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시장 휩쓴 경기 침체 공포·시장금리 발작
7% 목전 주담대 금리, 연말 8% 돌파 가시화
인플레이션 공포로 인한 시장금리 발작이 가계대출 금리를 자극하고 있다.
가계대출의 대부분을 차지하는 주택담보대출 금리가 빠른 속도로 올라 연말까지 8%에 이를 수 있다는 전망까지 나온다.
14일 금융권에 따르면 KB국민·신한·하나·우리·NH농협 등 5대 시중은행의 혼합형(고정형) 주담대 금리는 4.33~6.80%로 상단 기준 7%를 눈 앞에 뒀다.
작년 말까지만 해도 3.88~5.63% 수준이었던 고정금리는 반년 만에 최고금리가 1%p 넘게 올랐다.
변동형 주담대 최고금리도 6%를 바라보고 있다. 지난 13일 기준 5대 은행의 해당 금리는 3.55~5.429%로 집계됐다.
올 연말까지 주담대 최고금리가 7%대에 이를 것으로 전망했던 금융권은 이제 8% 돌파를 조심스럽게 점치고 있다. 글로벌 인플레이션이 예상보다 심각하게 진행되면서 시장금리를 자극하고 있는 탓이다.
실제로 미국 연방준비제도(Fed)가 치솟는 물가를 잡기 위해 빅 스텝(0.5%p 인상)을 넘어 자이언트 스텝(0.75%p 인상)에 나설 가능성이 점점 커지자 시장금리는 발작 수준으로 움직였다.
주담대 고정금리의 기준이 되는 은행채(무보증·AAA) 5년물 금리는 지난 7일 10년 만에 3.7% 선에 진입했다. 작년 말과 비교하면 1.5%p 가량 급등한 수치다.
변동금리의 준거 금리인 코픽스(COFIX·자금조달비용지수) 역시 신규 취급액 기준으로 지난해 4월 0.82%였던 것이 올해 4월 1.84%로 1.02%p나 올랐다.
문제는 금리 상승 속도가 앞으로 더 빨라질 것이라는 점이다. 미국, 유럽 등 전 세계가 양적 긴축에 속도를 내면서 한은도 기준금리를 계속해서 올릴 수 밖에 없는 상황이 됐다.
시장에서는 미 연준이 14~15일(현지시간) 열리는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에서 0.5%p 금리 인상보다 더 공격적인 긴축을 단행하거나 올해 7월 혹은 9월 회의에서 자이언트 스텝에 나설 수 있다는 전망을 내놓고 있다.
여기에 수 년 간 저금리 기조를 유지하던 유럽중앙은행(ECB)도 7월에 기준금리를 0.25%p 올리고 9월에는 더 큰 폭으로 인상하겠다고 예고한 상태다. ECB가 금리를 인상하는 것은 11년 만이다.
오는 7월 회의가 예정된 한은이 기준금리를 0.25%p만 올릴 경우 미국과 기준금리가 같아질 수 있다. 한은의 빅 스텝 가능성도 점점 커지는 분위기다. 우리나라 기준금리가 미국과 같아지거나 역전될 경우 국내에 들어와 있는 외국 투자금이 빠져나가 더 큰 충격을 줄 수 있다.
금융권에서는 한은이 7, 8월 연속으로 기준금리를 인상한 후 10월 또는 11월 한 차례 더 인상해 연말까지 기준금리가 2.5%에 다다를 것으로 보고 있다.
은행권 관계자는 "기준금리가 2.50%까지 오르면 은행채 금리는 지금 대비 0.1%p 이상 상승할 것"이라며 "이렇게 되면 연말 주담대 금리 상단은 8%를 돌파할 가능성이 크다"고 말했다.
이에 대출자들의 근심도 덩달아 커지고 있다. 이자가 무섭게 늘어나고 있는 탓이다.
부동산 정보업체 직방에 따르면 올해 서울의 전용 84㎡ 평균 아파트값은 12억8582만원으로 이 아파트를 LTV(주택담보인정비율) 최대한도로 금리 4%, 30년 만기 원리금균등상환방식으로 대출 받아 살 경우 매달 갚는 원리금만 209만원에 이르는 것으로 조사됐다.
여기서 금리가 7%로 오른다면 매달 원리금 지출은 291만원으로 39%(82만원) 급증한다.
올 1분기 전국 근로자 가구의 월평균 소득이 566만9470원임을 감안하면 금리 7%가 될 경우 84㎡ 아파트 소유주는 매달 원리금 상환액이 소득의 절반을 넘게 되는 것이다.
업계 관계자는 "소득의 절반 이상을 대출 이자로 내야 하는 최악의 상황이 다가오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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