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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황터널´ 못 견딘 이진방號 대한해운, 이대로 주저앉나?

조슬기나 기자 (seul@ebn.co.kr)

등록 : 2011-01-25 17:00

"향후 2년간은 모든 해운사들이 어려움을 겪을 수 밖에 없다. 그러나 2년간 ‘죽어라’ 버티고 나면 길이 보이지 않겠나."

글로벌 금융위기의 직격탄이 해운업계에 떨어졌던 지난 2008년 말, 기자와 만난 이진방 대한해운 회장의 눈에는 강력한 의지가 엿보였다. 예상치 못한 시황급락으로 중소 벌크선사들이 하나, 둘 백기를 들고, ´내로라´하는 대형선사들도 자금난에 허덕이던 때였다.

당시 이진방 회장은 호황기에 쌓은 내공으로 불황기를 버텨내는 해운업계의 생존방식을 단적으로 거론하며, 경영 고삐를 조여 ´지독히 어두운´ 이 불황터널을 빠져나가겠다는 의지를 확고히 했다.

하지만 이 회장이 말한 ´2년´이 지난 지금, 대한해운은 결국 ´어두운 터널´을 빠져나오지 못한 채 백기를 들고 말았다.

올해 초 업계 안팎에서 떠오른 법정관리설에 ´허허´ 웃음을 지으며, "시황은 예상대로 가지 않는다"는 그의 마지막 희망은 결국 이뤄지지 않았다.

국내 4위 선사인 대한해운은 지난 1968년 설립 이후, 40여년 이상 해운업 한길만 고수해온 국내 대표 벌크선사다. 이진방 현 회장 체제로 돌입한 후부터 ´수퍼사이클´이라는 벌크 초호황기를 맞으며 그야말로 승승장구해왔다.

국내 대표 벌크선사로 전 세계에 이름을 알리던 대한해운이 첫 위기에 직면한 것은 갑작스런 글로벌 금융위기가 발발했던 2008년 하반기였다. 수퍼사이클이 지속될 것으로 예상, 높은 선가에 대규모 선단을 발주하고 선박을 용선했던 대한해운으로서는 이 때부터 ´악몽´이 시작된 셈이다.

타 선주 및 선사로부터 빌린 선박을 계약기간이 끝나기도 전에 반선하고, 이미 발주된 선박계약을 취소하느라 분주했던 타 벌크선사들과 달리, 대한해운은 다른 노선을 택했다.

오히려 대한해운이 중개역할을 했던 선박을 타 선사로부터 돌려받아 떠안고, 발주된 계약도 유지시켰다. 이는 2년 후 시황이 회복될 것이라는 믿음, 다시 호황 사이클이 올때 제대로 날개를 펼쳐보겠다는 대한해운의 의지가 담긴 선택이었다.

대한해운의 이러한 선택이 무거운 짐이 된 것도 사실이다. 실제 대한해운은 지난 2008년 말부터 2~3차례 법정관리설, 위기설이 대두된 업체다.

그러나 그때마다 벌크선 시황 회복, 캠코 금융지원 등을 통해 위기를 벗어났다. 국내 4위 규모의 덩치, 포스코 등과 체결한 안정적인 장기수송계약 등…´부자는 망해도 3대를 간다´는 속담처럼 대한해운이 쉽게 무너지지는 않을 것이라고 장담하는 업계 관계자들이 다수였다.

이진방 회장은 2011년의 첫 날, 신년사를 통해 "신묘년 토끼해는 우리에게 새로운 희망을 안겨줄 것"이라며 "어떠한 어려움도 굴하지 말고 위기를 기회로 반전시키자"고 임직원들을 독려했다.

하지만 결국 ´새로운 희망을 안겨줄´ 신묘년, 음력 설을 불과 일주일여 남겨두고 대한해운은 법정관리를 신청하게 됐다.

대한해운의 법정관리 신청으로 이진방 회장의 향후 거취도 불투명해졌다. 통상적으로 한 기업이 법정관리를 신청할 경우 주주협의회의 결정에 따라 오너가 물러나고 전문경영인 체제로 전환되는 경우가 다수다. 예외적으로 정부에서 구성한 채권단이 오너의 경영능력을 인정할 시에는 오너가 전문경영인의 자격으로 회사를 이끌게 된다.

이 때문에 선주협회장을 겸하며 국내 해운업계를 대표하고 있는 이진방 회장이 앞으로도 대한해운의 수장, 선주협회장으로서 해운업계의 구심점 역할을 할 지 혹은 역사의 ´뒤안길´로 사라지게 될지 업계 안팎의 시선이 한 곳으로 모이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