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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원칙´ 채권단이 초래한 ´사상 유례없는 M&A´

조슬기나 기자 (seul@ebn.co.kr)

등록 : 2010-12-20 20:36

"무원칙 채권단이 판을 깼다!" 현대건설 매각은 잇따른 의혹제기와 법적소송 속에서 결국 파행을 빚으며, ´사상 유례없는 M&A(인수합병)´이라는 오명을 낳았다.

꼬일대로 꼬인 매각과정 내내, 중심을 잡아야 할 채권단은 ´갈팡질팡´ 무원칙의 모습을 보이며 ´판을 깨는데´ 크게 일조했다는 평가다.

이 같은 모습은 지난 11월 우선협상대상자 선정 당시부터 전조를 나타냈다. 하루도 채 되지 않는 짧은 시간동안 현대건설 인수전의 ´졸속심사´를 강행키로 한 것. 공적자금이 투입된 국내 최대규모의 건설사를 인수할 기업을 찾는 중요한 과정이라고 판단하기 어려울 정도의 짧은 시간이다.

우선협상대상자 선정 이후 뒤 늦게 대출계약서 등 자료 제출을 요구한 것도 문제로 꼽힌다. 채권단이 당초 요구한 제출서류에는 대출계약서가 포함돼있지 않았다.

결국, 뒤늦은 의혹제기로 채권단 스스로 본인들의 심사에 문제가 있었음을 그대로 드러낸 셈. 이번 현대건설 인수전이 ´올해 가장 뜨거운 M&A´라는 수식어와 함께 세계적 관심을 받았던 점을 감안할 때, 낯이 뜨거워지는 대목이 아닐 수 없다.

게다가 의혹제기 및 MOU 체결 과정에서 주요 채권단인 정책금융공사와 외환은행의 입장차가 드러나며, 채권단의 의견조차 통일되지 않은 채 갈리는 모습을 보였다.

유재한 정책금융공사 사장은 지난달 29일 현대그룹과 채권단의 현대건설 매각 양해각서 체결 직후, "외환은행이 충분한 협의 없이 MOU를 강행했다"며 "현대그룹에 대출계약서를 요구하고, 미흡하면 MOU를 해지할 수도 있다"는 발언을 해, 파장을 불러 일으켰다.

MOU 체결을 하겠다, 안하겠다, 한다, 다시 검토한다…채권단부터 매번 말을 바꾸며 혼란을 가중시키자, 여기에 훈수를 두는 정치·경제세력도 늘어났고, 인수전은 더욱 꼬여갈 수 밖에 없었다.

결국 현대건설 채권단은 지난 17일 전체회의에서 현대그룹의 우선협상대상자 지위 박탈과 양해각서(MOU) 해지안, 주식매매계약(SPA) 체결 거부 등의 안건을 상정하고, 20일 그간 진행돼온 매각작업을 원점으로 돌렸다.

그러나 채권단은 현대그룹의 반발을 우려한 듯, 다음수순으로 예상된 예비협상대상자 현대차그룹과의 협상진행에는 조심스러운 모습을 보이고 있다. 예비협상대상자인 현대차그룹에 우선협상대상자 지위를 부여하는 문제는 추후 전체 주주협의회에서 논의키로 한 상태다.

또한 현대그룹이 이미 제출한 이행보증금 2천755억원에 대해서도 ´현대그룹측이 긍정적인 의사만 표명한다면´이라는 단서를 달았다. 이는 양해각서 해지에 대한 현대그룹의 반발을 감안, 이행보증금을 두고 줄다리기를 펼치겠다는 채권단의 회유성 전략으로 해석된다.

현대그룹은 채권단의 MOU 해지발표와 관련, "법과 규정을 무시한 사상초유의 사태로서 이는 현대차에 대한 특혜시비를 불러일으킬 것"이라며 반발하고 있다.

현대그룹은 "사법부의 공명정대한 판단으로 현대그룹의 배타적 우선협상자의 지위가 재차 확인되기를 희망한다"며 법적대응 등을 통한 강경기조를 이어가겠다는 기존 입장을 거듭 강조했다.

졸속심사에서부터 ´갈팡질팡´ 원칙잃은 대응까지…. 현대건설이 어느 품으로 가게 되건, 채권단은 ´올해 가장 뜨거운 M&A´를 ´사상 유례없는 M&A´로 귀결시켰다는 비난을 면치 못하게 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