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종편집시간 : 2017년 11월 21일 17:31
EBN
EBN
페이스북 트위터 네이버뉴스스탠드
실시간 News

´더블딥´ 해운업계, Again 2008년의 악몽?

해상운임 하락, 대규모 신조선 인도, 운항비 부담 가중
´2008년 금융위기 이후와 닮은 꼴´ 우려 높아져

조슬기나 기자 (seul@ebn.co.kr)

등록 : 2011-01-24 05:00


철광석, 곡물 등을 실어나르는 벌크선 및 유조선 시황이 심상치 않다. 전통적으로 겨울에 강세를 보이는 이들 부문은 최근 비수기 여름만도 못한 운임수준을 나타내며 말 그대로 ´허덕이고 있다´.

해상운임이 연일 하락세를 이어가는 반면, 유가를 비롯한 운항비는 치솟아오르며 해운업계의 고심은 더욱 깊어지고 있다. 호황기에 발주한 대규모 신조선이 연일 시장에 새롭게 투입되며, 우려됐던 ´더블딥(이중침체)´이 현실화되고 있다는 지적이다.

24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벌크선 시황을 나타내는 BDI(Baltic Dry Index, 벌크선 운임지수)는 지난 20일 1천400포인트 아래로 떨어지며 최근 2년래 최저수준을 기록했다. 지난해 평균 BDI(2천758포인트)의 50%선으로, 국내 대형선사들의 손익분기점을 훨씬 밑돌고 있다.

▲ 최근 1년간 벌크선 운임지수 추이
특히, BDI가 올 들어 연일 하락세를 지속하며 ´1천포인트 붕괴´ 가능성도 제기됐다. 가장 최근 BDI가 1천포인트대 아래로 떨어진 것은 글로벌 금융위기의 직격탄을 맞은 이후인 2008년 10월.

2008년 상반기 1만포인트를 웃돌았던 BDI는 금융위기 이후 급락, 같은해 12월에는 역사적 저점인 663포인트까지 추락한 바 있다. 이후 중국을 중심으로 한 겨울 성수기 물량이 늘어나며 3개월만인 2009년 1월 께 1천포인트선을 회복할 수 있었다.

유조선 시황 역시 ‘사라진 겨울 효과’로 침체된 모습을 보이고 있다. 통상 유조선시황은 겨울철 원유수요가 확대되는 12월부터 3개월 간을 성수기로 분류한다.

유조선시황을 나타내주는 WS지수(World Scale)는 지난 주 45포인트(중동~한국, 26만5천GT 기준)를 기록하며, 전년 동기 대비 50%이상 빠졌다. 이는 비수기로 분류되는 지난 7월(57.5포인트)보다도 못한 수준이다.

업계 한 브로커는 "최근 한달 간 WS지수가 무려 16%이상 떨어지는 등 감소세를 나타내고 있다. 여유있는 선복량 때문에 비수기만 못한 성수기"라며 "인도 지연된 선박들이 최근 대거 투입되며 스팟(SPOT) 마켓의 운임을 압박하고 있다"고 분위기를 전했다.

이처럼 해상운임이 하락곡선을 그리며 ´더블딥´이 가시화되는 가운데, 국제유가의 상승으로 벙커C유가격이 오르며 선사들의 운항비 부담은 더욱 가중되고 있다. 지난 12월 싱가포르 380CTS를 기준으로 한 벙커C유 가격은 503달러로, 2010년 연평균 대비 10%가량 올랐다.

쏟아지는 대형 신조선도 향후 해운시황 및 선사들의 수익성에 악영향을 미칠 전망이다. 올해 인도예정인 벌크선은 무려 1천500여척, 컨테이너선은 270여척, 유조선은 650여척에 달한다. 이미 실어나를 물량(수요)이 선복(공급)을 따라가지 못하는 ´공급과잉´을 빚고 있는 상황에서, 이들 신조선이 예정대로 인도되면 운임급락이 불가피하다.

업계 일각에서는 운임 하락, 대규모 신조선 인도, 운항비 부담 가중 등 삼중고가 겹친 현 시점이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와 ´닮은꼴´이라는 우려섞인 지적도 잇따르고 있다.

해운업계 고위 관계자는 "극심한 불황 후 회복세로 돌아섰다 다시 하락세를 보이는 최근 ´더블딥´현상은 이미 업계에서 예상해왔던 것이 아니냐"라며 "침체기에 좀더 구조조정이 활발히 진행됐어야 했는데, 너무 빨리 회복된 것이 아닌가 싶다"고 말했다.

또 다른 중소 벌크선사 대표도 "중국효과 등으로 내달 이후 소폭 반등할 것을 기대하고 있으나, 장기적으로는 긍정적인 부문을 찾기 어렵다. 벌크선사 특히 중소선사들은 다들 힘든 시기를 보내고 있다"며 "호황기에 발주된 신조선들이 더 많이 취소됐어야했다. 구조조정이 덜 된것"이라고 조심스럽게 언급했다.

앞서 지난 2010년 여름에 열린 한국선주협회 사장단 연찬회에서도 다수 최고경영자(CEO)들이 향후 세계경제의 불투명성을 언급하며, 더블딥 가능성에 입을 모은바 있다.

그러나 현재의 시황급락이 2008년과 같은 수준으로 악화되지는 않을 것이라는 목소리도 높다. 이미 한차례 학습효과를 겪은 글로벌 선사들을 중심으로 계선, 선박인도 연기, 감속운항 등 수급조절이 활발하게 진행되고 있는데다, ´세계의 공장´ 중국을 비롯한 각국의 벌크 수입화물이 늘어날 것으로 예상되기 때문.

이진방 한국선주협회장은 "현 시황이 워낙 좋지 않아 더 이상 나빠질 게 있겠냐는 농담이 나올 정도"라며, "시황은 예측불허다. (지금까지) 대다수 시황예측이 맞아떨어지지 않아왔다는 점을 긍정적으로 기대하고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