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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BN 칼럼] 노동, 그 행복을 찾아서

  • 송고 2024.05.29 06:00 | 수정 2024.05.29 06:00
  • EBN 유재원 외부기고자 ()

유재원 법률사무소 메이데이 대표변호사

유재원 법률사무소 메이데이 대표변호사

유재원 법률사무소 메이데이 대표변호사

천재는 노력하는 사람을 이길 수 없고, 열심히 하는 사람은 즐기는 사람을 따라가지 못한다(롤프 메르클레). 공자님도 지자(知者·아는 사람)는 호자(好子·추구하는 사람)를 넘지 못하고 호자는 낙자(樂子·즐기는 사람)를 넘지 못한다고 하셨다(논어).


그런데 과연 그럴까. 결과의 관점, 승패의 관점, 이기고 따라잡고 넘어선다는 것을 기준으로는 일응 맞는 말일 수 있다.


그런데, 인간의 삶(인생) 전체로 보면, 인생은 결과물이라기 보다는 지난한 행복 찾기의 과정이다. 지자이건, 호자이건, 낙자이건 그 추구하는 이상향은 비슷하다. 이처럼 인간은 늘 행복을 희구하면서 산다.


행복이라는 (최종) 결괏값을 놓고 보면, 사람은 인생을 사는 동안 (계속 행복을 희구하면서도) 계속 방황한다. 그러면서 계속 성장한다. 괴테의 말처럼 인간은 성장한다. 방황도 하고 유혹에도 흔들릴 수 있지만, 긴 시간 동안을 펼쳐놓고 보면 인간은 그러면서도 계속 커가고 있고 아픔과 상처를 이겨내면서 성장한다.


그리고 종종 문득문득 자신의 현재를 깨닫고 아련히 행복감을 느끼곤 한다. 어쩌면 행복은 찾아가거나 쫓아가는 것이 아니라, 인생에서 일과 여가의 한편에서 순간순간 맞이하는 손님 같다.


그런데 인간의 긴긴 여생 동안 늘 함께하는 것이 ‘일(work)’이다. 물론 생계를 위하여 부득이하거나 불원(不願)하게도 일을 계속해야 하지만, 일이라는 것은 ‘피할 수도’ ‘피하게 되지도 않는’ 불가결한 존재로 계속 인생을 따라다닌다.


누구는 이렇게 말한다. “인생에서는 돈이 필요하며, 일은 단지 돈을 벌기 위해서 존재하는 것이다”, “인생에서 원하는 정도의 돈을 벌게 되면 일을 하지 않아도 된다”라는 식이다. 그런데 그 돈이라는 것도 세상사에서 돌고 돌면서 언젠가는 소진되거나 다른 사람의 수중으로 가게 되기 때문에, 인간이 행복을 갈구하는 것만큼이나 어떤 인생들은 ‘돈’을 쫓아 (종종) 노예로도 살게 된다.


<그리스인 조르바(니코스 카잔차키스 저(著))>에서 주인공은, “나는 행복하다. 나는 일을 사랑한다. 나는 일의 노예이고 그것을 자랑으로 생각한다. 땀의 노예가 될지언정, 돈의 노예가 되지 말라. 땀의 노예가 되면 돈이 알아서 나의 노예가 된다. 내가 돈의 노예가 아니라, 돈이 내 노예인 것이니.”라고 당당히 선언한다.


이처럼 행복을 갈구하는 인간을 잘 조망한 작품에서, 작가는 일에 대한 찬미를 선언하고 일과 땀에서 돈과 부가 따라온다는 점을 잘 역설하고 있다. 그러면서 노동은 돈을 벌어들이면서도 곧 인생의 행복에 직결되는 것임을 또한 강조하고 있다.


미국 만화 <스폰지밥>에서는 주인공이 매주 월요일과 매일 아침을 기다리면서 ‘일’을 큰 보람으로 여기는 캐릭터로 묘사되고, 미국 소설 <브루클린으로 가는 마지막 출구>에서는 갑작스레 일터를 잃어버린 노동자들이 얼마나 비참해지고 결국 비극으로 몰락하는지를 그려내고 있다.


몇 해 전 신춘문예에 소설 부문으로 당선된 은행원은 “소설 쓰기는 나 자신을 위한 것이고 소설을 쓰는 일은 나에게 너무나도 소중하다”라고 당선 소감을 밝히기도 했다. 이처럼 일과 자신을 구분하고 있지 않고 노동과 삶을 나누지 않는 모습들은 우리 대한민국 사회를 위한 건강한 노동관이라고 할 수 있겠다.


인생이라는 긴 시간에서 돈을 찾거나 갈구하여 “나는 비로소 행복을 찾았노라”라고 말하는 경우는 드물다. 종종 노년에 이르러서도 (돈이 되든 되지 않든) 노동과 일의 가치를 깨닫고 그것이 행복의 지름길이라고 여기는 삶은 참으로 풍요롭다.


중국의 지도자 등소평은 노후에도 많은 저작을 하면서 중국 인민들을 교화하는 노력을 게을리하지 않았다. 그런 그도 자신이 행복한 순간은 책상에서 글 쓰는데 손주들이 발밑에 들어와 재잘거릴 때라고 했다.


그는 언제나 탐구하고 고민했으며 죽음의 길목에서도 일을 놓지 않았다. 그는 중국 10억 인민에게 ‘일’이라는 가치가 얼마나 중국인의 행복에 기여하는지를 실천해보려 했다. 그는 무척이나 소박하게 살다가 세상을 떠났다. 그는 베트남의 호치민이 그러했던 것처럼, 모든 재산을 버리고 시신(屍身)도 본인의 글과 말도 없애버리라고 했다. 오로지 그가 남긴 것은, 일터에서 땀으로 성장하는 노동자와 농민이 주인되는 세상을 만드는 소소한 실천이었다고 보인다.


누구나 인생의 행복을 찾지만, 파랑새처럼 당장 눈앞에 보이지 않는다. 하지만 자신의 일을 사랑하고 인생을 충실하게 가꾸다 보면, 노동의 가치가 인생에 풍요를 줄 것이고 궁극적으로는 인간에게 행복의 문을 열어줄 것이다.


노동! 인간은 일을 하면서 자신의 존재를 새삼 경건하게 느끼고, 일을 통해서 방황하고 또한 성장한다. 결국엔 노동의 끝은 인생의 끝과 마찬가지다. 인류의 긴 역사와 함께한 것은 행복의 희구와 노동의 결실이었다.


노동. 그것은 행복이라는 천국을 여는 열쇠가 될 것이다. 오늘도 한 사람의 근로자는 파랑새를 찾는다. 고단한 일터에서 돌아오면서, 그는 노동 그 ‘너머’의 (어딘가) 행복을 찾을 수도 있다. 하지만 파랑새는 가까이 있다. ‘노동’, 그 ‘행복’을 찾는 것이라면 더욱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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