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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BN 칼럼] 원화약세, 뉴노멀이 될까

  • 송고 2023.08.23 06:00 | 수정 2023.08.24 15:59
  • EBN 김남희 기자 (nina@ebn.co.kr)

박병률 경제칼럼니스트

박병률 경제칼럼니스트

박병률 경제칼럼니스트

원화 약세가 예사롭지 않다. 지난 21일 서울 외환시장에서 원달러 환율은 1342.6원으로 거래를 마치며 올 들어 가장 높은 지점에서 마감했다. 7월 중순만 해도 1260원대이던 환율은 한 달여 만에 80원 가까이 올랐다.


원화 약세는 대외적으로든, 내부적으로든 한국 경제가 좋지 않다는 뜻이다. 시장에서는 이 같은 원화약세가 당분간 더 이어질 것으로 보며 1350원대도 열어둔 상태다. 시장 분위기를 바꿀만한 ‘게임 체인저’가 좀처럼 보이지 않다는 얘기다.


최근 원화는 딜레마에 빠져 있다. 원화는 ‘중국 경제가 나빠도, 미국경제가 좋아도’ 약세를 보인다. 중국과 미국은 한국의 제1,2 수출 대상국이다. 지금까지는 중국이 나빠도 미국이 좋고, 미국이 나쁘더라도 중국이 좋다면 그럭저럭 버틸만했다.


그런데 코로나19와 미중 기술패권 경쟁이 불붙으면서 상황이 달라졌다. 중국이 나쁜 것은 그대로 원화약세의 요인인데, 미국이 좋은 것도 원화약세의 요인이 되고 있기 때문이다. 내외부적 요인이 겹치며 중국이 단기간 좋아질 것 같지도 않다.


중국 위안화의 약세는 가파르다. 달러당 위안화 환율은 7위안을 훌쩍 넘어섰다. 한때 포치(달러당 7위안)는 위안화의 심리적 마지노선으로도 불렸다. 하지만 현 중국 인민은행은 포치에 연연하지 않는 것으로 보인다. 중국의 각종 경제지표가 좋지 못한 가운데 대형 부동산 개발회사들이 잇달아 위기에 몰리면서 환율방어에 매달릴 여유가 없어서였다.


여기에 미중 기술패권분쟁이 심화되면서 해외 투자자들이 중국을 떠나는 것도 위안화 약세를 부추기고 있다. 중국 정부는 굳이 경기부양에 나설 의지가 없어 보인다. 만성적인 부동산 버블을 해결하기 위해 당분간은 부동산기업들을 쥐어짤 필요가 있기 때문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원화는 중국 위안화와 커플링(동조화)이 심한 통화다. 한국경제는 대중의존도가 높은데다 지역적으로도 아시아 신흥국과 같이 묶여 있어 위안화가 기침을 하면 원화는 감기를 앓는 상황도 종종 있다.


문제는 미국이다. 미국 경기 호황이 원화에 악재가 되는 상황이 벌어지고 있다. 미국의 물가가 하락하고 고용지표가 좋게 나오면서 미국 연방준비제도이사회는 고금리 정책을 오래 끌고갈 가능성이 커졌다. 당장 다음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에서 금리를 추가적으로 올릴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오고 있다.


미국 10년물 국채금리는 이미 16년전 금융위기 수준으로 치솟았다. 미국의 금리인상은 달러강세로 이어진다. 이 경우 글로벌 자금의 미국 쏠림도 강화될 수 있다.


이미 한미 간 금리 역전 차는 역대 최고다. 달러강세는 아시아는 물론 유럽, 남미 등 미국을 제외한 글로벌의 경기침체를 부추길 우려가 있다. 한국 입장에서는 대미 수출이 조금 더 늘겠지만, 글로벌 전체로 보면 수요가 줄어들 수 있다는 뜻이다. 그렇다고 이 시점에서 미국의 불황을 기대하는 것은 더 큰 넌센스가 된다.


미국 경제 불황은 글로벌 경기 전체를 침체로 몰아넣어 그야말로 초대형 악재가 된다. 글로벌 위기는 달러를 더 강하게 만들고 원화는 더 약하게 만든다.


한층 복잡해진 지정학은 이같은 상황을 당분간 더 끌고 갈 것으로 보인다. 미국의 새로운 경제 질서 구축으로 확대된 글로벌 경제의 불확실성이 달러 강세를 부추길 수 있어서다. 그간 중국 중심의 경제에서 미일로 무게추가 옮겨가는 한국경제도 덩달아 불확실성이 커진다.


미중갈등으로 인한 세계경제 침체 가능성도 우려되는 대목이다. 크리스탈리나 게오르기에바 국제통화기금(IMF)총재는 최근 워싱턴포스트와의 인터뷰에서 “미·중 갈등으로 우리는 모두 더 가난해지고, 덜 안전해 질 수 있다”며 “미국과 중국의 완전한 분열은 세계 성장을 저해하고, 빈곤한 국가가 그 타격을 가장 크게 입는다”고 말했다.


IMF가 추산한 최악의 시나리오를 보면 미·중 디커플링(탈동조화)으로 인한 전 세계 생산의 잠재적 손실은 7조 달러(한화 약 9382조원)에 달한다. 글로벌 경기가 위축되면 수출중심인 한국 경제는 직접 타격을 입을 게 뻔하다.


이같은 일련의 상황들을 종합해보면 원화약세가 당분간 뉴노멀(새로운 표준)로 자리 잡을 가능성을 배제하기 어렵다. 달러당 1200~1300원 시대가 예상보다 오래갈 수 있다는 의미다.


다만 원화만 약세를 보이는 것은 아니고 다른 주요국들의 통화도 약세를 보일 것이라는 점은 위안이다. 유로화는 여전히 우크라이나사태에 발목이 잡혀있고, 엔화도 일본 정부가 완화적인 통화정책을 유지하면서 강세로 전환하기 어렵다.


장기적으로 보면 원화가 위안화를 벗어나 달러화와 엔화의 영향을 더 받을 수 있다는 점은 주목할 만하다. 한미일 3국은 최근 정상회담에서 한미일 재무 장관 회의를 신설하고 금융·외환 시장에 공동 대응하기로 했다.


만약 한국이 외환시장에서 어려움을 겪게 되면 미일이 적극적인 공조에 나설 수도 있다는 의미여서 원화의 신뢰도가 높아질 수 있다. 이는 원화약세를 완화시킬 요소여서 통화리스크를 낮추는데 기여할 수 있다는 해석이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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