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의선 회장 지분율 확대 필요…건설·ENG 합병 가능성↑
내년 1월 임기 만료 박동욱 현대건설 대표 거취도 안갯속
건설업계가 현대건설과 현대엔지니어링을 주목하고 있다. 현대차그룹이 정의선 체제에 돌입하면서 그룹 건설 계열사들의 안팎에 변화가 예상되기 때문이다.
20일 재계 및 건설업계에 따르면 현대건설과 현대엔지니어링의 합병 가능성이 대두되고 있다.
정몽구 명예회장과 정의선 회장의 그룹 지배력 확대 및 현금 마련 차원에서 현대건설과 현대엔지니어링의 합병설은 매년 제기돼 왔다.
하지만 올해 정 회장이 현대차그룹의 신임 회장으로 취임함에 따라 예년과 달리 현대건설과 현대엔지니어링의 합병에 무게가 실리고 있다.
현대차그룹은 현대모비스→현대차→기아차→현대모비스로 이어지는 순환출자 구조다. 하지만 정몽구 명예회장(현대차 5.3%·현대모비스 7.1%)과 정의선 회장(현대차 2.6%·기아차 1.7%·현대모비스 0.3%)의 지분율이 크지 않다.
이 때문에 정 회장이 안정적인 경영권 유지를 위해서는 지분율을 늘리고 순환출자 구조를 해소하고 지주회사 체제로의 전환이 필요하다는 분석이다.
지분율을 늘려야 하는 정 회장 입장에서 현대엔지니어링의 역할이 클 것으로 보인다. 정 회장은 현대엔지니어링 지분 11.72%를 보유하고 있다.
현대건설은 현대엔지니어링 지분 38.62%를 가진 최대주주이기 때문에 현대건설과 현대엔지니어링이 합병하면 정 회장이 보유한 현대엔지니어링 지분은 합병회사 지분으로 바뀌고 주식 교환 또는 현금화해 지주사 지분 추가 취득 등에 사용할 수 있다.
뿐만 아니라 양사의 합병은 건설 불황 속에서 경쟁력 강화 효과도 기대할 수 있다.
올해 시공능력평가액 순위는 현대건설(12조3953억원) 2위·현대엔지니어링(7조6770억원) 7위다. 합병할 경우 1위 자리도 노려볼 수 있다.
고강도 부동산 규제와 코로나19 여파로 주력사업에 어려움을 겪고 있는 건설업계는 경쟁력 강화를 위해 합병 등을 통해 규모의 경제 실현을 하고 있다. 대림산업도 자회사인 삼호와 고려개발을 합병해 대림건설을 출범한 바 있다.
이외에도 현대엔지니어링의 기업공개(IPO) 후 정몽구 명예회장과 정 회장의 보유 지분을 매각하는 방식도 거론되고 있다.
외형의 변화뿐만 아니라 내부 인사 변화 가능성도 열려있다.
현재 현대건설의 대표이사인 박동욱 사장은 2021년 1월 임기가 만료된다. 그룹의 대표적인 재무통인 박 사장은 12년간 현대자동차에서 재무관리실장·재경본부장 등을 역임해왔다.
박 사장에 대한 정 회장 신임이 두터운 것으로 알려져 연임 가능성도 있지만 정 회장이 현대차로 다시 불러들일 수도 있다는 예측도 나온다.
또 일각에서는 올해 현대건설의 실적이 지난 2년간보다 다소 부진해 주택사업 역량을 강화하기 위해 윤영준 주택사업본부장(부사장)이나, 그룹 숙원사업인 글로벌비즈니스센터(GBC) 건립에 속도를 내기 위해 김인수 글로벌비즈니스센터 개발사업단장(부사장) 등을 신임 대표로 내세울 수 있다고 전망하고 있다.
건설업계 관계자는 "인사나 합병 등은 발표되기 전까지 알 수 없다"면서도 "정의선 회장이 그동안 변화와 혁신에 앞장서왔던 만큼 정의선식 경영 스타일이 반영되지 않을까 싶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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