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픈손가락 KDB생명보험의 기업가치를 키우겠다.”
11일 강석훈 한국산업은행 회장이 서울 여의도에서 열린 취임 2주년 기자간담회에서 이같이 말했다.
앞서 산은은 지난해 국내 대표 원양 국적선사 HMM과 KDB생명보험을 매각해 공적자금을 회수하려했지만 두 기업 매각 모두 협상이 결렬됐다.
이날 강 회장은 HMM과 KDB생명 매각 방향에 대한 속내를 밝혔다. 그는 “HMM은 최종 협상 과정 결렬 후 재매각에 대해 논의한 바 없다”며 “HMM 지분 가치가 산업은행 재무제표에 큰 변동을 주기에 보유주식을 조속히 매각하는 것이 합리적이다는 판단에는 변함이 없다”고 설명했다.
현재 산은과 해양진흥공사는 HMM 지분 57.9%을 보유하고 있다. 주식 외에도 올해와 내년 콜옵션(조기상환청구권) 행사 시점이 도래하는 1조6800억원 규모 영구채를 갖고 있다. 강 회장은 “HMM 주식 가치를 고려하면 영구채 미전환은 배임에 해당한다”며 HMM 영구채의 주식 전환을 인정했다.
강 회장은 KDB생명에 대해서는 기업가치 제고를 하겠다고 밝혔다. 작년 산은은 하나금융지주와 KDB생명 매각 협상을 진행했으나 무산됐다.
KDB생명은 재무건전성 문제를 갖고 있다. KDB생명 K-ICS(신지급여력) 비율은 작년 말 기준 56.7%로 보험업법 기준 100%에 미달한다. K-ICS는 요구자본 대비 가용자본이다. 비율 제고를 위해선 대주주의 자금 투입이 요구된다.
강 회장은 “KDB생명은 아픈 손가락으로 매각을 위해 최선 다했으나 원매자가 없다“면서 “KDB생명 기업가치 제고 방안을 검토하고 여기에 따라 최종 결정을 내리겠다”고 했다.
태영건설 워크아웃(기업구조개선)에 대해서도 설파했다. 강 회장은 “태영건설은 곧 자본잠식 상태에서 벗어날 것이며 추후 회계법인 심사를 거쳐 하반기에는 주식 재상장도 가능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이날 강 회장은 이차전지, 바이오헬스, 디스플레이, AI 등 첨단전략산업 지원 강화를 위한 100조원 규모 대한민국 리바운드 프로그램을 발표했다.
강 회장은 “정부 첨단전략산업 육성 기본계획에 따르면 민간기업은 2027년까지 주요 첨단산업에 550조원 이상 설비투자를 계획 중”이라며 “산은이 이 중 100조원 규모 시설자금을 분담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어 그는 “첨단전략산업에 대해 100조원 규모 정책자금을 공급한다면 전 산업에 걸쳐 연간 80조원 생산유발효과와 연간 34조원 부가가치 유발효과, 14만명의 고용유발효과가 있을 것”이라고 분석했다. 연 34조원 부가가치는 작년 명목 GDP(국내총생산) 1.5%, 14만명 고용효과는 총고용의 0.7%에 육박한다.
정부의 반도체 지원과 발맞춰 산은은 17조원 규모 반도체 설비투자 특별 프로그램 신설을 준비 중이다. 자체 반도체 초격차 지원 프로그램을 향후 3년간 15조원 규모로 운영하면서 금리 우대 폭도 높일 계획이다.
강 회장은 첨단전략산업 투자 자금 조달처 확대를 위해 중동과 글로벌 투자협력 확대 필요성이 필요하다고 판단했다.
앞서 지난 5월 한-UAE 정상회담에서 정부는 UAE 측이 60억불 이상 투자기회를 검토 중임을 발표한 바 있다.
강 회장은 “60억달러 이상 투자 건을 실제 투자로 현실화하고 남아있는 240억달러에 대한 투자기회를 적극 발굴하는 한편 카타르 등 다른 중동국가와 글로벌 투자 협력도 적극 추진하겠다”고 강조했다.
끝으로 강 회장은 산은 법정자본금 한도를 현 30조원에서 60조원으로 상향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강 회장은 “첨단전략산업 전반을 지원하기 위한 100조원 규모 정책자금 투입과 함께 산은 BIS(국제결제은행)비율을 현 수준으로 유지하기 위해서는 10조원 자본확충이 동반돼야 하며, 이를 위해서는 산은법 개정을 통해 법정자본금 한도를 60조원 수준으로 증액하는 것이 가장 시급히 해결해야 할 문제”라고 판단했다.
그러면서 김 회장은 “산은이 독일 정책금융기관인 KfW처럼 정부에 배당하지 않고 순이익 전부를 유보한다면 이는 현금증자와 동일한 효과를 내면서 수익성을 구조적으로 개선할 수 있다”며 “장기적으로는 매년 3조원 이상 안정적인 수익을 양산하는 기반이 될 것”이라고 진단했다.
작년 산은은 당기순이익 2조5000억원을 시현했고 역대 최대 규모인 배당금 8781억원을 정부에 냈다. KfW는 정부에 배당하지 않고 순이익 전부를 유보하여 정책금융에 재투자하는 데 산은이 벤치마킹하고자 하는 모델로 풀이된다.
강 회장은 “외국에선 직접적으로 보조금을 기업에게 지불하는데, 한국은 그럴만한 돈도 여유도 방식도 없다”며 “정책금융 측면에서 산은 역할이 중요해졌으며 그러한 측면에서 법정자본금 확대가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강 회장은 ”지난 2년은 20년 같기도 하지만 한편으로 이틀 같다”며 “나름대로 많은 일을 했으나 아직 엄청난 대응을 요구하는 상황이다”고 소회를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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