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 | 09 | 19
23.3℃
USD$ 1,331.0 -4.3
EUR€ 1,479.6 0.0
JPY¥ 934.5 12.7
CNH¥ 187.2 -0.4
  • 공유

  • 인쇄

  • 텍스트 축소
  • 확대
  • url
    복사

[EBN 칼럼] 검찰총장과 금융소비자

  • 송고 2023.07.10 02:00 | 수정 2023.07.10 02:00
  • EBN 관리자 (gddjrh2@naver.com)

박선종 숭실대 법학과 교수(금융법)

박선종 숭실대 법학과 교수(금융법)

박선종 숭실대 법학과 교수(금융법)

검찰총장이 한국거래소를 방문한 것에 대하여 금융시장에서는 다양한 기대와 해석이 전해진다. 국내 증시에서는 지난 4월 소시에테제네랄(SG)발 주가 폭락 사태가 발생한데 이어 6월에는 5개 종목의 무더기 하한가 사태가 다시 한번 발생했다. 두 사건은 자본시장법 상 시세조종행위 금지조항 위반의 의혹을 받고 있다(동법 제176조).


검찰총장은 기자들과의 질의에서 "불공정거래에 가담한 경우에는 일벌백계로 다스려 패가망신을 한다는 의식이 심어질 수 있도록 하겠다"며 "다시는 금융시장에 발을 들일 수 없도록 하겠다"고 강조했다. 이는 반가운 소식이다. 왜냐하면 국내 금융시장에서는 KIKO, DLF에 이어서 가상자산 및 CFD에 이르기까지 금융상품 관련한 여러 형태의 불공정거래로 이미 금융소비자의 심각한 피해사례가 반복되고 있기 때문이다. 다만 금융시장의 불공정거래가 근절되기 위해서는 검찰총장의 의지만으로는 부족하고 몇 가지 보완책이 필요하다.


한국거래소의 한계와 제도개선


금융투자상품은 크게 장내상품과 장외상품으로 나뉘고 한국거래소의 시장감시기능은 장내상품에만 직접적인 영향을 미치는 것이다. 반면, KIKO, DLF, 가상자산 및 CFD 등 불공정거래 문제가 크게 불거진 것은 장외상품이기 때문에 한국거래소 시장감시기능의 직접적 영향이 미치지 않는 점에서 한계가 있다. 따라서 금융시장의 불공정거래를 근절하기 위해서는 장내상품을 관장하는 한국거래소와의 협업도 중요하지만 장외상품에 대한 금융당국과 국회 차원의 제도적 개선도 필요하다는 점이 지적된다.


최근 국회 법사위는 주가조작이나 미공개정보이용, 부정거래 등 자본시장 중대 범죄행위에 대한 형사처벌은 물론 부당이익 환수, 과징금 처분 등 금전적 처벌을 강화하는 내용을 담은 ‘자본시장법 개정안’을 통과시켰다. 이는 금융소비자 보호 관점에서 환영할만한 조치이다. 다만 이 개정안의 골자는 자본시장 3대 불공정거래(주가 조작·미공개 중요정보 이용·사기적 부정거래)를 저지른 범죄자에게 기존 형사처벌 외에 부당이득액의 최대 2배까지 과징금을 물리는 것이다. 그러므로 KIKO, DLF, 가상자산 및 CFD 등 기존 금융소비자 피해 유형의 재발방지에는 상당한 한계가 있다.


금융시장 불공정거래와 국내제도의 한계


2016~2020년 5년간 금융위원회가 검찰에 고발·통보한 불공정거래 행위 중 불기소율은 55.8%에 달한다. 이는 형사처벌의 특성상 입증책임이 엄격해 검찰의 기소율이 낮기 때문이다. 더욱이 재판을 해도 대법원에서 실형을 받는 경우는 2020년 기준 59.4%에 불과했다. 국내의 사례로 ‘청담동주식부자’ 이모씨는 폰지사기로 200여명에게 270억원대 피해를 입혔는데 징역 3년6개월 실형과 벌금 100억원을 선고받았다. 반면 미국에서 주식 폰지 사기의 주범이었던 버나드 메이도프는 2009년 징역 150년형을 받았고 결국 2년전 옥사했다. 이렇게 처벌수위가 다른 것은 미국은 개별범죄마다 형을 매긴 후 합산하는 반면 한국은 가중처벌을 받아도 최대양형기준이 징역 15년에 불과하기 때문이다.


이러한 국내제도는 재범률 통계를 보면 한계가 드러난다. 금융위 증권선물위원회 조치 기준에 따르면 3대 불공정거래 사건 전력자는 2021년 99명 중 21명(21.2%)에 달한다. 국내 불공정거래 관련 범죄자 5명 중 1명이 다시 범죄를 저지른다는 것은 15년형과 150년형이라는 제도의 차이와 무관할 수 없다.


불공정거래 재발 억제를 위한 당근과 채찍


현대사회의 고도로 발전된 금융상품 관련 불공정거래는 금융소비자들에게 심대한 손해를 끼친다는 점에서 재발 억제를 위한 다양한 노력이 요구된다.


첫째, 미국의 강력한 신체벌 제도에 비하여 국내의 현행 제도는 금융상품 관련 불공정거래 억제 기능 면에서 상당히 비교 열위에 있는 것으로 평가된다. 금융당국과 국회는 현대사회의 고도화된 금융범죄의 중요성을 더욱 깊게 검토하여 미국제도와의 균형을 맞출 필요가 있다. 즉 금융범죄에 대하여는 지금보다는 훨씬 더 강한 ‘물리적 채찍’이 필요하다.


둘째, 이번 자본시장법 개정으로 강화될 금전적 제재 방안은 적용 범위가 좁으므로 자본시장 3대 불공정거래 이외에는 적용되지 않아서 KIKO, DLF, 가상자산 및 CFD 등 기존 금융소비자 피해 유형의 재발방지에는 도움이 되기 어렵다. 그러므로 금전적 제재의 적용범위를 설명의무 위반 등 민사적 불공정거래 행위에까지 확대할 필요가 크다. 즉 금융범죄의 목적은 금전취득인 만큼 금전적 제재 범위를 대폭 확장하는 ‘심리적 채찍’이 필요하다.


셋째, 금융상품이 고도로 전문화된 현대사회에서 금융소비자 피해의 재발을 억제하기 위해서는 사후적 대처를 강화하는 것만으로 충분하지 않다. 이는 먼 길을 달릴 때 말에게 채찍도 필요하지만 당근도 필요한 이치와 같다. 형사적 제재와 금전적 제재의 수위를 높이는 물리적·심리적 채찍도 중요하지만 불공정행위 예방 성과가 좋은 은행, 증권, 보험 등 금융회사들에게 금융감독원의 정기검사 면제 등 당근을 제공하여 ‘스스로 불공정행위 근절’ 노력을 기울이게 하는 구조를 만드는 것이 더욱 중요하다.


©(주) EBN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전체 댓글 0

로그인 후 댓글을 작성하실 수 있습니다.
EBN 미래를 보는 경제신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