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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풍과 선긋기”
··· 고려아연 떠난 영풍빌딩, ‘영풍정밀’ 남은 배경은

  • 송고 2024.09.12 15:06 | 수정 2024.09.13 08:42
  • EBN 조재범 기자 (jbcho@ebn.co.kr)

고려아연 믿을맨 영풍정밀, 최근 들어 미묘한 기류

최창규 영풍정밀 회장, 10년 전 경영권 분쟁 재발 위기감

최악 대비 영풍 장씨 가문과 원만한 관계 유지 해석도

서울 강남구 논현동에 위치한 영풍빌딩에 입주한 기업 ⓒEBN

서울 강남구 논현동에 위치한 영풍빌딩에 입주한 기업 ⓒEBN

영풍과 선긋기에 나선 고려아연과 계열사들이 40년 넘게 입주해 있던 영풍빌딩을 떠나 종로 시대를 열었지만 한 곳만 떠나지 않고 있어 그 배경에 관심이 모아진다.


최윤범 고려아연 회장의 셋째 작은 아버지인 최창규 회장의 '영풍정밀'은 다른 계열사와 달리 그대로 영풍빌딩 건물을 사용하고 있다.


이를 두고 재계에서는 영풍빌딩이 최창규 회장 자택과 거리가 가까워 배려했다는 해석. 이와 함께 지난 2009년 겪은 경영권 분쟁 당시 영풍 장씨 오너일가의 도움을 받았던 만큼 원만한 관계를 유지하려는 행보라는 해석이 나온다.


12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영풍정밀은 영풍빌딩내 한 층을 사용하고 있으며 당분간 사무실 이전은 고려하지 않고 있다.


영풍정밀은 1983년 1월 20일 영풍정밀공업주식회사로 설립됐으며 2000년 3월 17일 정기주주총회시 영풍정밀주식회사로 상호를 변경했다. 펌프와 밸브 등의 제조 및 판매 등을 주요사업으로 영위하는 회사다. 영풍과 고려아연이 주요 고객사다.


고려아연은 지난 7월 서울 종로구 그랑서울 빌딩으로 사무실을 옮기면서 영풍정밀에도 사옥 이전을 권유했지만, 영풍정밀은 이를 사양한 것으로 전해졌다.


영풍정밀 관계자는 "사옥 이전과 관련해 아는 사실이 없다"고 말했다.


영풍정밀은 '영풍'이라는 이름을 사용하고 있지만 고려아연의 대표적인 계열사다. 최대주주는 최윤범 회장의 어머니 유중근 이사장(6.27%)이지만 실제 경영은 고(故) 최기호 창업주의 넷째 아들인 최창규 회장 일가가 맡아왔다.


최창규 회장의 회사 지분은 5.71%이며 최 회장의 아내 정지혜씨도 1.14%의 지분을 보유하고 있다.

ⓒ영풍

ⓒ영풍

최창규 회장 지분을 포함한 최씨 일가의 영풍정밀 지분율은 35.19%로 장씨일가(21.25%)를 크게 앞서는 등 사실상 최윤범 회장 측 우호 지분으로 통한다.


재계에서는 최근 들어 이런 관계에 묘한 기류가 흐르고 있다는 시각이 나온다. 고려아연과 영풍의 경영권 분쟁이 최씨 일가 내부에서도 발생할 가능성에 주목하고 있다.


영풍정밀이 보유한 고려아연 지분 때문이다. 영풍정밀은 지난해 고려아연 주식을 사들여 지분율을 1.57%로 높였는데 최근에는 1.85%까지 끌어올렸다.


현재 영풍을 중심으로 한 '장씨 일가'의 고려아연 지분율은 31.9%로 최윤범 회장 일가(29.14%)보다 우위에 있다. 영풍정밀이 고려아연과 영풍간 지분권 경쟁이 발생하면 '캐스팅보트' 역할을 쥘 가능성이 높다. 고려아연 지배권 강화를 위해 노력 중인 최윤범 회장 입장에서는 영풍정밀이 보유한 고려아연 지분이 반드시 필요하다.


때문에 이런 상황이 최창규 회장 입장에서는 영풍정밀 경영권을 뺏길 수 있다는 위기감으로 작용했을 수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최창규 회장은 한차례 조카에게 회사를 빼앗길 위기를 경험한 바 있다.


최우현 씨(데이비드 최)가 촉발한 분쟁에서다. 데이비드 최 씨는 최기호 창업주의 손자이자 최창걸 고려아연 명예회장(최 창업주의 장남)의 장남이다.


데이비드 최 씨는 2009년 2월 자신의 지분을 포함해 약 30%의 지분을 확보하고 이사회 진입을 시도했다. 당시 영풍정밀 지분은 ▲데이비드 최 씨 23.94% ▲최씨 일가 26.94% ▲장씨 일가 23.79% 등으로 구성됐다.


부회장이었던 최창규 회장의 지분은 4.44%에 불과했다. 이때 도움의 손길을 내민 곳이 장씨 일가다. 최씨 일가에 이어 장씨 일가도 반대표를 던지며 최우현 씨의 이사회 진입은 실패로 끝났다. 표대결에서 1367만7698주 중 최우현 씨가 확보한 표는 약 418만 주로 약 30%에 그쳤다.최우현 씨는 이후 지분을 모두 처분하고 미국에서 생활하는 것으로 전해진다.


업계 관계자는 "만약 장씨 가문이 반대표를 던지지 않았다면 데이비드 최가 영풍정밀 경영권 장악에 성공했을 것"이라며 "10여년 전 장씨 가문에 진 '마음의 빚'을 가지고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런 전례가 있는 만큼 최창규 회장 일가 입장에서는 장씨 가문과 우호적인 관계를 유지할 수 밖에 없다는 의견이다. 최창규 회장 일가는 그간 영풍정밀 지분을 꾸준히 높여왔지만 9.25%에 불과해 경영권을 방어하기에는 취약한 구조다.


반면 장씨 일가는 이렇다할 움직임이 없다. 영풍정밀의 시총은 1400억원에 불과해 지분 매입이 어렵지 않은 상황이지만 전혀 관여치 않는 모습이다.


다른 업계 관계자는 "장씨 가문의 자금력이면 손쉽게 경영권 확보가 가능하지만 선을 지키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며 "영풍정밀 입장에서는 장씨 가문과 관계를 원만하게 유지할 수 밖에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와 관련 고려아연은 영풍정밀이 임대료에 대한 부담으로 그랑서울로 이전을 하지 않은 것이라고 설명했다.


고려아연 관계자는 "영풍빌딩에서 그랑서울로 이전할 경우 영풍정밀은 기존대비 2배 이상의 임대료가 발생한다"며 "영풍정밀 내부적으로 비용절감 이슈 등이 있어 이전이 어려운 상황"이라고 말했다.


이어 "최창규 회장의 아들인 최주원 대표는 고려아연의 주요 신사업의 터전 중 하나인 호주에서 아크에너지와 TL/TML 대표 등의 역할을 수행하고 있다"며 "과거 데이비드 최의 지분 확보는 개인적인 행동으로 문제 해결은 최씨 가문 내부에서 정리를 한 것"이라고 덧붙였다.


ⓒ영풍정밀

ⓒ영풍정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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