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혹시 203호 아저씨가 X맨?"…아파트 입주민 갈등 ‘폭발’

  • 송고 2014.08.27 14:33
  • 수정 2014.08.27 14:34
  • 서영욱 기자 (10sangja@eb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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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송 후 "건설사, '프락치' 사실로"…주민들, "X맨을 찾아라"

각 아파트 커뮤니티도 도배..."주민 갈등만 조장" 자정 목소리도

"우리 아파트에도 X맨이?" 사진은 서울의 한 아파트단지 모습 ⓒ연합뉴스

지난 23일 방영된 한 시사프로그램의 후폭풍이 거세다.

‘수상한 이웃, 아파트 X맨의 진실’이라는 주제로 방송된 이 프로는 건설사들이 계획적으로 특정 입주민을 포섭해 전체 입주민의 단결을 막고 있다고 보도했다.

X맨은 건설사들로부터 많게는 월 수백만원을 받으며 하자보수나 추가분담금 발생 등 건설사들이 손해를 볼 수 있는 일은 무슨 수를 써서라도 무산시킨다는 것이다.

이번 방송이 나간 직후 각종 문제로 입주민간 갈등을 빚고 있는 아파트 단지에서는 ‘X맨’ 찾기에 열을 올리고 있다.

27일 업계에 따르면 그간 건설사 입장을 대변했던 주민들을 지목하며 X맨이 아닌지 의혹의 눈길을 보내거나 심지어 의혹은 확신으로 바뀌어 특정인을 몰아세우는 일도 벌어지고 있다.

추가분담금으로 갈등을 빚고 있는 서울 강서구의 한 재건축 아파트 입주민은 “방송을 보고 난 뒤 시공사의 각본에 따라 조합과 조합원이 움직인다는 느낌을 지울 수가 없다”며 “임시 총회 때도 결국 시공사의 의도대로 압도적인 지지로 끝나는 걸 보면 결국 그들이 원하는 대로 될 것 같다”고 우려했다.

최근 주민간 마찰이 발생한 광명의 S아파트 입주민은 “이 방송을 본 후 우리 아파트의 현실과 너무 오버랩되는 것 같아 씁쓸했다”며 “지난 입주민 회의를 파행으로 몰고 가기 위해 동원된 입주민들이 회의 내내 고성과 욕으로 회의 진행을 방해하고 폭행사건까지 일었고 결국 동대표 해임 동의서를 받아냈다”고 한탄했다.

입주 예정인 아파트도 사정은 비슷하다. 강남의 한 보금자리주택 입주예정자는 “그 동안 입주예정자들에게 X맨의 존재와 심각성을 아무리 설명해도 믿지 않았는데 이제는 믿지 않겠냐”며 “우리 단지 입주민들은 하자로 가슴아파할 때 그들의 집은 대리석으로 빛날 것”이라고 꼬집었다.

앞서 부실시공 논란으로 입주민과 갈등을 빚고 있는 인천의 C아파트는 이미 X맨으로 한바탕 곤욕을 치렀다.

이 아파트 입주예정자들은 시공사가 실시한 안전진단 결과를 믿을 수가 없다며 재조사를 주장해 왔다. 그런데 그 때마다 온라인 카페에서 건설사 입장을 들며 이를 반대했던 주민이 있어 예정자들과 마찰을 빚었다.

이를 수상하게 여겼던 예정자들이 거주세대를 확인해 본 결과 그 주민은 이 아파트의 전 분양소장이었다.

예정자들은 시공사가 ‘프락치’를 심어놨다며 분개했다. 그리고 전 분양소장의 말에 동조했던 주민들까지 시공사 관계자일 수 있다는 의심에 모두 카페에서 탈퇴시켰다.

결국 시공사 입장에서는 본인들과 입장을 달리하는 주민들은 모두 적대시하게 만들어 ‘입주민 분열’이라는 1차 목표는 달성한 셈이 됐다.

X맨으로 지목된 주민들은 억울함을 호소하고 있다.

C아파트에서 X맨으로 지목된 한 주민은 “예정자들이 나에 대해 어떻게 이야기를 하는지 알고 있다”며 “시공사한테 돈을 받았다고도 하는데 통장을 보여줄 수도 있다. 나도 예정자들과 같이 우리 아파트의 안전을 생각하는 한 주민일 뿐”이라며 아쉬워했다.

방송에서 X맨으로 지목된 한 주민은 방송사의 악의적 보도에 피해를 봤다고 항변했다.

이 주민은 “저는 아파트 입주자 대표 회장으로서 아파트 발전을 위해서 개인 사비를 지출하면서 지금까지 한점 사심 없이 일하고 있다”며 “입주민을 위해 실질적인 협상을 하고 보다 많은 이득을 챙겨 줬는데도 X맨으로 호도하고 본인의 명예를 심각하게 훼손했다”고 주장했다.

또한, 자칫 입주민의 분열을 조장할 수도 있다는 우려의 목소리도 제기되고 있다.

영종하늘도시의 한 주민은 “이번 방송으로 주민간 불신만 쌓여 선의의 피해자가 발생하는 것 아닌지 모르겠다”며 “선분양 이라던지, 건설사의 횡포 등 왜 이런 일이 발생했는지 근본적인 부분을 들여다보고 해결책을 마련하는데 뜻을 모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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