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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수첩] PB가 된 금융당국

  • 입력 2020.09.04 15:52 | 수정 2020.09.04 15:53
  • EBN 박소희 기자 (shpark@ebn.co.kr)


박소희 기자/금융증권부ⓒebn박소희 기자/금융증권부ⓒebn

최근 들어 펀드를 두고 '원금 보장'이라는 말이 많이 들린다. 원금 보장은 금융상품 투자자들을 솔깃하게 하는 포인트다.


뉴딜펀드는 앞서 여당이 원금이 보장된다고 언급해 자본시장법 위반이라는 지적을 받은 바 있다. 금융당국은 원금 보장은 아니고 사실상 원금 보장형이라고 밝히며 한발 물러났지만 논란은 여전하다.


정책형 뉴딜펀드가 원금보장을 추구할 수 있는데는 정부와 산업은행 등이 조성한 자금이 모펀드로 운용되고 모펀드는 투자 대상별로 설립된 자펀드에 후순위로 출자하기 때문이다. 모펀드가 자펀드에 후순위로 출자한다는 것은 펀드에 손실이 발생하거나 문제가 생기면 그 안전판 역할을 재정과 정책금융이 담당한다는 뜻이다.


투자 독려를 위해 손실을 최소화 하도록 설계한 결과다. 정부의 취지와 계획대로 운용만 된다면 안전하면서도 시중 금리 이상의 수익을 가져갈 수 있는 상품이 된다. 하지만 예금과 적금이 아닌 펀드인 이상 손실 가능성은 당연히 있다. 원금 보장 추구라는 표현은 투자자에 혼돈을 주고 자본시장법 근간을 흔든다.


후순위로 손실을 떠안을 수도 있는 정부 재정은 곧 세금으로 조성되는 셈이다. 위험 부담은 세금을 내는 이들, 국민이 지게 될 수 있다. 펀드에 투자하지 않는 국민들도 손실을 짊어진다는 소리다.


은성수 금융위원장은 "원금 보장을 명시하지는 않지만 사후적으로 원금이 보장될 수 있는 충분한 성격이 있다"고 평가했다. 또 그린·디지털사업에 투자하고 상대방이 공공기관이기 때문에 손실이 (크게) 난다는 것은 상상할 수 없다고 했다. 아니다. 정도의 차이지만 펀드라면 손실이 날 수 있다.


뉴딜 펀드는 제약 바이오, 배터리 등 세계적으로 미래 성장성이 높은 종목에 투자한다는 점에서 수익이 날 가능성은 높긴 하다. 정부 말대로 안정적인 상품인 건 사실이다. 하지만 금융당국이 프라이빗뱅커(PB)가 할 만한 말들로 투자자를 모집하기엔 무리가 있어 보인다.


무조건 이익이 나는 상품이라면 정부가 나서서 펀드를 만들 필요가 없다. 전문가 집단인 금융투자업계에서 알아서 유망한 상품을 설계했을 거다.


위기 때마다 증시안정·채권시장안정펀드, 중소기업 소상공인 유동성 지원부터 뉴딜 펀드까지 정부 정책에 활용되는 금융기관들의 부담도 커지고 있다. 상장 금융지주사들의 경우 주주들의 피로감도 높아졌다. 코스피 지수는 코로나19 이전 수준으로 회복했는데 신한지주, KB금융, 하나금융 주가는 연초 대비 40% 하락했다.


뉴딜 펀드는 정책금융과 민간금융을 통해 단일 프로젝트로는 역대 최대 규모의 투자다. 앞서 소부장 펀드가 의미있는 수익률을 내면서 정부도 과감한 발언으로 홍보를 하고 있지만 모험 투자를 해야 하는 자본시장에서는 상식 밖의 일이 생길 가능성이 얼마든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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