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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전에 반전´ 거듭한 현대建 인수전…또 반전 있을까?

조슬기나 기자 (seul@ebn.co.kr)

등록 : 2010-12-20 20:34

지난 9월 24일 매각공고 이후 약 90여일 간 치열하게 진행된 현대건설 인수전은 ´반전´에 ´반전´을 거듭한, 말 그대로 ´사상 초유의 M&A(인수합병)´로 치닫고 있다.

지난달 16일 우선협상대상자 선정 당시에만 해도, ´올해 가장 뜨거운 M&A´로 꼽힌 현대건설 인수전은 상대적으로 자금력이 부족했던 현대그룹의 ´역전 드라마´로 마무리되는 듯 했다.

그러나 이후 현대그룹의 인수자금을 둘러싼 의혹이 잇따라 제기되며 결국 ´현대그룹의 인수자격 박탈´이라는 또 다른 ´반전´이 만들어진 것.

인수전 초기만 해도 자칫 집안싸움으로 비칠까 조심스런 기색이 역력했던 현대그룹과 현대차그룹은 지난 달 자금의혹이 본격화되면서부터, 서로를 향한 비난과 법적소송, 보복성 압박까지 서슴지 않는 모습을 보였다.

이 기간, 양사는 사상 유례없는 치열한 여론몰이로 세간의 이목을 집중시켰을 뿐 아니라, 고소와 맞고소, 가처분 신청 등 ´날선 대립각´을 세우며 결국 ´현대가(家) 집안싸움´이라는 비난을 면치 못하게 됐다.

1차 반전드라마…´명분´의 현대그룹 VS ´자금력´의 현대차그룹
현대그룹은 당초 인수전이 시작되기 전부터 불리한 입지에 서 있었다는 평가다. 지난 해 주력 계열사인 현대상선의 실적이 악화되며 ´재무구조개선약정´에 대한 요구를 받아온 가운데, 인수전이 본격화됐기 때문.

반면, 10조원대의 두둑한 실탄을 보유한 현대차그룹은 자금력과 경영 측면에서 현대그룹에 비해 상대적으로 느긋한 모습을 보였다.

이를 의식한 것일까. 인수전 초기, 현대그룹은 TV, 라디오, 신문 등 다양한 매체를 활용한 여론몰이를 통해 ´명분´ 확보에 주력했다.

특히, 현대그룹은 고(故) 정주영 명예회장이 고 정몽헌 회장에게 현대건설을 물러줬다는 점과, 과거 현대건설이 경영난에 처했을 때 사재 4천400억원을 출연했던 점 등을 내세우며 ´정통성 싸움´에서 한 발 앞서 나갔다.

이번 인수전은 현대건설 채권단이 이례적으로 보도자료를 내면서 기업의 자금력 등 ´비가격적 요소´를 중시하겠다고 밝힌 만큼, ´써내는 인수가격´이 승부를 가르는 여타 M&A와 다른 행보를 보일 것으로 예상됐다.

그러나 정작 뚜껑을 열어보니 다른 M&A와 다를 바 없었다. ´사즉생´ 정신을 내건 현대그룹이 현대차그룹보다 4천억원 이상 높은 값을 써내면서 결국 가격이 승부를 결정지었다.

상대적으로 불리할 것으로 예상됐던 현대그룹으로서는 ´다윗´이 ´골리앗´을 이기는 역전드라마에 성공한 셈.

현대건설의 인수가격은 당초 4조원대 안팎으로 예상됐으나, 현대그룹과 현대차그룹의 치열한 이파전이 전개되며 덩달아 5조원대로 훌쩍 뛰어올랐다. 현대건설이 현대그룹의 모태기업이자 현대가(家) 정통성이라는 상징성을 갖고 있는 만큼, 인수전에 참가한 양사가 ´무리해서라도´ 높은 가격을 써낼 것이라는 당초 예상이 맞아 떨어진 것이다.

업계 일각에서는 대우건설 등 무리한 인수합병 후 유동성 위기에 빠진 금호아시아나 사례 등을 지적한 우려도 잇따랐으나, 현대그룹은 현대건설을 향후 ´글로벌 탑 5´로 성장시키겠다는 청사진을 공개하는 등 자신감 넘치는 행보를 보였다.

2차 반전드라마…결국 현대그룹 발목잡은 인수자금 의혹
막강한 자금력을 내세운 현대차그룹을 제치고 승승장구하던 현대그룹은 잇따른 인수자금 논란에 결국 발목을 잡혔다.

논란이 된 것은 바로 현대그룹이 프랑스 나티시스은행으로부터 빌린 1조2천억원.현대상선 프랑스법인이 대출받은 것으로 확인된 이 자금은 현대건설 또는 현대그룹 계열의 주식이 담보로 제공됐다는 등의 의혹이 제기되며 ´핫 이슈´로 떠올랐다.

이에 채권단에서도 부랴부랴 현대그룹측에 자금의혹 해명을 위한 ´대출계약서´를 제출할 것을 요청했고, 이 과정에서 채권단의 졸속심사와 무원칙 대응 등에 대한 비난도 쇄도했다.

현대그룹이 현대차그룹을 인수자금 관련 허위사실 유포로 고소하며 ´법정공방 1라운드´의 포문을 연 것도 이 시기다. 그러나 각종 의혹제기에도 불구, 채권단이 현대그룹과 일정대로 양해각서(MOU)를 체결하자 이번에는 현대차그룹이 현대그룹을 맞고소하고, 채권단에도 강경카드를 내밀며 으름장을 놓는다. 말그대로 현대가 진흙탕 싸움이 본격화된 셈.

그동안 현대건설 채권단은 현대그룹이 제출한 프랑스 나티시스은행의 1,2차 대출확인서와 관련, 의혹 해명에 불충분하다는 입장을 지속해왔다.

이어 지난 17일 전체회의에서 현대그룹과 맺은 양해각서 해지, 현대그룹의 우선협상대상자 지위 박탈 등의 안건을 올리고, 20일 현대그룹 컨소시엄과의 현대건설 매각절차를 중단키로 최종 결정, 발표했다.

이에 따라 향후 예비협상대상자인 현대차그룹에 우선협상대상자의 지위가 부여될 것인가에 업계의 이목이 집중되고 있는 상황.

현대그룹은 "MOU해지, SPA체결거부는 MOU규정과 법에 위배되며, 명백한 무효"라면서 법적소송 등을 통해 강경대응하겠다는 기존 입장을 재차 확인하고 있다.

현재로서는 현대그룹이 앞서 신청한 양해각서 해지금지 가처분에 대한 법원의 결정이 가장 큰 변수로 떠오를 전망이다. 법원이 현대그룹의 가처분 신청을 받아들이면, MOU 해지 등 매각절차가 원점으로 돌아갈 수 있다.

반전에 반전을 거듭한 이번 인수전에서 다시 한번 ´역전 시나리오´가 완성될 수 있을지, 귀추가 주목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