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로 우리나라 가계와 기업의 빚 규모가 국내총생산(GDP)의 두 배를 넘어섰다. 사상 처음이다.
24일 한국은행이 발표한 '금융안정보고서'(2020년 6월)를 보면 지난 3월말 현재 명목 GDP 대비 민간(가계·기업) 신용(대출, 채권, 정부융자 등) 비율은 201.1%로 처음으로 200%를 넘어섰다. 작년 1분기 대비 12.3%포인트 증가했고, 작년 4분기에 비해선 4.1%포인트 올랐다. 전기대비 기준으로 관련 통계 작성을 시작한 2000년 이후 최대 증가폭이다.
한은은 이날 "코로나19 대응 과정에서 민간에 대한 적극적인 신용공급이 가계 및 기업의 위기 극복에 큰 도움이 되고 있다"면서도 "경기 침체가 장기화될 경우 그동안 늘어난 대출이 금융시스템에 부담 요인으로 작용할 가능성이 있음에도 유의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이는 명목 GDP가 1.0% 늘어나는데 그친 반면, 민간신용이 7.6%나 증가해 2011년 4분기(7.6%) 이후 가장 크게 늘었기 때문이다.
부문별로 보면 GDP 대비 가계신용 비율은 96.8%로 전년말(95.2%) 대비 1.6%포인트 상승, 역대 최고 수준을 보였다. 기업신용 비율 역시 104.3%로 전기(101.8%) 대비 2.5%포인트 증가 2007년 통계작성 이후 최대를 나타냈다.
가계신용은 주택담보대출을 중심으로 증가세가 확대되면서 가계의 채무상환부담이 가중되는 가운데 최근 비은행금융기관의 대출 연체율이 일부 상승하는 모습을 보였다.
지난 1분기말 가계부채는 1611조3000억원으로 전년동기대비 4.6% 규모가 증가했다. 이중 주담대 대출 증가율은 5.7%로 3%대인 기타대출 증가율을 웃돌았다.
소득 증가세 둔화 등으로 처분가능소득 대비 가계부채 비율은 1분기말 현재 163.1%를 기록, 전년동기 대비 4.5%포인트 증가했다. 금융자산 대비 가계부채 비율은 47.7%로 작년 1분기보다 0.5%포인트 올랐다.
코로나19 직격탄을 맞은 기업들의 대출 증가폭은 가계를 앞질렀다. 1분기말 기업대출 규모는 1229조2000억원으로 전년동기 대비 11.6% 증가했다.
기업의 자기자본 대비 부채 비율은 2019년말 78.5%로 전년말(75.3%) 대비 3.2%포인트 상승했다. 기업들의 채무상환능력을 보여주는 이자배상비율(영업이익/이자비용)도 2018년 8.8%에서 작년말 4.3%로 크게 감소했다.
한은은 "최근 기업실적 둔화로 재무건전성이 저하되고 있는 가운데, 올해 들어서도 코로나19 영향으로 경영활동이 크게 위축되고 있어 기업의 재무건전성과 자금사정이 더욱 악화될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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