도했으나 이는 이미 옛날이야기가 돼버렸다”며 “중국 내에서도 인건비 절감을 위해 베트남을 비롯한 동남아시아 국가로의 진출을 추진하는 조선사가 나오고 있다”고 덧붙였다.

가격경쟁력은 지속적으로 떨어지는 반면 선박 건조를 위한 기술력 향상이 쉽지 않다는 것도 중국 조선업계의 발목을 잡고 있다.

조선업은 무조건 많은 인원을 투입하는 것보다 풍부한 경험과 기술을 가진 장인이 필요하기 때문에 이러한 인력을 확보하기 위해서는 그만큼의 시간을 투자해야 한다.

같은 선박을 건조하더라도 중국 조선소에서 건조하는 선박의 연비가 우리나라 조선소에서 건조하는 선박보다 평균 10% 떨어지는 것도 이러한 이유에 따른 것이다.

중고선 거래시장에서 중국 조선소가 건조한 선박이 한국 조선소가 건조한 선박보다 30% 낮은 가격에 거래되고 있는 것도 이러한 기술력의 차이가 반영됐기 때문이라는 분석이다.

이석제 미래에셋증권 이사는 “한국 선박에 비해 10% 정도 떨어지는 연비와 부품의 하자로 인한 유지보수에 들어가는 많은 비용은 중국 선박의 중고선가를 하락시키는 요인”이라며 “4~5년 전 한국 선박보다 10% 낮은 가격에 중국 선박을 구매한 선주들은 결국 한국 선박보다 10% 이상 비싼 비용을 치르고 있는 셈”이라고 지적했다.

이 이사는 “벌크선의 인기가 줄어들고 컨테이너선 수요가 부활하고 있어 내년 중 한국 조선업계가 다시 1위를 차지할 수 있을 것”이라며 “고유가로 연비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는데다 향후 이산화탄소 배출 규제까지 고려하면 선주들은 다시 기술력 있는 한국 조선업계로 발길을 돌리게 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이와 함께 중국 조선업계의 고질적인 구조조정 문제도 위기의 요인으로 지적되고 있다.

일본 투자금융기관인 노무라은행에 따르면 340여개의 중국 조선소 중 절반 가까운 140여개의 조선소들이 적자를 벗어나지 못하고 있으며 이 중 100여개의 조선소는 수주잔고가 바닥나 조업을 하지 못하고 있는 것으로 집계됐다.

이는 높은 기술력을 필요로 하지 않으면서 저렴한 선가에 건조할 수 있는 벌크선에만 집중해온 상당수의 중국 조선소들이 벌크선 시황 악화와 함께 힘든 시기를 보내고 있다는 분석이다.

올해 상반기만 해도 월 평균 11척의 케이프사이즈급 벌크선이 발주됐던 벌크선 시장은 철광석 운송 수요 감소와 공급과잉에 대한 우려로 지난 10월에는 단 1척의 케이프사이즈급 벌크선도 발주되지 않을 정도로 시장이 얼어붙었다.

업계 관계자는 “하나의 선종에만 매달린 결과가 어떤 위험을 초래하게 되는지 중국 조선소들이 보여주고 있는 상황”이라며 “올해보다 내년에 문을 닫는 조선소가 더 많아질 것으로 우려되는 중국 조선업계로서는 ‘세계 조선 1위’라는 축배를 들기도 전에 현재의 위기극복을 걱정해야 하는 처지가 됐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