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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수첩]´큰형님´ 대한해운의 빈자리가 큰 이유

조슬기나 기자 (seul@ebn.co.kr)

등록 : 2011-01-27 10:52

#1. 금융위기의 직격탄이 떨어졌던 2009년 초. 국내 대형선사 중 하나인 대한해운의 법정관리설이 업계 안팎으로 돌기 시작했다. 유난히도 악성루머가 많았던 시기였지만 실제 몇몇 업체가 무너지기 시작했고, 거래관계가 있던 대한해운이 그 부담을 껴안게 된 사실을 모두 알고 있던 터라 업계의 고심은 깊어졌다. "대한해운만은 버텨주길.." 당시 기자와 만난 한 중소선사 대표는 이렇게 말했다. 해외로부터 선박을 임대해 다수 국내선사에 재용선하는 대한해운이 그 상황에서 무너질 경우, 살아남을 벌크선사가 몇 없을 것이라는 그의 말에서는 ‘벼랑 끝’에 선 절박함마저 느껴졌다.

#2. 2년이 지난 2011년 초. 또 다시 업계 안팎으로 대한해운의 법정관리설이 대두되기 시작했다. 급락한 해상운임과 과도한 용선료. 국내 4위규모의 대한해운이 자금난을 겪고 있다는 사실은 모두 알고 있었다. 그러나 대한해운이 법정관리를 신청하기 전날인 24일까지만 해도 기자와 연락한 업계 고위관계자들은 "그럴 가능성은 없다고 확신한다"고 단언했다. 무조건적인 신뢰에 의한 발언만은 아니었다. 4위규모의 덩치, 포스코 등과 체결한 안정적인 장기수송계약, 선사의 공장격인 자사선박, 40여년간 쌓아온 글로벌 선주들과의 신뢰관계..무엇보다도 앞서 국내외 다수 선사들이 대안 없이 디폴트 선언을 할 시기에도 대한해운이 버텼기에, 나온 답변이었다.

결국 대한해운이 법정관리를 신청했다. 최근 바닥을 기고 있는 벌크선 시황이 직접적인 악재가 됐지만, 속을 들여다보면 2008년 금융위기 이후 앓고 앓아온 병이 드러난 셈이다.

대한해운의 법정관리 소식에 해운업계, 특히 벌크선사들은 ´경악´했다. 업계 관계자들은 지난 2009년 초, 국내 10위권 규모의 삼선로직스가 법정관리를 신청하며 용대선 체인관계에 있던 다수 선사들이 자금난을 겪었던 사례를 언급하며 ´제 2의 삼선로직스발 후폭풍´이 불 것이라는 전망도 내놓는다.

당시 탄탄한 중견선사로 알려졌던 TPC코리아는 삼선로직스에 이어 법정관리를 신청해야만 했다. 대한해운도 삼선로직스발 후폭풍에 휩싸인 업체 중 하나다.

대한해운과 거래관계에 있는 선사들의 어려움만 예상되는 것은 아니다. 대한해운은 국내 4위선사이자 대표 벌크선사로, 해외에서도 잘 알려진 곳이다. 국내 중소선사들이 용대선을 통해 이익을 벌어들일 수 있었던 것도, 대한해운이 높은 신뢰도를 이용해 해외 선주로부터 선박을 용선, 다시 그 선박을 국내 선사들에 임대해줬기 때문이다.

이 때문에 향후 글로벌 해운업계에서 국내 용선주 및 선사를 바라보는 시각, 해외신뢰도에 부정적 영향을 미칠 전망이다.

전 세계적으로 활발하게 진행중인 용대선업도 어려워진다. 선주로부터 선박을 빌려 재용선하는 과정에서 얻는 차익은 국내 해운사의 주 수입원 중 하나다.

해외선주로부터 용선 시, 더 불리한 조건으로 용선료 계약을 강요당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규모가 큰 대한해운마저 무너진 상황에서, 무엇으로 중소선사를 믿겠냐는 진담성 농담마저 나온다.

게다가 대형선사를 제외하고는 당장 선박금융 등부터 막힐 것이라는 우려도 높다.

당장 벌크선 운임지수가 2년래 최저치를 경신하는 가운데서, 국내 4위 선사이자 대표 벌크선사의 위기는 타 중견선사들에게 더 큰 부담으로 다가갈 수밖에 없다. 업계에서는 이미 몇몇 중소선사들을 중심으로 악성루머가 돌기 시작했다.

´국내 벌크선사들의 큰형님´으로 불리는 대한해운의 위기가 더 충격적이고, 더 안타까운 대목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