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 | 03 | 29
12.1℃
코스피 2,746.63 0.81(0.03%)
코스닥 905.50 4.55(-0.5%)
USD$ 1348.0 -3.0
EUR€ 1452.5 -5.0
JPY¥ 890.3 -2.2
CNY¥ 185.8 -0.3
BTC 100,000,000 320,000(-0.32%)
ETH 5,054,000 40,000(-0.79%)
XRP 876.1 9(-1.02%)
BCH 822,500 40,100(5.13%)
EOS 1,575 63(4.17%)
  • 공유

  • 인쇄

  • 텍스트 축소
  • 확대
  • url
    복사

[EBN 칼럼] 젊었던 나라의 회상

  • 송고 2023.05.12 06:00 | 수정 2023.06.07 08:03
  • EBN 관리자 (gddjrh2@naver.com)

김작가ⓒ

김작가ⓒ

산울림이 한국대중음악사에 미친 영향은 굳이 설명할 필요가 없다. 1980년대의 동물원, 1990년대의 황신혜밴드, 2000년대의 장기하, 그리고 2020년대의 콩코드… 어느 시대에나 산울림의 직접적 자장안에 머무는 뮤지션들은 존재했다.


흔히 자신에게 영향을 미친 뮤지션을 해외 아티스트로 뽑는 풍토에서, 산울림은 우선적으로 거론되는 몇 안되는 영감의 원천이다. 그들이 재평가되기 시작한 1990년대 중후반 나왔던 산울림 트리뷰트 앨범은 당시 나왔던 비슷한 기획의 컴필레이션에서도 단연 발군이다.


특히 자우림의 '아마 늦은 여름이었을꺼야'와 델리 스파이스의 '회상'은 당대 모던 록 진영에 짙게 배어있는 산울림의 DNA를 확인시켰다.


많게는 1960년대 후반, 적게는 1970년대 초반에 태어난 그들이 산울림을 직접적으로 접했던 시기는 언제였을까. '아니벌써'가 시내 전파사마다 흘러나오던 1977년은 아니었을 것이다. 그 때 그들은 너무 어렸다. 오히려 '내게 사랑은 너무 써'로 시작, '창문너머 어렴풋이 옛 생각이 나겠지요' '그대 떠나는 날 비가 오는가' 같은 서정적 음악들이나 '산할아버지' '개구쟁이' '안녕' 같은 동요가 산울림(또는 김창완)의 주된 히트곡이었던 1980년대다.


그런 노래들은, 그들이 산울림의 세계에 들어가는 입장권이었다. 송골매, 서울훼밀리같은 '그룹 사운드 록'과는 또 다른 울림이었다. 호르몬을 자극시키지도 않고 어른의 세계 바깥에 있었으며 학교 선생님이 키는 풍금애 맞춰 따라 불러도 이상하지 않은 그런 음악이었다.


그들 중 본격적으로 음악에 입문한 친구들은 이 서정의 초목 아래에 '내 마음에 주단을 깔고' '가지 마오' '그대는 이미 나' 같은 격정과 심오가 존재함을 깨닫곤 했다. 유년기에도 사춘기에도 청년기에도 적합한 음악들이 산울림의 음반 곳곳에 존재했다. 1995년 재결성, 활동을 재개한 그들의 유일작인 13집에 70년대와 80년대의 아이들이 환호했던 까닭이다.


1980년대 산울림을 대표하는 곡이 있다면 '회상'이다. 최근에는 장범준, 배우 정경호, 적재 등이 리메이크한 걸로 많이 알려진 곡이다. 여러 오디션 프로그램에서단골로 불려지는 노래기도 하다. 이 노래가 담긴 산울림 8집은 1982년 발매됐다. 당시의 타이틀곡은 '내게 사랑은 너무 써'. 처음으로 제목에 '사랑'이 들어간 산울림 노래다. 그만큼 통속적이었고 그 덕에 좋은 반응을 얻었지만 역으로 이 사실로 김창완은 상당히 괴로워했다.


어쨌든 의아하게도 '회상'은 동시대에 인기를 끈 곡은 아니다. 요즘으로 치면 수록곡 정도의 느낌이었다. 이 노래가 대중에게 다시 회자되기 시작한 건 1987년 '사랑의 썰물'이 담긴 임지훈 1집에서 그가 리메이크하면서부터다. 불과 5년 차이였지만 아무튼 그랬다.


시대를 타지 않는 보편적 가사와 멜로디, 누가 불러도 와닿는 감성이 이 노래를 클래식의 반열로 올려놓았다. 1959년생 임지훈, 1972년생 김민규, 1983년생 정경호, 1989년생 장범준과 적재에게 '회상'은 늘 새롭게 들리고 새롭게 부르고 싶은 노래였던 것이다.


'회상'의 비하인드 스토리를 김창훈에게 확인했다. 제대 후 얼마 안되어 어디론가 버스를 타고 가던 김창훈에게 갑자기 마음의 공허함이 엄습해왔다. 곧 이 노래의 주제와 멜로디가 떠올랐다. 휴대용 녹음기도 없던 시절, 차 안에서 그는 반복해서 멜로디를 떠올리며 곡을 완성해나갔다. '우 떠나 버린 그 사람/우 생각나네/우 돌아선 그 사람/우 생각나네'라는 후렴구의 가사는 당연히 헤어진 연인에 대한 그리움을 담은 곡이라 여겨진다.


김창훈의 설명은 좀 다르다. "사실 이중적인 의미가 있다. 사랑하던 연인과 이별 이후의 감정일 수도 있겠지만 잘 사귀고 있을 때 오히려 그런 마음이 들 수도 있지 않을까. 만약 이 사랑이 실패하더라도 나의 탓으로 돌리자는 다짐을 함축하고 있다. 새드 스토리가 아니라 중의적 이야기다."


이 탁월한 포크 록이 발매 당시 인기를 얻었다면 어땠을까. '내게 사랑은 너무 써'가 현재는 잘 거론되지 않음을 떠올려본다면 김창완의 냉정함은 좀 달라졌을까.


하지만 1982년 대한민국 중위연령은 무려 22.7세. '회상'의 여운을 곱씹기에는 너무 젊은 사회였다. 지나간 것보다는 지금과 다가올 것을 향유하기에도 시간이 모자랐다. 그러니 7집의 '청춘'과 이 앨범의 '회상'에 대한 동시대 반응이 달랐던 건 필연이었으리라. 중위연령 45.6세인 현재의 한국 사회에서 '회상'이 그리 자주 다시 불려지는 이유이기도 하리라.


■김작가 (대중음악평론가)

-영어영문학·문화학 전공

-음악컨텐츠기업 일일공일팔 컨텐츠 본부장


©(주) EBN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전체 댓글 0

로그인 후 댓글을 작성하실 수 있습니다.

시황

코스피

코스닥

환율

KOSPI 2,746.63 0.81(0.03)

코인시세

비트코인

이더리움

리플

비트코인캐시

이오스

시세제공

업비트

03.29 16:41

100,000,000

▼ 320,000 (0.32%)

빗썸

03.29 16:41

99,859,000

▼ 411,000 (0.41%)

코빗

03.29 16:41

99,965,000

▼ 279,000 (0.28%)

등락률 : 24시간 기준 (단위: 원)

서울미디어홀딩스

패밀리미디어 실시간 뉴스

EBN 미래를 보는 경제신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